184화 꿈같은 세상(4)
“...기다려라”
“자,잠깐 기다려 서현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오자, 여성은 얼굴을 구기더니. 주머니에서 잘 손질되어있는 단검을 꺼내 그대로 자신의 새끼손가락 하나를 잘라 내 발밑으로 던져주었다.
공중을 튀어올라 힘없이 떨어지는 가느다란 새끼손가락 그리고. 그것을 보며 일제히 굳어지는 다른 인간들의 얼굴들. 안도감이나 공포 심지어는 집착이 뒤섞인 그 얼굴들이 참으로 재미있어 내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는 게 느껴졌다.
“쯧...정말 악취미군, 이거면 맛보기로 충분하겠지?”
자신의 손가락이 잘렸음에도 얼굴을 잠깐 구길 뿐 아무런 흔들림도 없는 여성. 나는 그런 여성의 단호한 모습에 더욱더 그녀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으나, 우선 피 냄새와 함께 피어오르는 극심한 식욕을 억누르기 위해 바닥에 떨어진 손가락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방금까지 뜯어먹던 남성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농후한 피의 단맛과 뼈까지 입안에서 살살 녹아 사라지는듯한 훌륭한 먹는 느낌. 흡사 마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온몸의 피가 빠르게 돌더니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아 이 정도면 충분해. 충분하고말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지”
피가 너무 빨리 돌아 주룩 하고 흘러나오는 코피를 대충 닦아내며 크게 심호흡을 해 척추를 타고 오르는 극심한 오르가슴을 최대한 억누른 채 뒤를 돌아 괴물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여성과 내가 거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으르렁거리며 피를 가득 묻힌채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괴물. 그리고 그 너머에서 지긋이 나를 지켜 보고 있을 괴물 주인의 시선이 무척이나 질척거려 온몸을 누군가가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으나 나는 주눅이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나머지 전리품은 내 알아서 하라고 했잖아? 길 좀 터주는 게 어때? 이 녀석들은 약속대로 보내줄 거야. 대신 나는 새롭게 생긴 장난감으로 신 나게 놀 거고”
뿌득 하고 머릿속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이내 천천히 여성의 일행들을 둘러싸 압박하고 있던 좀비들이 길을 열기 시작하자, 그 광경에 얼어붙어 있던 여성의 일행 중 한 명이 누구보다 빠르게 내달려 줄행랑을 쳐버렸다.
“김창수 이 개새끼가!!”
“미안...미안해”
“조금만 버텨라 꼭 구해줄 테니까”
괴물과 조금 투닥거릴 각오까지 했는데도, 뜻밖에 쉽게 열려버린 길과 부리나케 도망쳐버린 우락부락한 남성의 행동에 조금 황당하긴 했으나 나는 이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옆에 있던 여성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여전히 극심한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채취와 몸매... 괴물과 그 주인에게 약간의 약점을 내보이는 것 같아도 이 정도의 상등품을 얻을 수 있다면 값이 싼 편이겠지.
“하! 대장이 잘났다고 그 아래 사람들이 대단한 건 아니네 감사인사 하나 없이 가버리다니”
“비현실적인 광경에 겁을 먹었을 뿐 저 녀석들도 나쁜 녀석은 아니니 그렇게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푸흣”
나는 끝까지 등 뒤에서 노려보고 있던 석궁을 든 남성의 시선을 느끼며 과시하듯 얻어낸 전리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밖을 향해 나아갔다. 어차피 여성을 방안에 가둔 다음 곧장 추격할 생각이었으니. 저 남자가 저대로 있든 말든 딱히 상관은 없겠지.
◆
나를 기다리던 괴물과 괴물의 주인을 무시한 채 여성을 끌어안고 내달린 지 한 시간쯤 지나 거점으로 돌아온 나는 여성을 방안 침대 위로 던져넣은 뒤 옷을 전부 벗었다.
곧장 여성의 동료를 찾아 떠나려던 생각이 무색하게도 여성을 안고 달리던 내 몸은 한껏 달아올라 있었고 이성은 마비되다싶이해 본능만이 남은 몸은 자지를 빳빳하게 세워 조금만 시간이더 지나면 펑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남자들의 거기는 다 이 모양인가?”
내가 여성의 몸 위로 올라타자 여성은 잠깐 눈을 피하긴했으나 이내 희미하게 웃음기를 띄며 발기된 자지를 움켜잡았다.
“내가 좀 큰 편이긴 하지 어때 마음에 들어?”
“무슨...팔목같군 그래 이게 내몸 안으로 들어오긴하나?”
“어떻게든 들어가 너보다 반도 안되는 여자도 했는데 안될 리가 있나?”
내 말에 짐짓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올려다 보던 여성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안 봤는데 꽤 쌓여있었나봐?”
“흥...피할수없으면 즐겨라 같은거지.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부끄럽지만, 나는 처음이다만”
“나를 흥분시키려고 아주 작정을 했군 그래”
긴장때문인지 아니면 좀비와의 격전 때문인지 땀에 흠뻑 젖어있는 여성...나는 천천히 여성의 셔츠를 벗겼고 모습을 드러낸 봉긋한 젖가슴의 유두를 입안에 집어넣어 살짝 씹었다. 내가 올 때 계속 만지작거려서 그런지 단단하게 발기되어있는 유두는 희미하게 열기를 띄며 땀과 꿀이 뒤섞인 오묘한 맛을 내고 있었다.
