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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백선아의 각성


1. "으음……." 머리가 지끈거린다. 몇 시간이나 자고 있었던 거지? 눈을 뜨니까 보이는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아, 이곳이 어디인지 곧바로 기억났다. 백선아의 방이다. "도하야! 일어났구나! 몸은 좀 어때?" 세레나가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건 주변에 누군가 있다는 뜻이었다. 방 주인이겠지. 고개를 들자 침대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세레나와 백선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백선아는 나를 보기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왜 지금 깨어난 거지? "이건……." 나는 분명…… 백선아와 밤새도록 섹스를 했다. 그녀의 도발에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리해서 사정을 했고, 결국에는 기절했다. 순간 마지막에 들렸던 시스템 알람이 떠올랐다. 분명, 방출의 마법봉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했다고……. "상태창." 띠링- [상태창] 이름 : 김도하 나이 : 28 신장 : 178cm 체중 : 68kg 근력 : D+ 내구 : D 체력 : D 마력 : C 종합 능력치 평가 : D+ 특성 : [넘치는 정력 : C-], [방출의 마법봉 : S+] 특수 능력 :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 : A] 내 능력치는 지난 2주 동안 비약적인 상승을 반복해왔다. 불과 며칠 만에도 상승세가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2주는 긴 시간이었다. 종합 능력치 평가는 D+가 되었으며, [넘치는 정력]도 많이 상승했고,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은 A급 능력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처음 보는 변경사항은 방출의 마법봉의 특성 등급이었다. S에서 S+가 되었다. 나는 곧바로 특성을 터치해 봤다. 띠링- [방출의 마법봉] 특성 평가 : S+ 특수 능력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으로 인해 당신의 성기는 지속적으로 마력이 지나다니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성기가 사정을 통해 마력을 방출할 수 있는 특수한 신체 기관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는 전 인류를 통틀어봐도 전무한 업적이기에 높은 평가 등급이 매겨졌습니다. 이 성기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당신은 새로운 특성의 개척자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기능 : [정자 제어], (NEW) [능력 개화] [능력 개화] 당신이 사정한 정액에 깃든 마력을 타인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흡수한 대상은 전반적인 신체 능력과 함께 마력이 증가하고 특수 능력을 각성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수 능력을 각성하는 시기는 대상 능력의 특수성이나 마력 흡수 효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맙소사……!" [능력 개화]는 한 마디로 '타인을 각성 시키는 능력'이었다.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지속적으로 정액을 싸서 흡수시킴으로써 능력을 각성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능력은 어제 백선아와의 무리한 섹스 끝에 생겨났다. 그렇다면 설마……. "선아야, 너 혹시 뭐 달라진 거 있니?" 내 부름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백선아가 화들짝 놀라서 반응했다. "네, 네!? 아, 그게…… 아래가 좀 아프긴 한데, 기뻐요……!" 백선아는 계속된 삽입으로 혹사당한 성기가 쓰라린지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본인이 기쁘다고 하니 나도 기쁘긴 한데, 그걸 물어본 게 아니다. "상태창이라고 한번 말해봐." "네? 상태창…… 헉!" 이 반응은 확실하다. 나는 곧바로 재촉했다. "오른쪽 위에 공유 버튼이 있을 거야. 나한테 공유해 줘." "아, 네!" 잠시 기다리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백선아' 님이 상태창을 공유했습니다.] [수락 / 거절] 볼 것도 없이 수락. 띠링-! [상태창] 이름 : 백선아 나이 : 21 신장 : 164cm 체중 : 47kg 근력 : F- 내구 : F- 체력 : F 마력 : E+ 종합 능력치 평가 : F+ 특성 : [정언 명령 : D+] 특수 능력 : [희망의 땅 : C-] [정언 명령] 특성 평가 : D+ 뛰어난 도덕심이 특성으로 발현되었습니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이라고 판단되는 모든 행위에 있어서 보정 능력치를 받습니다. ※ 특성으로 인해 얻은 보정 능력치는 상태창에 수치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희망의 땅] 능력 평가 : C- 원하는 곳에 '희망의 땅'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희망의 땅'은 하나만 유지할 수 있으며, 한번 설치하면 재설치에는 30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희망의 땅'은 지상과 지하를 포함하는 구 형태로 발현되며, 그 크기는 사용자의 마력, 능력 평가 등급, 보정 능력치에 따라 결정됩니다. '희망의 땅'의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용자가 허락하지 않는 대상은 희망의 땅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2.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을 수원지로 지정하여 물이 흘러나오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3. 가축 및 농작물을 등록하여 관리하고 생장을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4. '희망의 땅' 내의 무작위 공간에 낮은 확률로 희귀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공간이 생성됩니다. ※ '희망의 땅'의 효과는 더 강한 능력에 의하여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맙소사……." "말도 안 돼……!" 상태창에서 고개를 들자 경악한 표정의 백선아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나도 비슷한 표정이겠지. 