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화 여성(2)
나와 여성을 제외하면 좀비도, 사람도, 심지어는 작은 벌레나 새조차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도로. 그 위에서 행해지는 내 세포 하나 하나가 전부 뿌리째 뽑혀나갈 것 같은 정열적인 교접.
“아..읏 아앙”
내가 꼬맹이를 만나기 전 수많은 밤을 홀로 지새우며 갈망했던 누군가의 온기와 뇌가 떨려올 정도의 엄청난 쾌락이 수없이 몸에 각인되어갔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과거의 네가 이 모습을 봤다면 부러워서 피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이지 안 그래?]
또다시 정신병이 악화하여가는 것인지 조금씩 또렷해져 가던 걸레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부러우면 언제라도 바꿔주겠다고. 팔이 무참하게 잘려나간 채 언제 그 좀비로 의태한 벌레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억지로 당하는 강간과도 같은 성행위에 망가나 야동에서나 보던 감정과 감정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성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더럽고 추악한 역간물만이 존재한다고.
[취향이 바뀌었네. 원래 그런 거 좋아했잖아? 더럽고 추한 돼지새끼...]
“닥쳐”
“저기...저기..”
내 욕설과 함께 그동안 겪었던 고생으로 조금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멋지게 부풀어 오른 나의 뱃살 위에 살포시 얼굴을 파묻은 채 몸을 이리저리 비비 꼬며 헐떡거리던 여성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한번...더 하..자”
신체의 새로운 변화가 정력에도 영향이 갔는지 무려 8번째 사정이었음에도 자지는 끝 모를 용맹스런 힘을 뽐내며 우뚝 서 있었고 여성 또한 마르지 않는 체력으로 다시금 자신의 보지를 꾹 조여왔다.
“질리지도 않는 거냐?”
“헤...헤 이...거 좋아..졌어”
여성의 멍한 얼굴이 또다시 성욕을 갈망하며 미소 지었다. 나와의 성교로 느끼는 쾌감에 의한 자신이 살아있다는 ‘기분’에 취해 있는 걸지도 모를 일이겠지.
“나를 쥐어짜 내서 완전히 말려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그만 멈춰 쓰레기년아”
의도적으로 약한 척을 하며 여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조금 움직여보았으나 여전히 단단한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몸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 녀석은...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거야?)”
쾌락에 허덕여 힘이 빠져있을 터인 지금에도 직접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패배감이 짖게 느껴짐과 동시에 문뜩 힘에 차이에도 굴하지 않고 나와 정면에서 싸워 이겼던 범죄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가 엉망진창으로 당했던 당시 자신이 싸움을 가르쳐주겠다고. 웃는 얼굴로 말하던 모습을. 그때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충격과 공포로 압뒤가리지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으나 그때 배워두었다면 지금 도망칠 수 있었을까?
내가 잠깐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끝끝내 여성이 다시금 몸을 꼿꼿이 새우더니 빙그레 웃어 보였고 곧이어 9차 연장전에 돌입하려던 순간, 누군가의 배에서 나온 지 모를 요란한 뱃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내배에서 난건가? 아니면 여성의 배였던가? 뇌가 쾌락에 너무 절여져서 그런 것 인지 현실이 조금 멀게 느껴져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이봐 배가 고프면 조금 쉬었다가...”
“키..에..”
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친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육중한 몸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괴물이 내가 올라왔던 사다리에서 몸을 드러냈다. 여전히 기괴하게만 보이는 면상에서 검을 침을 질질 흘리며 거미를 떠올리게 만다는 기다란 팔을 허우적거리는 녀석.
“염병...주인이 섹스할 때 방해되니까 숨어있었던거냐? 참 충실한 개새끼네”
“키...”
내 빈정거림에도 그 녀석은 자신의 주인을 의식해서인지 그저 조심스럽게 울음소리를 낸후 커다란 손아귀에 꽉 쥐고 있던 무언가를 우리 앞에 내려놓았다.
“...”
나와 마찬가지로 발가벗겨진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호감형 얼굴의 청년, 한참 섹스를 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끌려온 것인지 번들거리는 자지에서는 채 분출되지 않은 여분의 정액들이 살짝씩 흘러나오고 있었고 몸 여기저기에는 키스 마크 같은 것들이 잔뜩 찍혀있었다.
“방...해 그..리고 이...거 쓰레기..라고 했...잖아 버려”
“키...”
여성은 귀찮은 듯 녀석에게 인상을 쓰며 손짓을 했으나, 어째선지 괴물은 자신의 주인을 향해 남성을 들이밀 뿐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작은 울음소리만을 반복적으로 내지르며 자리에 서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않았다.
“으..음?”
여성은 무언가 이상한지 한 번 더 괴물에게 손짓하며 인상을 썼으나, 이내 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내 쪽을 내려다보았다.
뭐지? 괴물은 여성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었던 건가?
“너...”
