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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이건 꿈일 거야(2)


몇 년 만의 편안한 잠이었다. 아니, 몇 년이 아니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 편히 자본 것 같았다. 레인은 등 뒤로 느껴지는 푸근한 매트릭스의 탄력감에 기분이 좋은 듯 몸을 뒹굴었다. 평소 딱딱한 길바닥이나 나무에 기대어 새우잠을 자던 것에 비하면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야 당연하지 이건 꿈일 테니까.' 레인은 마왕에게 심장을 찔린 후 인생의 끝에서 생의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이것이 꿈이냐고? 그야 레인에게 있어서 지금의 행복감은 비현실적인 정도의 평화로움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꿈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레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으으응.." 반쯤 잠에 빠져 몽롱한 상태에서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안도감에 레인의 입에서는 기분 좋은 듯한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흔한 감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레인에게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아였고 남들에게 애정이라곤 받아 본 적 없는 레인에게는 처음 접해보는 미지의 감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레인이 조금이나마 이상함을 눈치채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분명 나는 혼자일 텐데 누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거지?' 충분히 이상함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지만 레인은 최대한 천천히 눈을 떴다. 지금 이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다. "에?" 눈을 뜬 레인이 처음 본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처음 든 생각은 이건 정말 개연성 없는 개꿈이라는 생각이었다. "호오. 일어났어?" 레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눈앞의 자신의 모습을 한 자가 말까지 걸어오고 있다. 레인에게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레인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 "지금 자는 척하는 거야? 귀엽네." "누구보고 귀엽다고 하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레인은 인류의 용사였다. 그런데도 본인보고 귀엽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무심코 몸을 일으킨 레인 앞에는 여전히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누구한테 말하고 있냐니? 당연히 용사 널 보고 하는 소리지." "아무리 꿈이라도 내가 귀엽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꿈? 흐응, 그런가. 너는 지금 상황이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눈 앞의 자신의 모습을 한 존재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레인은 자신이 저렇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만약 이게 꿈이라면 너한테는 악몽쯤 되려나?" 그는 몸을 일으킨 레인의 몸을 다시 밀쳐서 쓰러뜨렸다. 그러곤 음흉한 시선으로 레인의 몸을 훑기 시작했다. 소름 끼치는 느낌에 레인은 시선이 느껴진다는 것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내 몸이야 정말 귀여워." "나는 귀엽지 않... 이 아니라 '내' 몸이라고?" "용사가 전투 센스는 좋으면서 눈치는 하나도 없네. 그 몸으로 멋대로 자위까지 해 놓고 아직까지 모르겠어?" 지금 앞에 있는 녀석은 레인이 일전에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레인의 모습을 보고 '내 몸'이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지금 레인의 몸 안에 들어가 있는 녀석의 정체는 아마도... "설마 마왕과 나의 몸을 바꾼 건가?!" "그 마왕이 나긴 하지만. 맞아. 나는 마족과 마물의 왕인 디아 데빌리안. 인류의 용사인 너와 몸을 바꿨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할 리가······." "그건 너희 인간들 기준에서고." 꿈 치곤 너무 생생한 디테일. 레인은 머릿속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했다. 만약 지금까지의 상황이 꿈이 아니라면 자신은 마왕의 몸으로 자위한 것도 모자라 그 사실은 본인에게 들킨 것이 된다. 레인은 현실을 부정하듯 다시 눈을 감았다. "설마 아직도 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히약!" 어딘지 익숙한, 하반신에 전류가 흐르는 낌에 레인은 다시 눈을 떴다. 아마 녀석이 레인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튕긴 것 같았다. "이제 꿈인지 현실인지 알 것 같아?" "으으······." 지금 상황이 현실이 맞다면 지금 레인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적진 한가운데에 무방비로 있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몸까지 빼앗긴 상태. 겨우 상황 판단을 마친 레인은 디아를 떨쳐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이 급선무였다. 위험한 상황이라는 이유는 둘째 치더라도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이 장소에 더 있다가는 수치사로 죽어버릴 것이다. 디아는 도망가는 레인을 제지조차 하지 않은 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일전 레인과 싸울 때와는 다른 매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 아니, 그녀는 레인이 침실의 문에 다다르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 "명령이야. 멈춰." "······!" 도망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은 것도 잠시, 디아의 말 한마디에 레인의 몸은 얼어붙은 것처럼 멈춰 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에 레인의 머릿속은 온갖 불길한 상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된다. 지금 자신이 처한 좋지 않은 상황은 마왕과 몸이 바뀐 것뿐만이 아닌 걸지도 몰랐다. "적어도 말 정도는 들어줘도 되잖아." 석상처럼 굳어있는 레인을 향해 레인의 모습을 한 디아가 걸어왔다. 눈앞까지 다가온 디아는 다짜고짜 레인의 파자마 상의를 들췄다. 그곳에는 레인의 배꼽 아래에서부터 음문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별거 아니야. 