우리는 점점 고갈되어가는 식량과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수도를 대비해 자원 공급계 능력자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백선아가 자원 공급계 능력자가 되었다. 심지어 단순히 자원 공급만 가능한 F급이나 E급 정도 되는 능력이 아니었다. 백선아의 의지로 받아들일 대상을 선별하고 외부인의 침입을 막아낼 수 있는, 일종의 셸터 역할을 하는 능력이다. 무려 시작부터 C-급으로 평가받은 능력. 내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 처음에 C급이었으니, 생명을 부여하는 내 능력과 비교해 봐도 겨우 한 단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 안전한 셸터라니, 이건…… 사기적인 능력이다.' 백선아의 두 눈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어떻게 제가…… 이렇게 갑자기……?" "아……." 능력을 각성하는 사람들은 모두 좀비가 발생한 후로 3일 이내에 각성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 이후에 각성을 했다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즉, 갑자기 혼자 각성한 백선아는 누가 봐도 특별한 상황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백선아에게 내 능력을 밝혀도 될까?' 고민은 짧았다. 나를 사랑해 주는 여자. 누구보다도 착하고, 남들을 위하고, 배려심이 깊은 여자. 그게 특성으로까지 발현된 여자. 백선아를 믿지 않는다면 누구를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녀에게 내 능력 [리얼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과 [방출의 마법봉]에 대한 것까지 모두 설명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내 말을 경청하는 백선아. 마침내 설명이 끝나고, 그녀의 입이 열렸다. "……그러면, 레나는……." 백선아는 세레나가 만들어진 생명체라는 점을 입에 담기가 어려운지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세레나는 구김살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맞아요, 언니. 저는 주인님이 생명을 주신 피조물이에요. 이름도 주인님이 지어주신 세레나라는 이름이 있어요. 김레나는 한국식으로 바꾼 거예요." "아…… 세레나……." "헤헤. 이름 예쁘죠?" "응. 너무 잘 어울려, 세레나." "고마워요, 언니!" 이것으로 백선아는 우리의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갑자기 알게 된 사실들이 아직은 혼란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무튼, 제가 능력을 각성하게 된 건 도하 오빠한테 그, 음, 정액…을 받은 덕분이네요?" "이제 와서 뭐가 부끄러워? 정액. 선아 배가 빵빵하게 부풀 때까지 넣어줬지." "……." 백선아는 얼굴이 잔뜩 붉어져서는 하지 말라는 듯 내 어깨를 툭 쳤다. "……고마워요, 오빠." 거의 들릴 듯 말 듯 희미한 목소리였다. "……응?" 내가 되묻자 그녀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크게 말했다. "고마워요! 정액 빵빵하게 싸줘서……!" "어, 어……. 언제든지 말만 해." 내 말에 세레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세레나를 잠시 제지하고 이어지는 백선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저, 계속 고민했거든요. 나는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을 구조하자고 말은 했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는 내가 함부로 그런 말을 해도 괜찮았던 걸까……." "……." 말을 잇는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토벌대 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결국 구조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건 그분들인데, 내가 이런 말을 꺼낸 걸 주제넘는다고 생각하시진 않을까……." 마침내 투명한 눈물이 맺혀서는 다리를 모으고 앉은 그녀의 무릎 위로 떨어졌다. "식량도… 점점 부족해질 텐데…… 사람들을 구조해서 먹는 입이 많아지면…… 결국, 모두가 나를 원망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 흑." "선아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백선아의 곁으로 갔다. 내가 조용히 그녀를 껴안자, 세레나도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잖아. 네 의견에 동의했기 때문에 함께 밀어붙인 거야. 책임은 같이 짊어지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이렇게 혼자 마음에 쌓아두지 마." 내 말이 끝나자 세레나도 거들었다. "주인님이 짊어지신 책임은 저도 함께 짊어질 거예요. 그게 제 행복이니까요. 그러니까 그건 선아 언니만의 짐이 아니에요." 나와 세레나에게 둘러싸인 백선아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표정만은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둘 다…… 너무 고마워요……!" 가슴이 따듯해지는 미소였다. 2. "그럼, 능력을 바로 사용해 볼까요?" "잠시만." "네? 뭔가 준비가 필요한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는 백선아에게 상태창을 공유 받아서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봤다. [희망의 땅]. 확실히 개사기 능력이다.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자신만의 안전한 영역을 확보할 수 있으며, 좀비는 물론이고 다른 능력자들의 침입까지 막아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는 허점이 있었다. 바로 영역 외부에서 침입하려 할 때는 능력으로 거부할 수 있지만, 이미 진입을 허락한 내부 인원에게는 취약하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지금 근처의 오피스텔을 돌며 구조 활동을 하고 있었다. 만약, 어떤 강력한 능력자가 악의를 품고 오피스텔에 갇혀 있던 척을 하다가 일부러 우리에게 구조된다면? 그리고 [희망의 땅]을 무효화시킬 생각으로 백선아를 공격한다면?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백선아를 24시간 안전하게 지킨다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다. 결론은……. "희망의 땅이 누구의 특수 능력인지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해. 여기에 있는 우리 세 명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이것이 백선아를 지키기 위한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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