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거미줄
“왜...멈춰있는거야? 으응..?”
[콰직]
내가 상념에 빠져 아무행동도 하지않자 여성은 자신의 손에 남아있던 남성의 피를 의도적으로 식탁위로 흩뿌렸다.
지금까지 맡아왔던 피 냄새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어딘지 모르게 식욕과 함께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달짝지근한 냄새. 그 감미로운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입에서 조금씩 흘러내리던 침이 마치 여성이 나를 처음 봤을 때처럼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몇 달은 굶은 것 만 같았던 극심한 공복감은 곧 죽어버릴 것만 같은 기어감과 갈증을 변이되어 버렸다.
“배가...배가고파”
“으..응 잔..뜩 먹어 헤헤”
“아아 젠장...!”
여성의 한마디와 함께 남아있던 가는 이성의 끈이 단숨에 끊어지는게 느껴졌다. 더 이상은... 정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음식의 뜨거운 온도조차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막무가내로 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음으로써 느껴지는 황홀한 만족감. 마치 하늘을 떠다닐 것만 같은 황홀한 쾌감이 전신에 감돌며 나를 즐겁게 만든다.
“맛있어...빌어먹을... 더럽게 맛있다고...”
한입 또 한입. 마치 마약처럼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머리에서는 도파민을 마구잡이로 분비시켜 뇌가 파괴해 되어 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음에도 손과 입은 내 통제에서 진작에 벗어난 듯 멈추지 않고 쉼 없이 눈앞의 모든 것들을 먹어치워 갔다.
‘음식, 더 많은 음식이 필요해’
“헤...헤”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여성이 손짓하자 내뒤에 대기하고있던 괴물에 의해 또 다른 전투식량이 식탁으로 올라왔다.
“좋아 행복해...”
나는 발열 팩조차 막무가내로 뜯어버린 채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뱃속의 아귀에게 던져주었다. 아귀는 나에게 행복을. 나는 아귀에게 음식을.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거래가 아닌가? 아무것도 문제 될게 없었다. 아무것도...
‘더 더줘’
“좋..아”
금새 바닥을 들어낸 두 번째 전투식량을 멀리 던져버린 채 또다시 새롭게 놓여진 음식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이 행복감을 영원히 느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아아 그래 아직도 배가 고프니까 이 행복감을 또다시 느낄 수 있다. 그래 부족함이 있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 뱃속의 고통이 있기에 나는 이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조금만 더’
“물..론”
아아 세 번째를 넘어 네 번째 전투식량을 비웠음에도 배속의 아귀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다시 감사하며 여성을 바라보자 다시금 음식이 나왔다. 이곳은 천국이 아닌가? 좋지 아니한가? 끝없는 행복. 끝없는 만족감.
벌레가 억지로 들러붙었던 손이 무척이나 간지러웠으나 멈추지 않고 다섯 번째 전투식량으로 향했다. 멈출 수 없었다. 멈춰서는 안 된다. 내 안의 무언가가 이 행복을 정령 끝낼 생각이냐며 강하게 나를 협박했다.
손이 가렵고. 배가 고프다. 공복감. 갈증...아아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여태까지 느꼈던 불안과 걱정과 다른 행복한 감정들로 세상이 돌아간다.
‘더욱더 많이 더욱더 많은 음식을 내게 줘’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 넣느라 말할 겨를도 없었기에 또다시 여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더 많은 나에게 달라고. 나에게 더 많은 쾌락을 달라고. 이 지옥 속에서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실감을 안겨 달라고.
“으..음 얼...마..든지”
이번엔 괴물의 손이 아닌. 여성의 손아귀에서 또 다른 ‘음식’이 내 앞에 놓였다. 몇 번째였더라? 여섯? 일곱? 아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맡았던 음식냄새 중에서 가장 죽여주는 냄새에 그만 숫자의 순서마저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식탁 위에 올려진 것에 손을 뻗어 덮석하고 물어 뜯었다.
‘아까 맡았던 그 달콤한 소스향기랑... 이게 돼지고기였던가? 닭고기? 아아 아무튼 용캐도 이런 걸 잡아왔네! 하하 괴물주제에 꽤 해주잖아?’
무척이나 달콤하다. 새빨갛게 잘 익어있는 ‘고기’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떠한 음식들 중에서도 가장 온몸이 충족되어가는 맛이었기에 괴물이긴 해도 일단 마음속으로나마 칭찬해주기로 했다.
“키이이..”
내 생각에 맞추어 기분좋은 듯 우는 괴물... 뭐 이젠 하다 하다 괴물마저 내 마음을 읽는 건가? 재밌네 푸핫
[까드득]
그건 그렇고 이거 씹는 맛이 있네 이 뼈에 붙어있는 근육들 하며. 신선한 내장과....내장? 아아 그래 이 분홍빛의 아름다운 내장...이랑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말랑말랑한 뇌 부분이 특히 중독되는 맛이....
