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애니멀 플레이 _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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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플레이 _ 6화
하지만 그는 그것조차도 알아챈 건지 팻캠을 통해 말을 걸어왔다.
“배 안 고파?”
나는 팻캠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배고파…”
“거기 챙겨주고 왔잖아!”
“저건 안 먹을래…”
“왜?”
“진짜 사료 같잖아!”
“무려 초코 맛 시리얼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생긴 게 너무 사료같이 생겼잖아”
“맛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야?”
“됐어! 안 먹어!”
“음… 먹는 모습은 꼭 보고 싶었는데”
“흥”
“진짜 안 먹을 거야?”
“응! 언제 와?”
“글쎄? 잘 모르겠는데?”
“빨리 와…”
“왜? 보고 싶어?”
“너무 심심해”
“가지고 놀 장난감이라도 하나 줄걸 그랬나?”
“싫어! 절대”
“뭘 그렇게까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켜달라고!”
“응… 알겠어…”
“빨리 오기나 해!”
“그래 그러면 잘 놀고 있어!”
“놀 게 없다니까!”
내가 버럭하고 지른 소리는 그저 집안을 메아리치기만 할 뿐 그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또다시 혼자가 된 기분을 느낀 나는 할 수 있는 게 그저 창밖을 바라보는 것뿐이었고, 점점 그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며 버틸 뿐이었다.
그렇게 창밖만을 바라보던 중 익숙한 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옷을 하나도 입지 않은 것조차 잊고는 창문에 몸을 밀착시키며 반가움을 표현했고, 그 차는 당연하게도 집을 향했다.
나는 목줄이 닿는 곳까지 마중을 나와 그에게 뛰어들 준비를 했고, 그는 함께 온 매니저를 돌려보낸 뒤 집으로 들어왔다.
뜬금없긴 하지만 집에 하루 종일 방치되던 반려견들이 주인 오는 소리에 맞춰 날뛰는 이유나 신나 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나는 현관으로 들어오는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내달렸고, 얼마 가지 않아 목줄 때문에 뒤로 잡아당겨지며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그는 내가 다친 줄 알았는지 서둘러 뛰어오며 나를 안아 들었고, 나는 그대로 곧장 그를 끌어안으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그를 보는 게 평소보다 몇 배는 반가웠고, 그 때문인지 눈에는 의도치 않은 눈물까지 보이게 되는 것 같았다.
“우… 울어?”
나는 내가 울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 반가움을 표현하는 중이었고, 그의 말을 듣고는 곧장 팔로 눈을 닦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우…울긴 누가!”
“방금 눈물이…”
“아냐! 이건 좀… 반가워서 그랬을 뿐이야!”
“그렇게 반가웠어?”
“너무 반갑다고!”
나는 여전히 그의 품을 파고들며 칭얼거렸다.
그는 손도 대지 않은 사료 그릇을 쳐다보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고, 내 목에 걸린 목줄을 풀어주며 말했다.
“하여튼 고집은…”
나는 그의 시선이 향하는 사료 그릇을 보고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헤헤…”
“이러다가 내가 집을 오래 비우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몰라!”
“그러면 이제 우리 강아지 뒷정리나 해줄까?”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무언가 번뜩이며 떠올라 버렸고, 그대로 그의 품에서 튀어 올라 누워있던 쿠션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내 팔을 잡아 그대로 뒤로 넘어뜨리며 내가 가려 했던 쿠션으로 향했고, 숨기는 걸 봤던 건지 그 아래 깔려있는 축축한 배변 패드를 꺼내 들었다.
“으윽…”
수치심이 밀려든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에 쥔 배변 패드와 바닥에 깔린 패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가 나를 놀리기라도 하던가 장난이라도 쳤다면 수치심이 덜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것들을 치우는 모습에 나는 더욱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그는 내가 사용한 모든 것들을 치우고는 다시 내게 돌아왔고, 그런 그의 손에는 커다란 샤워 가운이 하나 들려있었다.
“응…? 이건 왜?”
“얼른 가서 샤워하고 이거 입고 나와”
“응…”
“나오면 맛있는 요리 해줄게”
요리 얘기에 신이 난 나는 활기차게 대답하고는 서둘러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응!! 알겠어! 금방 다녀올게!”
나는 샤워를 하며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그를 만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그만큼 함께한 시간이 많은 상황도 아닌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렇게나 그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플레이의 일종으로 그의 집에 와 있는 것이고,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몇 시간의 플레이를 한 것뿐이지만 어째서인지 나조차도 그 상황에 녹아들어 가고, 물들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남들보다 잘생긴 탓도 있겠지만 의외로 능숙하게 상황을 이끌어가는 모습과 그런 플레이들을 원활히 이끌어갈 재력, 그리고 시간이나 상황적 여유까지 모든 걸 갖춘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게… 정신 개조 같은 건가…’
혼자만의 망상을 마친 나는 그가 건네준 샤워 가운을 입고 머리조차 말리지 않은 채 부엌으로 향했고, 그는 그런 나를 보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배고파?”
