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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프로토타입의 행방(2)


가득 쌓여있던 종이들을 전부 밖으로 끄집어내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은 나는 서랍까지 전부 뒤집어 엎어 알약들이 가득 담겨있던 작은 약통들과 물병에 들어있는 새하얀 액체 등 약품으로 보이는 것들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전부 끌어모았다. “더럽게 많네 쯧, 이것들을 전부 실험해보는 수밖에 없나...” 창고 안을 먼지 한 톨까지 전부 털어낼 정도로 꼼꼼하게 뒤적여 모은 약품의 개수는 물약은 20개 안팎, 알약은 대략 백 가지 정도였다. 생김새는커녕 물약인지, 알약인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이 중 하나가 종이에 쓰여있던 백신의 프로토타입일 가능성은 있었다. 아니 반드시 이 중 하나일 것이 틀림없었다. “오늘 안에 반드시 찾아낸다...” ◆ 마음을 뒤덮은 초조함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이빨을 갈며 좀비를 찾아 장벽 주위를 내달리기를 한참, 마침내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듯 보이는 여성 좀비 한 마리가 정처 없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어어어...”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히자 여성 좀비 또한 냄새를 맡았는지 코를 벌름거리면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기에, 재빨리 녀석의 사각으로 달려들어 오른팔과 왼팔을 붙잡아 뜯어버렸다. “키에에엑!” 마치 낡은 인형처럼 간단하게 뜯어진 좀비의 양팔과 거무튀튀한 혈액들이 축축한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자 여성 좀비는 그제서야 등 뒤로 다가온 나를 눈치채 사납게 이빨을 들이밀었다. “지금은 인정사정 봐줄 만큼 여유 없으니까 얌전히 따라오란 말이야!” 저런 시체가 꼬맹이와 똑같을 리 없는데도 입안에서 풍겨오는 썩은 망자 특유의 냄새... 꼬맹이와 닮은 그 시체 특유의 냄새가 무척이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 주먹을 쥔 손에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 이빨 새우지 마라 개 같은 걸레 년아 아가리 닫아 이제와서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단 말이다!” 간신히 힘을 적당하게 조절한 주먹을 턱에 꽂아 넣어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입을 다물게 만든 다음 있는 힘껏 다리를 걷어차 뼈를 부러뜨려 좀비를 넘어뜨렸다. 입은 몰라도 다리는 더 이상 필요 없겠지. 쓰러진 좀비의 몸통을 살짝 즈려밟아서 자세를 고정하고 양손으로 다리를 하나씩 붙잡아 힘을 주어 단숨에 뜯어냈다. 뚜드득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양팔과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양다리가 뜯겨나간 좀비는 마치 팔다리가 뜯긴 벌레처럼 바닥에 쓰러져 꼴사납게 버둥거렸다. “크엑...키에에...” 좀비를 완벽하게 제압해 꼬맹이를 위한 실험체를 확보했음에도 엿 같은 기분은 가라앉기는커녕 가슴속에서 더욱더 날뛰어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어째서, 이런 기분을 느껴야만 하는 걸까? “...닥쳐 닥치란 말이야!” [퍼억! 퍽!] “그어... 어어” 신경질적으로 여성 좀비의 머리를 몇 번 발로 걷어차 분풀이하고는 머리채를 붙잡자, 꼬맹이의 머리를 만졌을 때 느껴졌던 푸석푸석한 감촉이 손끝에 퍼져 속이 울렁거렸다. [지켜... 주신다고 했잖아요 어째서...] 머리채를 붙잡힌 여성 좀비가 꼬맹이의 목소리로 외쳤다. 지켜준다는 약속을 기억하라고... 그렇게 절규했다. [꼬맹이와 이 여성이 다른 점이 있는거야? 같은 좀비잖아 사람을 차별하는걸 니가 가장 싫어했으면서] “이딴건 사람이 아니야...꼬맹이도 아니야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살아있는 시체다” 꼬맹이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저 감염되어 죽은 망자일 뿐, 꼬맹이는... 꼬맹이는 이런 썩은 시체 새끼들과 다르다. 다급히 의사가 줬던 약통을 꺼내 입안으로 털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 꼬맹이랑 연관되면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기분이야.” 마음속의 의문을 무시한 채 저항하지 못하는 좀비를 바닥에 질질 끌며 준비를 끝마쳐 놓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덜컥] 깊은 망상의 구렁텅이로 빠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 나는 잿더미 위로 여성 좀비를 던져놓은 뒤 손에 남은 기분 나쁜 감촉을 털어내려 손을 옷에 격하게 문질렀다. “그어..그르르” 옷이 해지고 문지르던 손에서 피가 나올 정도가 되고 나서야 간신히 마음이 진정되었기에 가쁜 숨을 몰이 쉬며 편의점에서 나가기 전 미리 가져다 두었던 시체 중 하나의 팔을 뜯어냈다. “키에에엑!” “시끄러워 닥치라고 했잖아 실컷먹게 해줄태니까 제발 닥쳐!!” 