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애니멀 플레이 _ 1화
애니멀 플레이 _ 1화
그 후로 내게서 영상을 받아 본 그는 알 수 없는 쾌감에 전율까지 흐를 정도였다고 했다.
그 뒤로도 나는 그와 연락을 지속하고 만남을 지속하며 서로 말을 놓을 정도로 친해지게 되었고, 종종 온라인 플레이를 지속하기도 했다.
지금껏 지수와 나는 내가 그동안 벌어뒀던 돈으로 생활해 왔지만, 그 마저도 점점 바닥이 나는 바람에 근처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나도 그녀와 함꼐 알바를 하려고 알아봤지만, 지수는 괜히 내가 밖에 나돌아 다니는 게 더 사건을 만드는 것 같다며 집에 얌전히 있으라고 했고, 오히려 내가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집에만 머무르며 종종 온라인 플레이를 즐겨했고, 간혹 민준 오빠가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의 전부였다.
오늘도 그가 해외에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었고, 특별히 그의 요청에 따라 나는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소속사가 있는 유명한 모델이라서 그런지 매니저와 동행하고, 차량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굳이 나를 당장 봐야겠다는 소리에 결국 무거운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것이었다.
나는 출국장에 일찍 도착해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염탐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아현이는 그때 그 성인용품점 사장님과 아직도 잘 만나고 있는 것 같았고, 뜬금없이 재영 오빠와 서아 언니가 사귀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둘 다 나와 관계나 에피소드가 있던 사람들이랑 그런지 미묘하게 신경이 쓰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시간을 보내던 중 커다란 비행기가 도착이라도 한 건지 사람들이 출국장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앉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민준 오빠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멀리서 봐도 뚜렷하게 보일만한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었고, 그건 분명 민준 오빠임이 분명했다.
그는 키가 큰 탓인지 사람들 위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마 출국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그의 외모를 보고 입을 벌린 채 감탄했을 게 분명했다.
괜히 위축된 나는 소심하게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멀뚱히 서서 기다렸다.
그는 끌고 오던 캐리어를 동행한 매니저에게 부탁하며 맡기고는 내게 뛰어왔다.
그는 내 눈앞에 서서 한참이나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안 반가워해?”
“굉장히 반가운 상태인데?”
“그런 거라면 와서 와락하고 안기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여긴 보는 눈도 많고… 혹시 오빠를 알아보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떡해”
“뭐 어때?”
“뭐 어때는 무슨! 조심해야지!”
“괜찮아 괜찮아!”
그는 그대로 상체를 살짝 숙여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 덕에 고개가 한껏 위로 들어 올려진 나는 의도치 않게 주변인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고, 여자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게 되었다.
나는 그의 품을 비집고 들어가 얼굴을 묻고는 그에게 중얼거렸다.
“얼른… 가자…”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우린 그보다 더 한…”
나는 그의 말을 끊으며 복부를 주먹으로 때렸다.
“조용히 하고 빨리 가자”
“잠깐만”
그는 함께 온 매니저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더니 그와 인사를 하고 돌아와 내 손을 잡았다.
“매니저 오빠는 같이 안 가?”
“내가 다른 차 하나 불러줬어. 따로 갈 거야”
“왜? 그럼 우리는?”
“차는 내가 끌고 내려가기로 했어.”
“왜? 같이 가면 안 돼?”
“가는 길에 오붓하게 할 얘기가 좀 있거든.”
“벌써 걱정되는데…”
“하여튼 얼른 가자!”
그는 내 손을 이끌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대로 차에 올라 집으로 출발했고,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에 그가 내 허벅지에 한 손을 올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 이거 그리웠다고…”
“허벅지가?”
“그래! 이 느낌이야!”
“대체 이걸 왜…”
“말랑말랑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런 느낌이 있다고! 이걸 가지고 있는 너는 평생 가도 모를 거야”
“그래… 실컷 만져라… 그래서? 오붓하게 할 얘기는 뭔데?”
“아 그래! 이거 봐봐!”
그는 내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는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켜서 내게 보여줬다.
나는 당연히 별 볼일 아닌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핸드폰을 받아서 들었고, 그것을 보고는 바로 충격에 빠져 버렸다.
그가 찍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진 속에는 한 여자가 있는 모습이었고, 그 여자는 옷을 하나도 입지 않은 채 목줄을 하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물그릇과 음식이 담겨있는 접시가 놓여있었고, 그 뒤로는 강아지들이 쓰는 배변 패드 같은 게 놓여 있는 모습이었다.