[주...인..어디? 어디있는거야?]
“우에에엑”
어째선지 멀리서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에서 깨어난 듯 신체의 자유를 되찾음과 동시에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물들을 황급히 게워내 탁자 밑으로 쏟아냈다.
한참을 쏟아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토사물.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지? 얼마나 먹은 거야? 아니 도대체 뭘 먹은 거야?
“내...사냥감”
내가 구토를 하는 와중에 여성이 내생각에 맞추어 대답을 해주었다.
“사냥감이라고? 씨발 지랄하지마 이 빌어먹을새끼야!”
“으음..정말인..걸?”
여성의 손짓으로 무엇인지 모를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온다. 어린아이. 꼬맹이와 비슷해 보이는 그 아이가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부모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이미 ‘내가’ 사냥했는데도 그것을 아라차리지 못한 것인지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그 ‘음식’들을 지키던 꼬마는 그대로 내 손에 붙잡혀 천천히 아주천천히 목뼈가 꺾여 죽어간다.
‘나의’ 가느다란 손아귀에서 활발하게 고동하던 맥박이 점차 잦아들고 자신의 부모님들처럼 단순한 음식으로 변해가는 꼬마의 모습은 사냥이 끝난뒤 얻어낸 부산물들 중에서도 가장 양질의 것이었다는 전율감..
“그만, 그만해 내 머리에서 나가! 이상한걸 보게하지마!”
또다시 밀려오는 공복감과 기억들을 억지로 밀어내기 위해 책상에 머리를 마구잡이로 박으며 소리치자, 여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에는 내 앞에 ‘내’모습이 비쳐 보인다. 아니, 나지만 내가 아니었다. 미친 듯이 웃으며 한 마리의 가축처럼 괴물이 가져다주는 음식들을 마구잡이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워 가는 모습을 나라고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은 음식’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내 손이 멋대로 움직이며 나를 흉내내고 있는 무언가에 방금 얻어낸 사냥의 부산물을 건넸다.
잠이 든 것처럼 고이 잠들어있는 자그마한 ‘음식’의 몸이 그에게 점차 해체되어가는게 보인다. 뽀얀 살점이 무자비하게 물어뜯기고 연분홍빛의 내장이 입속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머리통을 그대로 으깨 냄새나는 입으로 집어넣는 역겨운....
“쿨럭, 쿨럭”
그래 분명 역겨워야만 하는 기억이었음에도 죄책감은커녕 일말의 동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나 자신이 내가 아니게 되어간다는. 신체를 넘어 이제는 기억도 감정도 이년의 손아귀에 쥐어졌다는 극심한 공포만이 느껴질 뿐. 이것도 여성에게 붙잡혀있어서 그런것일까? 아니면 본연에 내가느끼는 감정일까? 이젠 나조차 그것을 알수없었다.
“으...음”
여성은 그것마저 느끼고 있는지 잠시 고민하는듯하다 손을 뻗어 내 손을 맞잡았다. 누구의 피인지 모를 새빨간 혈액이 뚝뚝 떨어지는 나와 여성의 손의 체온이 부드럽게 교차한다.
공포심은 점점 옅어져 갔으며 그 자리를 행복감이 매꾼다.
“내 머리에 무슨 짓을 하는거야 저리 떨어져!!”
여성의 손을 뿌리치고 욕설로 매도를 한 다발 토하고 싶었으나, 이제는 그것마저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바로 전에의 식사로 머리에 연결된 실이 더욱더 견고해진 듯 여성의 대한 혐오감마저 조금 옅어졌고 공격할 의지마저도 저절로 상실되어갔다.
위험하다.
내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순간이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그전에 꼬맹이가 오지 않는다면...나의 자아는 완전히 이년의 손아귀에 잡혀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게 아닐까?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나한태, 나한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여성은 내 울음섞인 목소리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해맑게 웃으며 입을 맞춰왔다. 아직도 입가에 잔뜩 남아있는 토사물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혀와 혀가 얽히는 진득한 키스.
[주인...거기있는거야?]
“그만, 그만하라고!!”
혼신의 힘을다해 여성을 밀쳤으나 오히려 여성의 힘으로 밀쳐져 바닥을 뒹굴었다. 방금 내가 먹어치웠던 꼬마의 내장과 뼛조각들이 맨몸에 들러붙었음에도 나는... 나는 지금까지중 가장 깊게 흥분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쥐어 짜였었음에도 혈액의 취한 듯 여성의 가슴을 입안으로 집어넣어 빨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가 원해서 하는 행위였다고...나는 생각한다.
“좋..아 으..읏”
차갑다. 내가 차가운가? 여성이 차가운가? 이제는 그것마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여성의 거미줄에 얽힌 것 같아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뒤이어 여성의 쾌감이 연동되어 느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