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4화
언제부터였을까.
아니, 난 지금 이곳에서 뭘 하고 있지..
몽롱한 느낌의 정신과 입 안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눈을 떴다.
"우붑.."
반사적으로 올라오는 구역질.
흐릿한 시야가 다시 선명해진다.
"후우.. 잘쌌다."
지독한 냄새에 참으려 했던 구역질이 올라온다.
"콜록!! 우읍..! 웨엑.."
몇번을 경험해도 익숙하지 않은 남자의 정액.
박시후와 그의 친구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에 널브러진 술병들.
그들이 내게 억지로 술을 먹였던 게 기억난다.
얼마나 마셨던 건지 모르겠다.
숨을 내쉴 때마다 지독한 술 냄새가 코끝에 느껴진다.
"하아.. 하아아.."
"이쁜이 깼어?"
눈 앞에 다가오는 하얀 액이 잔뜩 묻은 남자의 성기.
그는 그것을 내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자 빨아서 깨끗하게 해줘."
"하으.. 아.. 시러어.. 그만.. 해.."
"엥? 아직도 이런 소릴 하네. 야 시후야! 수연이 덜 혼났나 봐."
그의 고자질에 박시후가 내게 다가오는 게 보인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공포감에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아..!!"
내 앞에 쪼그려 앉은 그는 내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후우.. 아직도 정신 못 차렸지?"
지독한 담배냄새.
술 냄새와 섞인 그것에 구역질이 또 올라올 것만 같았다.
"아읏?!"
허벅지에 느껴지는 통증.
그는 피우던 담배를 내 허벅지에 지지며 말했다.
"야, 한 병 더 갖고 와."
"아아..!! 자, 잘못했어요!! 커흡?!"
내 턱을 붙잡는 그의 커다란 손.
뚜껑이 따진 소주병의 입구가 강제로 벌려진 내 입을 향한다.
그는 입속으로 들어온 소주병을 거꾸로 들어, 병에 든 내용물을 모두 내 입속으로 쏟아냈다.
"우읍?! 으브븝!!"
아무리 발버둥쳐도 턱을 붙잡힌 나는, 입안으로 쏟아지는 알코올을 뱉어낼 수가 없었다.
억지로 목을 넘어가는 그것은 식도를 태우는 듯한 고통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이야, 우리 수연이 술 잘 먹네? 벌써 3병째야."
"꾸릅..! 욱..!"
차마 삼키지 못하고 남은 지독한 알코올.
그것들이라도 뱉어내려 하자, 박시후는 내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젖혀 강제로 마시게 했다.
"우읍..!! 콜록콜록!! 아흐으.. 아.."
지독한 술 냄새.
정신이 또 아득해지는 것 같다.
"읏차!"
날 끌어안는 박시후.
축 늘어진 몸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에게 안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야 니들, 몇 번 쌋냐?"
"수연이 사타구니에.."
의식이 멀어진다.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잔잔한 파도에 떠다니는 듯한 느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모르겠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강의는 끝난 걸까.
미진이는 괜찮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몽롱해지는 머릿속.
간신히 붙잡았던 정신은 너무도 쉽게 끊어져 버렸다.
그러다 문득,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저절로 신음이 튀어나왔다.
"읏, 하아.. 아으.."
멀어졌던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고 눈을 떴을 땐, 나는 또 박시후에게 깔려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으읏.. 거, 거짓.. 말.."
"크으..! 한발 또 간다!!"
"으흐읏?!"
뜨거운 정액으로 채워지는 배 속.
나는 대체 얼마나 그들의 사정을 받아낸걸까.
"하아.. 하아아..♡"
"후우.. 부랄이 텅텅 비었네. 오늘은 이쯤 할까? 읏차!"
"하읏..?!"
그의 성기가 내 질 속을 빠져나감과 동시에, 그곳에서 기분 나쁜 액체가 흘러나오는 게 느껴진다.
"얘, 완전 맛탱이 갔는데?"
"하아아아.. 아으으아앙.."
반쯤 떠진 눈.
시야에 들어온 체육관 창고의 창문이 보인다.
어느새 어두워진 바깥의 풍경은 내가 얼마나 그들과 관계를 맺은 건지 모를 정도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으긋.. 흐으아.."
