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그녀들의 세계관
떨리는 손에 나는 긴장한채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가 4명이나 있는방에서 내가 이사람한테 실수하는 경우
닥칠 분위기는 너무나 무거울것 같았다. 나는 폭신한 이불을 살짝 말아올린채 뒤척였다.
향긋한 그녀의 샴푸냄새는 계속 내 코를 간지럽혔고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주체하며 잠을 청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바깥에 분주한소리에 나는 눈을 떳다.
밖에서의 시끄러운소리 사람들이 열심히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눈을떠 옆을 바라보았다.
나를 껴안고있는 찬희가 보였다.
단발머리에 흰얼굴인 그녀 자그마한 얼굴이 내 머리맡에서 새근새근 잠자고 있었다.
"헉..."
나는 내 팔배게를 한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안깬척 눈을 감았고 잠시뒤 찬희가 부스럭 거리며 일어나는게 느껴졌다.
"미쳤어...미쳤어"
그녀의 낮은 중얼거림과 함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마침 일어난듯 부시시하게 기지개를 켰다.
"일어났어요?"
찬희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삿말을 건넸다.
고개를 돌리자 이처음부터 모든걸 보고있던 노랑머리의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흥.."
낮고 작게 뱉은 그녀의 흥이라는 소리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들었나 싶은 그녀의 모습은 내심 질투의 모습이 분명했다.
찬희와 노랑머리의 그녀는 어딜가야하는지 옷장에서 옷을 꺼내 분주히 갈아입었고 그녀들이 내게 눈빛을 보내자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다시 침대에 돌아 누웠다.
"저기요 조운씨"
노랑머리의 그녀가 나를 불렀다.
"네.."
나는 힘없이 그녀에게 대답했고 그녀는 뚜벅뚜벅 내게 걸어왔다.
"오늘은 어르신께서 주변소개를 해주라고 했기에 저랑 같이 이동합니다. 그러니 빨리 옷 갈아입으시죠"
그녀의 퉁명스런말투에 나도 괜히 기분이 언짢아졌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전투복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전투화 끈을 꽉 쪼여매는 나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바깥으로 나갔고
나는 마저 옷을 갈아입은뒤 그녀가 나간 문을 열고 바깥 복도로 나왔다.,
어둡고 칙칙한 복도속에선 여러 조명을 틀어놓고 그나마 밝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드문드문 남자인 나를 힐끗대며 신경을 쓰는 사람들도 보였으나 나는 크게 개의치 않고 노랑머리를 뒤따라 그녀뒤에 바짝 붙었다.
"저는 나영이라고 합니다. 이곳 경호실장이에요"
"풋.."
나는 미처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못하고 비웃어버렸고
그녀는 나를 찌릿거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가 웃기신거죠?"
"아니... 경호실장이요? 이곳에?"
나는 왜소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왜소한 체격에 키도 작았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지키기보다는 연약한 팔과 다리가 굉장히 안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의 무시에 살짝 빡친듯 나를 계속 째려보았다.
"이곳을 세우기까지 내가 잡은 좀비가 몇마리인줄알어?"
그녀의 볼멘소리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네네.. 알겠습니다. "
나의 대답에 그녀는 기분나쁜지 홱돌아서서 다시 앞으로 걸어갔고 나는 그녀 뒤를 쫄쫄 쫓아갔다.
우리는 한참을 걸어 철책에 도착했다.
"이곳은 우리가 수많은 사람을 잃어가면 만든 철책이다.. 이철책을 세우는데 정확히 일주일 걸렸지.."
그녀는 잠시 그때의 끔찍한 과거를 회상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의 말대로 바닥에 아직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이 선명했다.
"으아.. 이곳에서 무슨일이 있던거에요?"
나의 질문에 그녀는 바닥에 핏자국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말을 하지않곤 철책옆 계단으로 올라갔다.
분명 말하진 않아도 슬픈 과거가 있음을 안 나는 조용히 있었고 그녀가 발을 옮길때마다
철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혹여나 이소리에 좀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 나는 그녀를 뒤따라 조심히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자 보이는 철책의 뻥뚫린 윗부분이 보였고 그아래로 어제 보았던 수많은 바리케이드와 장애물들이 보였다.
"자 여기가 저희 2차 방어선이에요"
"2차방어선?.. 그럼 1차는요?"
"1차는 바깥에 있어요 종종 1차방어선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임시로 몇몇 대원들을 보내 방어선을 구축하고 좀비로 보이면 소탕한답니다."
"아하.."
나는 철책을 쭉 훓어보곤 다시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철책은 사실 뭐 별거 없어요.. 그냥 좀비들이 못건너오게 만들어주는 역할일뿐 수많은 좀비가 달려들어 이철책이 무너질수도 있다는 염두를 항상 해야하죠"
"만약 무너지면 어떻게 되나요?"
"더이상의 방어선은 아직없어요 그걸 조운씨가 구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아래로 내려와 나를 바라보며 말했고 나는 나의 열정페이를 하라는 소리에 잠시 눈썹을 씰룩였다.