기분탓 일지는 모르겠으나 어째선지 여성이 반짝거리는 눈빛과 함께 나에게 손을뻗었고... 그와 동시에 수천, 수백의 개미가 일제히 뇌의 한 부분을 갉아먹는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인육을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와 식욕, 여성의 대한 혐오가 옅어져 가는 나 자신이 내가 아니게 되는 엿 같은 감각. 알 수 없는 수많은 속삭임...
“끄으읍!”
신음을 억지로 삼켰으나 뒤이어 들어오는 감정들에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주인에 대한 걱정, 식욕, 번식, 충성심,
‘배고파’
‘아파’
‘먹을 거’
괴물이 여성을 보며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들이나 누구인지 모를 사람들의 목소리가 마구잡이로 머리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만, 그만해!”
“그...러네...”
주륵하고 코에서 끈적한 코피가 흘러나오자 여성이 내 곁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언뜻 바닥에 꼴사납게 나자빠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내 모습이 보이는 것을 끝으로 문이 닫힌 듯 내 정신을 마구잡이로 범해가던 원초적인 생각들이 일순간에 멈추어졌다.
“뭐가...어떻게”
여성의 손짓에 내 몸이 멋대로 일으켜 세워졌다. 아니, 아니 내의지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새운 건가? 내 의지인가? 여성의 의지인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여성의 곁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억지로 멈춰 새운 뒤 자리에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방금욕설을 내뱉은 입이 정말 내 입이 맞는 걸까? 나는 마구잡이로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마치 자각몽을 꾸는 것처럼 현실이 더욱더 흐릿하게만 보일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생각이 옅어지고 머리에는 열이 올랐다. 나를 인지할수조차없는 커다란 열기 마치 전에 걸렸던 독했던 감기와도 비슷한 감각... 아아 그렇다. 이거 내가 독감으로 누워있을 때 느꼈던 고통과 아주 비슷했다.
“쿨럭..”
“굉...장해”
뜨거운 피를 한바가지 토해내자 흐릿한 현실의 망망대해를 헤매던 나를 여성이 팔로 안아 들었다. 차가웠던 여성의 신체는 어느덧 내 체온에 완전히 뒤섞여 이제는 차갑기는커녕 뜨겁기 그지없었으나 그와는 반대로 내 몸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내 모든 게 사라지는 것처럼. 무언가에 덮어씌워 지는 것처럼. 차갑고 차갑게.
“밥...먹자”
“이거 놔”
뚜벅뚜벅. 내약한 저항에도 여성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기어코 내가 탈출했던 구멍 안으로 몸을 날렸다. 역한 시체에서나 날법한 바람이 풍겨오며 나와 여성은 마치 지옥구덩이로 떨어지는 것처럼 깊숙이 떨어져 내려갔다.
◆
여성이 처음 나에게 전투식량을 주었던 공간 안에서 우리는 서로 마주 본 상태로 식탁에 앉아있었다. 전등은 여전히 깜빡거렸으며, 벌레는 괴물의 손안에 들린 남성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주인의 먹으라는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
“키에엑”
여성의 한마디에 괴물이 식탁 위로 남성과 전투식량을 미숙한 손놀림으로 올려놓았다.
“먹어”
내의지인지 여성의 의지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내손은 이미 발열 팩을 잡아당기고 있었고 여성은 내 행동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른 채 여전히 잠들어있는 남성의 배에 손을 뻗었다.
[촤악]
피가 사방으로 튀었음에도 남성은 여전히 고른 숨을 내쉬며 잠에 빠져있었다.
“...”
아픔도 고통도 없이 그저 조용히 피를 흘리며 조금씩 여성의 손에 의해 해체되어가는 남성. 대장과 내장을 포함한 하반신이 제일 먼저 두마리의 벌레무리에게 던져졌고 뒤이어 심장과 위장 같은 상반신은 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괴물에게 던져졌다.
“저...건 이미 사..냥이 끝난 거야”
마지막으로 자신의 수중에 남아있던 남성의 머리통을 손위에서 통통 튕기던 여성은 나에게 작게 읍조렸다.
“...안물어 봤다만?”
“으..응 필…. 요 없는…. 쓰레기 였어”
내가 그렇게 쏘아붙이자 여성은 표정을 찡그리더니 이내 남성의 귀부분을 물어뜯었다.
“역...시 맛...없어”
맛이 없다는 것치고는 여성은 남성의 머리통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워 갔다. 과자처럼 잘근 잘근 씹어 삼키는 두개골이라던가, 질척거리는 뇌수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눈알 등 분명 식욕이 떨어질 만한 광경이었음에도 내 입에서는 여성처럼 침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참을수없을만큼의 식욕.
설마 일어나서 지금까지 느꼈던 식욕도 여성의 식욕이었던건 아닐까? 마구잡이로 입안으로 시체를 집어넣는 여성의 모습에 나는 얼굴을 쓸어넘기며 생각했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이 여성에게 얽혀버린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