용사님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보험 같은 거랄까." 자궁 문신. 예전 레인이 왕국에 있을 시절 떠도는 풍문으로 들은 적이 있다. 일부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귀족들이 여자 노예들한테 새겨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는 이야기. 물론 대부분은 성적 흥분을 유발하기 위한 치장에 불과했지만 지금 레인에게 새겨져 있는 것은 달랐다. '이건 진짜야.'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마력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기하학적으로 새겨진 문양이 디아의 명령에 거부한다는 선택지 자체를 레인에게서 빼앗아버렸다. "굳이 서로 귀찮은 일은 만들지 말자고. 너도 아직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 야냐?" 디아는 자유의지를 빼앗긴 레인의 신체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렸다. 아무리 자신의 신체라 하더라도 남자에게 안기는 기분은 매우 불쾌했다. 그녀는 다시 레인의 몸을 침대 위로 원상복구 시켜놓았다. "이제 움직여도 돼." "······." 신체의 자유는 돌아왔지만 지금 레인이 처한 상황은 절망 그 차제였다. 최강의 생명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용사가 마왕의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고 휘둘린다. 용사라는 칭호를 사용한 이래로 겪은 최고의 굴욕이었다. "차라리 죽여라." "거절한다." 즉답이었다. 이쯤 되니 분노가 치밀었다. 저런 약해빠진 마왕 따위는 레인이 마음만 먹었다면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일부러 져 줬더니 그 결과가 지금 이 꼴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너 따위는..." "간단히 죽일 수 있었겠지. 나도 알고 있어. 애초에 이길 수 있는 실력 차가 아니었으니까." 디아는 레인의 얼굴에 자기의 얼굴을 가져다 댔다. 가까운 거리 탓에 서로의 숨소리가 교차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보답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게 무슨 소ㄹ...으응!" 디아는 침대에 쓰려져 있는 레인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공격에 레인은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막지 못했다. "내 가슴이 크진 않아도 감도는 꽤 나쁘지 않거든." "하아아앙!" 물론 알고 있다고 해도 신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디아의 테크닉은 혼자서 만질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저 두루뭉실하게 주무르기만 했던 레인과는 달리 디아의 손기술은 훨씬 섬세했다. 시작은 부드럽지만, 끝은 강렬하게. 중간중간 무심한 듯 젖꼭지를 자극할 때마다 하반신이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그, 그만..." 강렬한 자극에 디아를 떨쳐내려 손으로 밀어보았지만 이미 힘은 들어가지 않았다. 오직 가슴을 공략한 것만으로 직접 음부를 만졌을 때만큼의 쾌감이 흘렀다. 꼭지를 괴롭혀 강한 자극이 오면 그다음은 상냥하게, 그리고 점점 주무르는 강도를 높이며 흥분을 고조시켰다. "흐으으응...!" "겨우 옷 위로 만지는 것 정도로 엄살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내 몸은 그렇게 야하지 않다고." 디아는 씨익 웃더니 파자마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손의 감촉이 배에 닿기 시작하자 등골에서부터 소름이 돋았다. 그녀의 손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배를 타고 올라와 가슴에 도달했다. "!!" 디아의 말처럼 옷 위에서 만지는 것과 직접 만지는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가슴을 만져지는 것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미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레인의 젖꼭지는 손이 닿기만 해도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디아는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멈췄다. 레인은 순간적으로 애처로운 눈빛으로 디아를 바라보고 말았다. 본인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찰나의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고 깨달은 레인은 빠르게 눈을 피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디아는 레인을 보며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왜? 더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저리 치워!" 레인은 이상해진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디아의 손을 쳐내고 옆으로 몸을 피했다. 한순간이나마 저 마왕 녀석이 손을 멈워서 아쉽다고 느낀 것이 정말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이성과는 반대로 이미 예열이 끝나 뜨겁게 달아오른 몸은 곳곳이 쑤셔왔다. 지금 당장에라도 축축해진 팬티 안을 만지고 싶었다. 디아가 '싫다고 해도 몸은 솔직한데?'같은 말을 하면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싫어하는 것 같아도 몸은 아직 나의 손을 원하는 것 같은데?" "닥쳐!"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애초에 나는 남자다. 같은 남자에게 만져지는 것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면 디아는 나에게 보답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아무리 봐도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말로 더 안 해줘도 돼? 이래 봬도 나 테크닉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 같은 녀석에게 괴롭혀질 바에는 혼자 하는 게 훨씬 낫다." "그래? 내가 해주는 것보다 혼자 자위하는 게 더 기분 좋다 이거지?" 갑자기 마왕 녀석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아무래도 방금 발언으로 디아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녀석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미심쩍은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명령이야..." 불길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태어나서 이렇게 불안한 적음 처음이었다. "지금부터 '발정'해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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