“끄윽...아프군 좀 살살해줬으면 좋겠는데 상처라도 나면 나도 곧장 좀비로 변할태고 그건 네놈도 원하지 않을터”
“맛보기로 먹었던 새끼손가락 때문인지 몸이 너무 달아올라서 말이야 다물고 옷이나 벗어”
여성은 내 말에 입고 있던 바지와 팬티를 벗어 던졌다. 털이 하나 없는 도끼 자국.... 본능에 사로잡혀있던 나는 그곳에 정신이 팔려버렸고 그 벌을 받듯 어느샌가 여성의 손에 들려있던 단검이 내 자지를 단검으로 그어버렸다.
“끄읍....하아..”
다행히 절단되지는 않았으나, 처음 대머리에게 권총으로 머리를 꿰뚫린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극심한 통증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고 여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내 머리통을 마구잡이로 들쑤셔버렸다.
“어때 마음에드나? 이건 더 마음에 들꺼다 괴물”
여성의 무덤덤한 목소리를 끝으로 석궁조차 꿰뚫지 못했던 내 두개골이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피가 뿜어져 나왔으며 시야는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숨이 점차 막혀왔고 내 상처 입은 자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손을 남기기 위해 마구잡이로 정액을 뿜어냈다. 고통인지 쾌감인지 모를 감각....그 감각이 새로운 문을 열어젖혔다.
“....시도는 좋았어. 아주 좋은 고통이었다고”
뇌를 울리던 고통이 끔찍한 쾌감으로 점차 변질하여서 이윽고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단검의 감촉마저 일도처럼 야릇하게 느껴졌을 때, 나는 천천히 머리에 박혀있던 단검을 뽑아내 바닥에 떨어뜨리자 잠긴 문을 어떻게든 열어보려던 여성은 끔찍한 괴물이라도 보았다는 듯 얼굴에 절망감이 무럭무럭 피어올라 있었다.
“사람, 아니 보통의 변종이라도 지금이라면 죽었을 상처다만...”
“내 몸은 이미 보통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지. 머리에 총알이 박혔어도 살아남았거든”
“머리통이 완전히 곤죽이 되었을터..!?”
나는 여성의 입을 틀어막으며 침대 위로 넘어뜨렸으나, 여성의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내 머리에서 살점으로 위태한 벌레 몇 마리가 떨어져나와 침대에서 꿈틀거렸다.
“아아...뭐지..뭐가 어떻게 된 거지.”
꿈틀 거리던 내 몸은 상처를 급속도로 치유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작은 흉터 하나 없이 멀쩡하게 되돌아갔다. 나는 잠시 멍하니 꿈틀거리던 벌레를 바라보다 여성에게서 떨어져나와 버려둔 단검을 다시금 들어 올렸다.
“씨발...씨발..”
순간 꺼림칙한 직감과 함께 욕설을 내뱉으며 손가락을 하나 뜯어내 마구잡이로 썰어버리자 의태하고있던 벌레는 피와 같은 책을 흩뿌리며 침대 위로 굴러떨어졌다.
“어디까지...도대체 어디까지지?”
발가락도 뜯어냈으나, 그곳조차 이미 벌레였다. 허벅지도. 뱃살도 가슴살도 팔목도 팔뚝도 전부...전부 벌레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머리통의 살점을 뜯어냈고...방금전에 확인했듯 뜯어낸 살점으로 의태 했던 벌레는 꿈틀거리며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아가고자 몸을 움직였다.
“언제...그래 내가 여기서 탈출하려고 했을 때”
탈출? 내가 왜 여기서 탈출하려고 했지? 세상 안전한 벙커. 입구조차 괴물이 지켜주고 있는 이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어째서? 음식도 넘쳐났고 무언가 이유가...이유가 있었다.
[저를...기억해 주세요.]
[이름...을 알려주세요]
희미하게 보이는 아파트 너머로 방안에서 울고 있던 나에게 손을 뻗어주던 여자가 있었다. 괴물의 주인이 아닌 더 중요한 누군가가
“쿨럭”
나는 위액, (어쩌면 내부의 장기들로 위태한 벌레들이 토해낸 분비물일지도 모를 무언가)를 토해냈다.
아까 먹었던 여성의 손가락도 남성의 시체의 살점조차 없는 흰색의 액체만이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입을 찢어내고 싶다는 충동감에 손에 들고 있던 단검으로 입술을 자르고 볼살을 찢어냈으나 피가 조금 떨어질 뿐 상처는 금방 아물어 사라져버렸다.
“하...자신도 그 신체를 몰랐던 건가?”
“닥쳐...나도 이런 몸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야”
통증으로 인해 약간의 이성이 돌아온 나는 뒤를 돌아 여성을 쏘아붙였다.
“눈빛이 다르군 방금과는 다른 사람 같아”
“...뭔가 연결되어있던 실이 끊어진 기분이군”
여성을 보자 또다시 밀려드는 성욕과 식욕에 나는 황급히 단검으로 허벅지를 찔렀다. 생각할게 있다 이성이 조금이라도 되돌아온 지금 여성의 채취와 몸매에 취해있을 수는 없었다. 조금만 참자 이 위화감이 무엇인지 알아낼 시간이 필요하다.
“무언가가 기다린다. 여자 여자인가...”
나는 여성을 무시한 채 연기처럼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