"야, 앞으로 연락하면 튀어와라? 씹으면 오늘 너 따먹은 영상 학교 게시판에 뿌려버릴 테니까."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흐르는 눈물.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채워지는 것 같았다.
"흐으.. 으읏.. 흑.. 흐으으.."
"푸핫! 우는 거냐, 웃는 거냐? 등신 같은 년."
죽고 싶었다.
온몸이 저릿저릿했고, 그들의 끝없는 피스톤질에 음부는 얼얼할 정도로 아팠다.
그리고 잊고 있던 오른발의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으.. 으읏.. 너무해.. 저, 정말.. 나빴어.. 흐끅..!"
"아, 수연이 울면서 저러는 거 보니까 또 섰어."
그의 친구 한 명이 내게 다가오자, 박시후가 그를 말렸다.
"야, 그만해. 슬슬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 아쉬운데.."
"아쉽긴 담에 불러서 또 개같이 따먹으면 되지."
"아 그런가?"
그들은 날 사람으로 보긴 하는 걸까.
아니, 어쩌면 난 이미 떨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인간 이하로.
"야, 너 그거 벗어봐."
"엥? 싫어."
"아 쫌, 닥치고 벗어. 니새끼들이 다 찢어버려서 옷이 없잖아."
"네가 찢으라며 미친놈아."
투닥거리는 남자들.
잠시후, 커다란 후드집업 하나가 내 옆으로 던져진다.
"야, 그거 입고가라. 싫으면 네 옷 입고 가던가."
악마 같은 남자들.
수치스러움과 비참함에 울음을 참지 못했다.
"흑.. 흐으으.. 엄마아.."
"부모도 없는 년이 애미는 왜 찾고 지랄이야. 야 가자."
"엥 진짜? 쟤 엄마 아빠 없어?"
"어, 저년 고아야."
"이야.. 그건 어떻게 알아봤대? 근데 쟤 다리.."
[쿵-!]
닫히는 문소리.
그들이 밖으로 나간 뒤, 나는 간신히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들의 정액으로 뒤덮여 더럽혀진 몸.
수치스럽고 죽고 싶었다.
음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아래를 보자, 그곳에서 엄청난 양의 사정액이 밖으로 새어나와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허벅지 사이엔, 그들의 사정 횟수로 보이는 글자가 적나라하게 적혀있었다.
"흑.. 나쁜.. 나쁜놈들.. 흐으아앙!!"
달빛만이 비치는 불 꺼진 창고에서 한참을 목 놓아 울었다.
한참을 울다 지쳐 쓰러졌지만, 그럼에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너무 울어서 더 이상 흐느끼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 같다.
[띠링-!]
메시지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두리번거리며 근처 바닥에 굴러다니는 더러워진 내 스마트폰을 주웠다.
잠금을 해제하고 화면을 보니 같은 과 학생들의 부재중 전화와 카톡이 수십 개가 쌓여있었다.
쉬는 시간에 나갔던 내가 갑자기 사라져서 어디에 있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 메시지를 확인하니, 박시후로부터 온 영상이었다.
영상 속에는 박시후와 3명의 남자가 나에게 술을 병째로 먹이고 있었고, 짐승과도 같은 그들은 내 몸을 자신들의 성욕을 해소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그들은 나를 때리거나 술을 먹였고, 입 안에 있는 술을 토해내면 그들은 바닥에 토해낸 술을 다시 먹게 하거나 목을 조르며 숨을 못 쉬게 괴롭혔다.
그런 계속된 잔인한 괴롭힘에, 정신이 나간 건지 풀려버린 눈으로 그들에게 안겨, 그들과 몸을 섞으며 달콤한 신음을 내는 내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그들은 정신을 잃은 나에게 소변을 본다던지, 술의 자신들의 정액을 섞어 내게 억지로 먹이는 그런 입에도 담지 못할 더러운 짓들을 해댔다.
그런 남자들에게 깔려 새어 나오는 신음은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우읍.. 우웨엑!!"
구역질이 났다.
그들에게 안겨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황홀한 표정으로 신음을 내던 그 표정이.
그들이 시키는 대로 체위를 바꿔가며 내 몸을 탐하는 그들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관계를 갖는 자신이 너무 역겨웠다.