“응? 배는 고프긴 한데… 왜?”
“머리도 안 말리고 그렇게 급했어?”
“아… 이건 그냥 귀찮아서…”
“이리 와 그러다 감기 걸려”
그는 내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고, 나는 결국 그의 손에 이끌려 화장대 앞에 앉게 되었다.
그는 능숙하게 드라이기를 켜고는 내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고, 나는 알 수 없는 포근한 감정을 느끼며 점점 더 녹아들어 가는 것 같았다.
분명 전날에 한참이나 잤고, 낮에 그가 집을 비우는 동안 낮잠을 잤는데도 포근한 손길 때문인지 잠깐 졸아 버린 모양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졸다가 옆으로 쓰러지는 나를 붙잡아 주며 말했다.
“나중에 우리 같이 머리하러 갈까?”
“응? 머리?”
“머리 자른 지 얼마나 됐어? 좀 덥수룩한 거 같은데”
하긴 그의 말을 듣고 떠올려 보니 내가 여자의 몸을 가지게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머리를 자른 적이 없었다.
애초에 남자 머리일 때는 짧아서 그런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금방 티가 났는데, 여자의 머리는 한참이 지나도 비슷한 느낌이라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것 같았다.
“나중에 내가 가는 샵에 같이 가볼래?”
“에? 내가?”
“그냥 샵이야! 메이크업도 해주고 그러는?”
“그런 데는 연예인들이나 가는 거 아니야…?”
“시간대가 맞으면 연예인을 볼 수도 있지?”
“비쌀 거 아냐!”
“한 번 제대로 받으면 몇십만 원 들긴 하지”
“내가 무슨 그런 돈이 있다고…”
“걱정하지 마 그건 내가 내줄 거니까”
“으엑 그런 부담 주긴 싫다고”
“부담? 아니야! 내가 꾸며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같이 가보자”
“으음…”
“알겠지?”
“응… 알겠어”
“자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우리는 다시 거실로 돌아와 그가 요리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에 간단히 토스트를 먹고 하루 종일 굶었던 탓인지 나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많이 배고팠나 보네…”
“응!”
그는 잠깐 동안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다음은 언제 할래?”
“다음? 뭐를?”
“오늘 했던 거!”
“아? 맞네… 한 번 더 하기로 했지?”
“이번에는 1박 2일 정도 해볼까?”
“너무 힘들 거 같은데…”
“뭐가 제일 힘들었어?”
“할 게 없다는 거?”
“음… 그러면 역시 장난감을…”
나는 옆에 앉은 그의 허벅지를 꼬집어 버렸다.
그는 한참이나 허벅지를 매만지며 아파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다음에 1박 2일 할 때는 뭐를 더 해볼까?”
“여기서 뭘 더 추가하자고?”
“뭔가 조금 아쉽지 않아?”
“전혀! 이미 힘들어!”
“그래? 난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그렇게 눈까지 반짝이며 말하니까 좀 무서운데?”
“꼬리!”
“에?”
“내가 알기로는 애널에 하는 플러그에 꼬리가 달려 있는 것도 있다고 아는데?”
“응… 그렇지?”
“너는 애널 경험이 많은 편이라며?”
“괜히 말했다…”
“그거랑…”
“뭐가 또 있어?!”
“큰 거 말고, 안에 쏙 들어가는 진동기 정도?”
“1박 2일을?”
“아니! 그건 넣고는 있는데 켜는 건 내가 핸드폰으로 조종하는 거자!”
“으악!! 더 싫어!”
“근데… 어쩔 수 없어…”
“왜?”
“이미 오늘 돌아오는 길에 사 왔거든”
“에에…?! 미친 거 아니야?”
“정말 해보고 싶었다고!”
“언제 할 건데…?”
“글쎄… 언제 할래?”
“일단은 바로 내일 하고 싶진 않아”
“왜?”
“그야… 어제도 말없이 외박한 건데 하루 정도는 집에 들어가서 같이 시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음… 갈아입을 옷도 그렇고… 그건 그렇네”
“응!”
“그럼.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오늘은 밥 먹고 집에 데려다줄게!”
“에…? 그렇게 바로?”
“왜?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단…”
“뭐야? 왜 그러는데?”
“강아지가… 잘 얌전히… 기다렸으면 상이라도…”
“상?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아이참…!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섹스하고 싶다고!”
그는 바라던 얘기를 들은 것처럼 씩 웃어 보이고는 나를 품에 안은 채 2층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