"아 물론 모두의 생존을 위해 구상은 할수있겠다만.. 저만 하는건 너무한거 아닌가요..제가 뭐 천재도 아니고"
"군대 전역하셨죠?"
"아...네 그럼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내가 들고있는 k2를 툭툭 쳤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할걸 갔을뿐입니다."
"그럼 적어도 저희보다는 힘이든 전략이든 뭐든 월등히 잘해낼거에요 저희는 아무 기술이나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조운씨는 좀비한테 물리지 않는다면서요?"
그녀는 차분하게 내게 계속말을 걸었고 나는 그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그 구상은 나중에하시고 자이번엔 크게 중요지점들을 설명해줄게요"
그녀는 나를 이끌고 공유오피스 같은 조그만한 회의실로 데려갔다.
그안엔 여러 지도와 화이트보드들이 보였다. 수많은 종이와 책들 무전기 라디오 마치 군대내에서 지통실같은 분위기였다.
내가 들어서자 그안에있던 몇몇 여자분들이 나를 의식했지만 나는 무시한채 그녀옆에서서 지도를 바라보았다.
"자 이곳이 우리가 있는곳이에요"
그녀는 지도에 있는 우리 지하상가를 톡 짚었다.
"네..잘알죠 저도 여기서 살았으니"
나는 지도를 슥 훓어보며 말했고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희가 있는 이 지하상가는 열차와 백화점에 있던 여자들이 지하로 대피하여 만든 생존자 그룹이에요 저희 그룹은 센티넬이라고 불려요"
"센티넬?"
"네.. 어르신이 그냥 붙이자고 해서 붙인 이름이니 그냥 토달지마세요"
그녀는 나의 질문이 나올까 재빨리 말을 끊었다.
"저희도 정찰활동을꾸준히 하고 있지만 저희 말고 2개의 그룹이 있는것 말고는 아직 확인된건 없어요 중립적인 그룹인 파이프는 이곳 홈플러스 최상단층에 위치해있어요"
그녀는 어렸을 적 내가 엄마와 같이 자주가던 홈플러스를 짚었다.
"아아.. 여기에도 사람이 있구나.."
"대략100여명의 인원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고 군물자를 보급을 많이 받아 견고한 요새를 구축한것 까지 밖에 모릅니다. 그리고.."
그녀는 홈플러스를 한참 지나 어릴적 고기를 사러 자주가던 시장을 하나 짚었다.
"이곳은 저희와 적대적인 셰퍼드라는 집단이에요"
나는 4개의입구로 뻥뚫린 그들의 요새를 바라보고 의아해했다.
"저기는 열린 입구가 너무 많은걸요? 저게 방어가 되나요?"
그녀는 나의 질문이 당연하다는듯 다시 입을 열었다.
"이들은 군대의 도움을 받아 두곳의 입구가 완전히 붕괴되어 두곳만 방어를 하면 되는 요새입니다. 곳곳에 높은 건물과 상가들이 번잡하게 이어져 감시에도 용이하고
주변 길가와 건물들과도 쉽게 맞닿아있어 아이템 확보에도 굉장히 유리하죠 무명의 군부대가 이근처를 지나가다 학살당한뒤 그들의 무기와 차량을 탈취해 세력이 매우 커진걸로 알고있어요"
현재까지 센티넬, 파이프, 셰퍼드 이 3개의 집단이 내가 속한 동에서 가장 큰세력이며 이 셋은 적당한 긴장관계속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종종 지원 물자 떄문에 싸우는경우가 있지만 유혈사태로는 번지지는 않고 적당히 눈치를 보며 싸움을 피하는 상태이다.
"저희가 상대적으로 이들보다 약한 집단이라 물자도 많이 부족하고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형국이에요 그래서 어르신이 당신을 붙잡으려는거구요.."
"아아...그렇군요 "
나는 그녀의 흥미로운 대화에 깊이 빠져있었다.
"크윽... 무슨 삼국지냐고 너무 재밌잖아"
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깊게 매료되어 다른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은 별반 다를거 없었다.
대부분 배식이였고 영양가가 높으나 많이 생산하기 용이한 식물성 단백질 식사였다.
배식을 담당하는 사람은 노정아라는 아줌마였는데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보였다.
"정아선생님 오늘도 역시 부족한가요?"
아줌마에게 다가간 나영은 뭐라 소곤 대더니 다시 내게 되돌아 왔다.
"조운씨 저희가 식량이 많이 부족해요 그래서 오늘 야간 작전에 당신을 데리고 갈거에요 괜찮으시죠?"
"야간작전요? 어우 네 저는 뭐 그냥 동네 마실 나가는건데요 언제든 가시죠"
나는 해맑게 웃었고 그녀는 언짢은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무슨 말을 더하려다 내게 다가오는 찬희를 보고는 입을 닫았다.
"아..안녕하세요.. 아침에 겨를이없어서 제가 많이 못챙겨드렸네요.."
찬희는 내게 오곤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아앗...네 그래도 덕분에 잘잤습니다. 저때문에 불편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