그리고, 영상 속에 비춰진 나는 얼굴이 정액 범벅이 된 채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야, 여기보고 똑바로 말해."
"하응.. 네.. 네에에.. 저, 저는 시후 님의 전용.. 보지노예.. 입니다.. 하읏.."
"그럼 어떻게 해야되는지 알겠지?"
"하아.. 네에.. 츄웁..♡"
그렇게 말한 나는 박시후의 성기에 입을 맞추면서, 손가락으로 그들의 정액이 가득찬 음부를 열어젖히며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카메라에 담긴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나 자신이란 것을 부정 할 수 없었다.
너무나 수치스러워 죽고 싶었다.
내가 그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까지 험한 꼴을 당해야 했을까.
악마 같은 남자의 성의를 무시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정말 최대한 정중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됐을까.
시간을 돌리고 싶다.
그와 어제 만났을 때로 돌아가서 그가 내게 제안한 것을 들어줬다면 달라졌을까 생각한다.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처음 관계를 맺은 남자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한다며 따귀를 날리던 그의 무서운 표정.
그의 거침없는 손찌검이 떠올라 몸이 또 떨리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게 미웠다.
갑자기 잠적해 버린 미진이도, 오늘따라 일찍 쉬는 시간을 가진 교수도, 내게 체육관 창고로 가라며 말한 같은 과 동기까지 모든 게 미웠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주변에 깨진 날카로운 병 조각을 집었다.
병 조각의 날카로운 부분을 목에 가져다 댔을 때,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터졌다.
".. 흐윽.. 흑..! 너무해.. 대체..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흑..!"
박시후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온몸에 가득 채워진 것 같았다.
들고 있는 날카로운 병 조각을 그대로 목에 찌르고 편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죽을 용기 조차 없는 나 때문에 팔은 조금도 움직이질 않았고, 앞으로 다가올 지옥 같은 현실에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흐윽.. 어, 엄마아.. 나.. 나 이제 어떻게 해야해..?"
[댕그랑..]
손에 쥐고 있던 날카로운 병 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울어서 말라버린 것 같았던 눈물이 또 흐르기 시작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아가며 다리를 모으고 무릎 윗부분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울고 난 뒤였다.
조금, 아주 조금 진정이 된 나는, 그들이 내게 던지고 간 후드를 입고 몸을 일으켰다.
신발은 보이지 않았고, 아마 그들이 가져간 것 같았다.
체념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오른쪽 발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똑바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서 있는 것 조차 힘든 고통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널브러진 야구방망이.
그것에 맞은 내 오른쪽 발목이 엄청나게 부어있었다.
"흐읍.. 아파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서는 수밖에 없었다.
벽에 다가가 손을 짚으며 걸음을 옮겼다.
"하아.. 하아.. 읏..?!"
다리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분 나쁜 액체가 느껴진다.
욱신거리는 아랫배를 오른손으로 부여잡고, 벌거벗은 상태나 다름없는 몸을 가리기 위해 후드를 최대한 오므렸다.
나는 절뚝거리는 오른발을 끌고 어떻게든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어두운 밤인지라 인적은 없었고, 최대한 소음을 줄이며 조심히 움직였다.
강의실에 있는 가방이 떠올라 강의실 건물을 바라봤지만, 그곳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지금, 이 꼴로는 강의실에 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서둘러 학교 정문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힘겹게 도착한 학교 정문.
그곳에 보이는 귀가 하는 학생과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한 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며 하교하는 학생들, 그들을 보자 다시 한번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이 모두 학교를 나갈 때까지 근처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분명 초여름이지만 밤공기는 내게 너무나 차가웠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정문 주변에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든 게 보였다.
서둘러 정문을 빠져나와 절뚝거리며 걸었다.
맨발에 느껴지는 고통 따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무작정 걸었다.
"흐읏..?!"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아 멈춰 세웠다.
"저, 저기요? 괜찮아요..?"
날 붙잡은건 한 커플이었다.
"자기야, 이 사람 봐.. 발이.."
"신발 없어요? 왜 맨발로.."
날 동정하는 눈빛인지, 비웃음을 치는 건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주변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온몸이 떨리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꼬라지 봐. 미친년인가봐.."
