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미쳐버린 딸쟁이와 학교(2)
“알겠으니까 당장 나한테서 떨어져!”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 귓가에서 속삭이던 대머리를 밀어 떨어뜨렸지만, 아직도 역겨운 숨결이 남아있는 것 같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좋아 좋아 그렇게 활기차게 나와야 내 동생이지 결행 일은 내일 밤이니까 그렇게 알아둬”
“빌어먹을 새끼... 작전은 있는 거냐?”
대머리는 당황하고 있는 내 모습을 비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동생 저번에 니 동료... 가 아니라 너를 배신한 쓰레기 같은 년이랑 같이 침입했던 곳 기억하고 있냐?”
나는 잠시 숨을 돌린 뒤 천천히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서 나를 배신한 빌어먹을 걸레 년과 함께 학교를 탈취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걸레 년이 잘 안 보이는 곳에 있는 개구멍 하나를 알려줘서 거기로 들어갔다. 나 같이 돼지 같은 체형도 쉽게 지나갈 수 있는 곳이니 웬만한 사람들은 전부 지나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마 그곳은 진작에 걸렸을 거야 점령당한지 한참 지났고 한번 뚫려서 빼앗겼던 곳이니까”
“아아 그런 걱정은 하지마 그 엿같은 학교에서 살아돌아간것도 나 하나고, 꼼꼼한 나조차 놓쳤던 곳이니 아마 낙천적인 그 새끼는 구멍이 있는줄도 모르고 있을 거야, 게다가 내통자들이 잘 숨기고 있다고 계속 보고가 들어오는 상황이니 말이야”
“그럼 네가 당한 걸 똑같이 재현이라도 하려고?”
내 한마디에 여유 넘치던 대머리의 표정이 움찔거리며 떨렸다. 진짜 나한테 당한 걸 똑같이 하려 든 건가?
“푸하하 성격도 급하네! 지금부터 작전을 말해줄 테니까 잘 들어 동생, 너는 그저 그 개구멍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서 날뛰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나머지는 이 형님이 전부 처리할 거니까 뭐, 혼자가 불안하면 게이나 덩치도 데리고 가면 되지만 방해만 될 뿐이란 거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겠지?”
굳어있던 대머리는 애써 웃음을 터트리며 내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니가 당한 걸 똑같이 하겠다는 거잖아 굳이 이렇게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지 않아? 예를 들어 배신한 새끼들한테 음식에 독을 섞어 넣으라던지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든지 그런 거 있잖아 나야 그때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런 위험을 감수한 거라고”
“잘 들어 멍청한 사냥개 새끼야 나는 내가 당한걸 그 새끼도 똑같이 당해봤으면 하는 거야, 내가 막는 걸 실패했으니 그 새끼가 어떻게 나오나 봐야지 안 그래?”
나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머리를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대머리의 귀에는 내말따위 들리지 않는 듯 보였다.
“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그때처럼 나 홀로 적진으로 침투해 들어가 싸우라는 말이었음에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다는 듯 스스럼없이 말을 내뱉는 대머리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따위로 엉터리 같은 말이 진짜 작전이라는 말인가?
“후우... 욕한건 미안해 동생 너는 삼국지로 따지면 여포 같은 녀석이잖냐 괜히 옆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방해밖에 안돼 난전에 들어가면 통솔력은 제로에 가깝고 지력도 어중간하고 믿을 건 그 몸뚱이 하나니까 너를 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개소리 집어치워”
“그렇게 화내지말고 들어봐 우리도 노는 게 아니니까 노예들과 나는 당당하게 정문으로 쳐들어가서 시선을 분산시킬 거다. 그때보다는 훨씬 편할꺼다 나보다 약한 녀석들 투성이었으니까”
오랜만에 보는 반들거리는 송곳이 내옆을 스쳐 지나가 벽에 박혔다.
“그러는 틈에 네가 안으로 들어가 나에게 가담한 새끼들과 합류해서 남은 잔당을 처리, 그대로 정문 쪽으로 합류해 대장 녀석을 앞뒤로 공격한다. 이게 내가 생각한 그림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 혼자는 절대 무리다 좀비라면 모를까 무기를 갖추고 훈련까지 하는 것 같은 인간들이 본격적으로 경계를 하는 장소로 들어가는 건 그냥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야야 동생 좀 봐줘라 솔직히 말해서 그 새끼들 몸집이나 무기 면에서 봤을 때 버티는 것도 아슬아슬해서 인원을 못빼줘, 니 괴물 같은 몸은 웬만한 무기로는 작은 상처밖에 안 나니까 걱정없잖아?”
도서관 여성과 몸을 섞고 조금 더 친근해진 게이와 덩치와의 생활로 인해 한층 더 정신이 안정화되어있는 지금의 내 몸은 당연하게도 이주일 전보다 더욱더 약해진 상황이었다.