“이… 이게 뭔데…? 이번에 해외 나가서 이런 걸 하다가 온 거야?”
“이건 완전 극비 사항인데, 이번에 패션쇼 가서 친해진 모델이 있거든.”
나는 그렇게 친해진 모델과 저런 짓을 하고, 그 사진을 찍어서 내게 자랑하는 그가 어딘가 미워 보였다.
물론 지금도 그와 나는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자주 보는 친한 사이일 뿐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그렇게 알고 지내면서 단 한 번도 섹스를 한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 상황이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째서인지 내 말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나왔지만, 그는 애써 웃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여자가 친해진 사람이라는 건 아니고”
“어…으…어… 그래서?”
“친해진 사람이 다루고 있는 여자라고 하더라고”
“응… 근데?”
“애니멀 플레이래!”
“에…? 오빠가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온 거야?”
“친해진 사람이 말해줬어.”
“그래서…?”
“자기는 동의 하에 여자를 집에다 가두고, 나와서 일할 때는 팻캠으로 감시하고 그런다더라고?”
“응… 꽤 하드하네?”
“이런 건 역시 하드한 편이지?”
“어찌 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하드한 편에 속하지…”
내가 그와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얼마 전 사건 이후로 내가 그에게 모든 걸 오픈했기 때문이다.
내가 성향자인 것과, 동거하고 있는 지수도 그쪽 성향을 드러낸 사람이라는 걸 모두 알렸고, 유일하게 알리지 못한 건 내가 남자였다가 몸이 여자로 바뀌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이걸 해보고 싶어!”
“응…?”
“애니멀 플레이!”
“이걸? 나랑? 나한테?”
“응!”
“왜…?”
“그야 나는 너를 볼 때마다 강아지 같다고 떠올렸거든.”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뭐랄까… 마냥 귀엽고 예뻐서 어디에 가둬두고 나만 보고 싶은 느낌?”
“왜 굳이 그런 짓을…”
“뭐 매일 그렇게 지내자고는 못 하겠고, 한두 번 정도만 해보고 싶어!”
“뭐 사실 나도 궁금하긴 했는데, 저렇게 완벽하게 꾸며놓고 할 줄은 몰랐는데…”
“이왕 하는 거면 완벽하게 꾸며놓고 해야지!”
“당하는 사람 입장은 생각해 봤어?”
“아니?”
“조금은 생각해달라고!!”
“그러면 처음은 조금 소프트하게 몇 시간 정도만 해보는 거 어때?”
“몇 시간?”
“응! 내가 한국에서 출퇴근할 때는 몇 시간 안 걸리니까?”
“흐음… 몇 시간이라…”
“일단 그 정도를 경험해 보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시간을 늘려보는 거지!”
“늘린다면 어느 정도…?”
“뭐… 간단하게 1박 2일 어디 다녀오거나 할 기간 동안?”
“에…?”
“그 정도는 해볼 만하지 않아?”
“가능… 할까?”
“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
“음… 그래 뭐… 몇 시간이라도 해보고 별로다 싶으면 안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럼, 동의한 거지?”
“그래그래 알겠어…”
그러자 그는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재설정했다.
“엥? 어디로 가려고? 여긴 집이 아닌데?”
“집에 가기 전에 들를 데가 있어”
“어디?”
“가 보면 알아!”
그는 그 후로 계속 히죽히죽 웃으며 운전을 했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는 깜빡 졸아버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깼고, 비몽사몽으로 차에서 내리니 눈앞에는 화려한 조명의 상점이 보였다.
“여긴 어디야?”
“짜잔!”
그는 신난다는 듯이 손으로 간판을 가리켰고, 나는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고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애견… 용품점…?”
“제대로 하려면 우리도 준비를 해야지!”
“으아악!!! 이게 뭐야!!”
“직접 보고 고르는 게 좋지 않겠어?”
“그래도 이건 너무 노골적이고 부끄럽잖아!”
“이런 것도 다 플레이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야지!”
“아니 오빠는 성향자도 아니면서 말은 왜 그렇게 잘하는 건데!”
“자자 그럼 들어가 보자고?”
그는 내게 다가와 손을 덥석 잡아 버렸고, 나는 결국 그의 손에 이끌려 애견용품점 안으로 질질 끌려가게 되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매장 안에는 손님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과하게 친절한 종업원은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듯 활짝 웃어 보이며 우리에게 다가왔고, 나는 오빠의 등 뒤에 숨어서 쭈뼛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