피냄새가 퍼지자 흥분해 소리를 지르는 좀비를 무시한채 나는 의사가 쓰던 것으로 보이는 찾아낸 메스로 팔을 난도질한 뒤 그 틈 사이로 알약을 쏟아 넣었다. “아가리 벌려... 진짜 배가 터질정도로 먹여줄거니까” 꼬맹이에게 식사를 줄 때와는 달리 나는 약을 섞어 넣은 팔을 좀비의 입으로 강하게 쑤셔 박았다. 너무 거칠게 밀어 넣어 여성 좀비의 입이 찢어져 피가 떨어졌음에도 좀비는 물론 나조차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역겨워” “우적... 뿌드득” 약이 섞인 팔은 눈 깜짝할 사이에 좀비의 배속으로 들어가 사라졌고 며칠은 굶긴 거지처럼 전부 먹어 치운 좀비는... 놀랍게도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 같은 새끼한테 운이 따라줬다면 꼬맹이는 감염 따위 되지 않았겠지. 아니 애초에 그 엿 같은 배신자 새끼들을 만날 일도 없었으려나?” 나는 자조적으로 자신을 비웃으며 방금 시체에 집어넣은 약이 담겨있던 약통을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남은 건 알약의 숫자는 100가지 아직 먹일 건 많이 남아였기에 실망할 틈 따위 없었다. “꼬맹이 이외의 상대에게 밥을주다니...바람을 피우는 기분이야” ◆ 시체들의 몸을 잘게 잘라 약을 집어넣은 후 좀비에게 먹인다. 그 간단한 일이 쉼 없이 반복되어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지만, 기껏해야 아주 아주 약간 울음소리가 격해진 정도일뿐 그 어떠한 알약도 좀비에게 극적인 변화를 주지 못했다. “푸흣, 푸하하하 씨발 전부 꽝이냐? 알약은 아니었다 이거지?” 좀비의 배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으며, 남은 시체도 실험할 알약도 전부 떨어졌다. 결과는 전부 꽝. 웃지라도 안으면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 있어야 해 반드시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손에 쥐고 있던 마지막 약통을 바닥에 내팽개친 나는 하얀색의 물약을 주사기에 옮겨 담았다. 꼬맹이의 미소를 보고 싶다. 꼬맹이의 그 따뜻한 체온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하아...하아 씨발 뭔가 보여달란 말이야 조그마한 뭔가라도 좋이니까 제발” 나는 필사적으로 신에게 빌며 여성 좀비의 목을 붙잡아 약을 투약했다. “그에...” 목구멍까지 먹어 치운 시체가 가득 찼는지 울음소리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던 좀비. 실패 물약도... 실패였다. “이번에도...” 물약을 내려놓으려는 그 순간 좀비의 몸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별한 반응. 이거였던 건가? “그엑... 그에 에에!!” [펑!] 내가 좋아서 방방 뛰려던 찰라, 좀비의 눈알이 터져 내 몸에 튀었고 부들거리던 좀비의 몸 또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방금까지 느껴지던 환희는 거짓말처럼 절망감으로 뒤바뀌었다. “씨발 씨발...” 신이 나에게 장난을 치는 기분이었다. 너는 절대 백신을 찾아낼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다급히 주사기를 들어 올려 다른 물약을 투약했다. 알약과 달리 물약들은 가지각색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작게는 살짝 몸이 자라난다 던가 가슴이 커진다던가 하는 변화부터 등에서 손이 자라난다던가, 눈알이 터져 비어버린 눈구멍에서 치아가 자라난다던가, 새파란 몸의 색깔이 가지각색으로 바뀐다던가 하는 큰 변화까지. “전부 돌연변이를 촉진할 뿐이잖아 백신은... 백신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건대!!!” 그럼에도 백신의 치료제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물약을까지 그저 좀비를 돌연변이처럼 인공적으로 진화시키는 약인 쓰레기일뿐. “하하...” 자리에 주저앉아 공허한 웃음을 터트렸다. 종이의 내용은 전부 거짓말일 뿐이었나? 상황을 보면 의사도 죽었다. 약의 개발을 하는 새끼들도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어쩌면 전부 죽었을지도... “어쩌면 약이섞여서 그랬을수도있어 처음부터 다시...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하면” “여, 여기 계셨네요” 비척비척 던졌던 약품들을 힘없이 들어 올리던 도중 여성이 무전기를 손에 쥔 채 나에게 다가왔다. “저를 또 내버려 두시는 건 줄 알고...” “꺼져” “있죠.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상대를 겹쳐보는 게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광기에 번뜩이는 눈빛에도 여성은 눈을 돌리지 않고 나를 마주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어 나를 자극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한 듯 보이는 어두운 눈동자로 자신을 꼬맹이의 대체재로 생각하라는 말과 종용하는 것처럼 두팔을 벌린 여성.... 나는 그런 여성에게 달려들어 목을 졸랐다. “니가 뭘알아” “잘...알아요 전부 아니까 하는...말이에요” 여성의 탁한 눈동자는 지금 여기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것처럼 평점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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