“(심지어 날아오는 송곳조차 잘 보이지 않았어)”
만약 이 상태로 적의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면 얼마 안 가 죽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마치 나를 가늠하는듯한 대머리의 끈덕진 시선에 의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눈치챈 듯 다시금 내 곁으로 다가와 어깨동무를 걸치는 대머리를 무시하며 나는 마음속으로 방금 보았던 인원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시작했다.
“(방금 여기로 들어왔던 녀석들 전원과 싸워서 이기는 건 절대 무리 뭔가 방법이…. 무언가 방법이 없는 건가)”
“야 밖에 있는 애들 몇 명…!”
“비켜 새끼들아, 형 저 왔어요! 좀 늦었죠?!”
벌컥 하고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게이에 의해 피바람이 몰아치듯 거칠어졌던 분위기가 단번에 환기되었다.
들어온 사람이 하필 게이였음에도 어찌 됐든 한 사람의 변수에 의해 대머리 또한 당황한 듯 작게 혀를 차며 내 몸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되었고 나는 처음으로 게이에게 감사하게 된 날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 넘겼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는 무리다 최소 다섯은 부쳐줘”
“아오. 지킬게 늘어나니까 갑자기 겁이 많아졌네 동생?!”
대머리는 잠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고민했고 이내 나와 게이를 번갈아 보다 손을 번쩍 들어 올려 항복 자세를 취했다.
“쯧 3명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이야 여기서 더 빼면 네가 날뛰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무너져 죽어버릴 거다”
기껏해야 게이와 덩치 그리고 나까지 포함 총합 6명이 거점을 점거하고 있는 인원들 전부를 정리한다…. 확실히 혼자보다는 낫긴 해도 아직 불안한 인원수인 건 확실했다.
“안쪽에서 합류하는 인원수랑 남는 인원수는?”
“예상한 바로는 남는 쪽은 끽해야 60~70 명언 저리 그중 나에게 합류하는 인원은 15명이다. 머리에 큰 x 표가 있는 모자나 두건을 쓴 쪽이 우리 편이니까 착각하지 말고 잘해라? 네가 침입하는 걸 신호로 모두가 움직일 거니까”
정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듯 대머리는 그대로 옆에 있던 술의 마개를 따 단번에 입에 털어 넣고 입을 다물었다. 아마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라는 거겠지.
“...”
내가 일어서며 아무 말 없이 노려보자 대머리는 피식 웃음을 띄워 보였다.
“내가 당했던 대로 그대로 해줘, 그래야 그 새끼도 내가 왜 막지 못했는지 이해하고 반성 할태니까….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도망치지 마라? 끝까지 싸워”
확실히 무엇인가를 눈치챈 듯한 분위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럴 생각 죽어도 없으니까 닥치고 준비나 잘해놔”
조금 더 대머리의 속을 떠보고 싶었지만, 가슴속에 박힌 초조함이란 감정이 멋대로 입을 움직였고 떨리는 발걸음으로 게이와 함께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형 괜찮으세요?”
“어, 역한 냄새를 맡아서 잠깐 어지러웠을 뿐이야 걱정하지마”
“형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거겠지만요...아하하 그래도 무리는 하지마세요 ”
◆
나를 배려한 것인지 이후 조용히 입을 닫고 따라오는 게이 덕분에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은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덩치와 게이, 그리고 여성을 불러 모아 대머리가 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전해주었다.
“그, 그게 괘, 괜찮으신 건가요?”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모두 조용한 가운데, 여성이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괜찮지 않아 방금 말했다시피 대머리가 나한테 붙여주는 인원은 3명 그리고 적 내부에 아군이 15명, 기습이 성공해서 한 사람당 하나씩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배 이상의 적이 남아있어…. 이후 정예부대를 뒤에서 치라고까지 했으니 우리보고 죽으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형이라면 어찌어찌 살아나시겠지만, 저랑 덩치는 무리라고 생각해요 확실하게 죽겠죠”
“...그래도 이런 말 해서 미안 하지만 둘 중 하나는 나랑 같이 가 줬으면 한다. 지금 시점에선 한 사람이라도 더 있어야 편해”
“...제,제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형님께 지금까지 받은 빚을 갚을….”
게이의 말에 깊게 생각에 잡겨있던 덩치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 발언하려는 순간, 게이가 몸을 움직여 덩치를 막아섰다.
“미안 덩어리 내가 갈 거야 너는 집이나 지키고있어”
“게,게이 형님 이게 무슨...”
눈물을 흘릴것만 같은 덩치는 게이를 바라보다 시선을 내리깔았다.
“게이가 아니라니까 나도 남자다 이거야 형 저랑 같이가시죠, 같이 순찰한게 몇 번인데 이 덩어리보단 합이더 잘맞지 않겠어요?”
“혀,형님!!”
“야야 너 조폭이였다며!! 무슨 눈물이 그렇게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