"저기, 괜찮아요?"
눈앞에 남자는 내게 괜찮냐고 물어봐 주었지만,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창고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으..! 시, 싫어!!!"
욱신거리는 아랫배를 부여잡은 손으로 남자의 손을 쳐내고, 서둘러 몸을 끌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 뭐야? 지 걱정해 주는데 싸가지 없네."
"야야, 쟤 옷 꼬라지 봐. 창녀도 저렇겐 안 입겠다."
"으.. 몸을 막 굴리고 다니나 봐.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날 보는 사람들의 모든 시선과 말이 날카로운 비수 같았다.
미칠 듯이 뛰는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고, 평소에 걷던 길조차 갑자기 무서워져 버렸다.
급한 마음에 다리가 걸려 넘어져도 아무런 고통도 못 느낀 것 같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뿐.
그렇게 한참을 걸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집 앞 계단에 서 있었다.
고요한 주변.
내 집, 날 지켜줄 집이 있는 곳은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반지하였다.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집으로 들어가는 공간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어두웠고 현관문조차 희미하게 보였다.
"흑.. 흐으으.. 어떻게 해.. 못 가겠어.."
불안했다.
마치 그들이 있을까 봐, 저 어둠 속에서 또 손이 튀어나와 나를 해코지 할 것 같아 섣불리 발을 내딛지 못했다.
[끼이익-!]
"어디보자.. 이백.. 일호.."
멈추는 오토바이 엔진소리와 함께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커다란 실루엣이 보이자,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시, 싫어..!"
[저벅.. 저벅..]
헬멧과 검은 라이더 복을 입은 사람이 현관 쪽으로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가오는 그에게 소리쳤다.
"히잇..! 저.. 저리가!!!"
"으아아악!!! 뭐.. 뭡니까?!"
"이제.. 제발 그, 그만해..! 부탁이야..!"
"아니, 난 배달 온 거거든요? 이상한 사람이야."
2층으로 올라가는 남자.
서둘러 몸을 끌어 계단을 내려갔다.
[쿵-!]
위층에서 들리는 문소리.
나는 빠르게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계속해서 경고음만 날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아.. 하아..!! 왜, 왜!! 왜 안 되는 거야!!"
[탁- 탁- 탁-]
커지는 발소리에 손가락이 더욱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시, 싫어어!!!"
[삐리리-!]
마침내 열린 문.
나는 재빠르게 들어가 문을 닫고 잠글 수 있는 모든 걸 잠갔다.
오토바이 소리가 멀어지는 게 들린다.
신발장의 불이 꺼지자마자 나는 집안의 모든 불을 켰다.
그제서야 진정되는 몸.
온몸이 욱신거리는 게 느껴진다.
어디 한군데가 성한 곳이 없었다.
또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난 뒤, 그들에게 더럽혀진 몸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 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붉게 물든 뺨과 충혈된 눈, 그들의 잇자국이 선명한 가슴, 그리고 온몸 곳곳에 있는 붉은 멍 자국이 날 미치게 했다.
그들의 흔적을 지우고 싶었다.
벽에 걸린 타월로 계속해서 세게 문질렀지만, 그들이 내 몸에 남긴 흔적은 당연히 지워질 리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 박박 문질러 몸을 씻었다.
고통이 느껴져도, 피부가 까지는 듯한 고통에도 계속.. 계속 끊임 없이 문질렀다.
그러나, 아무리 씻어내도 그들이 내 몸에 남긴 흔적은 도저히 지워지지 않았다.
[쿵-! 데구르르..]
들고 있던 샤워기를 던지고 몸을 웅크렸다.
"흑, 흐으으.. 흐윽.."
닦아도 닦아도 더럽혀진 내 몸은 조금도 깨끗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죽고 싶었다.
손목이라도 그으면 편해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겁쟁이인 나는 그러지 못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얼굴에서 흐르는 게 눈물인지, 뒤집힌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 때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옷을 새로 꺼내 입었다.
방으로 가 침대를 보자, 체육관 창고 매트에서 범해지던 기억이 떠올라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방에서 나와 거실의 벽에 기대어 앉았고, 나는 기절하듯이 그렇게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