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수빈(1) - 싸가지 없는 여직원
"나는 널 뭐라고 부르면 돼는 거죠?"
반말에서 공손한 모습으로 바뀐 나의 모습 이에 악마는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저는 그냥 쉽게 마도라고 부르세요"
"마도씨라고 부르면 돼나요?"
나는 바지를 치켜올리며 물었고 악마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상관없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고객님 뭐 오늘부터 저와 고객님은 서로가 갑과을의 관계가 아닌 상부상조하는 관계이므로 말을 편히 놓기로 하죠?"
"뭐...좋을 대로"
나는 고시워 불을 키며 마도의 모습을 처음 제대로 쳐다보게 되었다.
창백한 얼굴 기다란 몸 검정한복과는 어울리지 않게 짧은 머리 종잡을 수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요 아 그전에 이 명부에 적힌대로 보시면 고객님께서는 수명이 다하는기간이 꽤 오래 남으셨던데"
그는 명부를 뒤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째 명도 기신분이 이렇게 되었을까.."
그는 말끝을 흐렸고 나는 고개를 푹숙였다.
나의 모습에 마도는 혀를 쯧차며 내어깨를 툭치고는 내 옆에 앉았다.
"뭐 명이 길다는 건 그만큼 할수 있다는 게 많은 거니 걱정 마시구 난 언제나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으니 만약 필요한 게 있으면 손가락을 튕기라구"
그는 내 앞에서 손가락을 튕겨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한 거 있을 때 손을 튕기고 원하는바를 말하면 바로 수명이 차감되고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니 잘 생각하고 쓰라구~"
말과 함께 마도는 벽속으로 사라졌고 나는 멍하니 내 방에서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금 있었던 일로 인한 바닥에 침자국 조그마한 방에 굴러다니는 소주병 담배꽁초 쓰레기 더미
참으로 볼품없었다.
일단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나를 이렇게 만든 년놈들에게 복수하는 것 나를 무시했던 수많은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 지금 내 머릿속엔 그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하자"
지끈거리는 머리를 뒤로한 채 나는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하며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에 눈이 떠진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도 사실 무계획이지만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바닥에 떨어진 옷을 대충 갈아입고 씻으로 바깥으로 나왔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몇몇 사람 제외하고는 제법 한산했고 나는 간단히 씻은후 바깥으로 나섰다.
새들이 지저귀고 있는 공원을 지나 나는 내가 타고다니는 자전거를 보관해 둔 보관소에 도착했다.
보관소에서 자전거를 달그락 거리며 푼뒤 자전거를 끌고 인도로 나오니 많은 사람이 분주히 출근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중졸인나.. 중졸인 나를 뽑아줄 회사는 없었고 나는 그저 그냥 공장이나 도박장에서 심부름이나 하며 돈을 벌었었다.
부러웠다..
그모든 평범한 일상들이.. 나는 가져 보지 못한 평범한 일상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이 나를 지나쳐갔다 멀뚱히 제자리에서서 자전거를 들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신경을 쓰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순간
퍽..
갑작스레 등 뒤로 느껴지는 통증과 밀림에 나는 자전거를 놓치고 바닥에 쓰러졌다.
"꺄악"
여자의 비명과 함께 내등 뒤로 여자도 함께 엎어졌다.
"윽...."
나는 아파서 비명도 못지르고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뭐 하시는거예요..."
내가 주저앉은 채 말하자 여자가 나를 힐긋보고는 대답했다.
"아니 그니깐 누가 그렇게 앞에서 길을 막고 있으래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휴대폰..
아마 휴대폰을 보느라 내가 서 있는걸 못보고 부딪힌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땅에 떨어진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기요 아저씨 지금 아저씨 때문에 휴대폰 깨졌잖아요 이거 어떻게 하실거예요!!"
그녀가 분노에 찬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적당히 간금 나랑 부딪혀서 깨졌는지 원래 깨져 있던 건지..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을
밀쳐서 넘어뜨렸으면 먼저 미안 하다고 하는 게 상식이 아닌가?
"저기요.. 근데 저는 서 있었고 그쪽이와서 부딪힌건데 사과부터 하셔야하는 거 아니예요?"
내 말에 기가차다는 듯 웃는 그녀는 내 행색을 슥훑어보았다.
"아니 그니깐 왜 서 있냐고요 백수인 거 티내세요? 출근 안 하세요?"
그녀의 말에 화가 치밀어오른 나는 그녀와 옥신각신 다투기 시작했고 말이 안 통하는 그녀에게 결국, 내휴대폰 번호를 주고 변상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싸우고 난 후 그녀는 휑하니 가 버렸고 나는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변상을 해주는 상황까지 생기자
분노를 삭히려 길가옆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그녀가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을 보며 침을 한번 뱉었다.
'아 싸가지없는 년 사과한번을 안 하네'
짜증이 밀려와 담배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나는 무슨 생각인지 담배를 끈채 걸어가고 잇는 그녀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라졌던 코너를 돌자 많은 기업들이 보였고 금세 사라진 그녀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나는 벽에 기대 손가락을 튕겼다.
"짜잔~~부르셨습니까요옹"
요란하게 벽에서 머리만 내민 마도는 히죽대며 나를 쳐다보았다.
"방금 나랑 싸운여자 신상이든 뭐든 어디 갔는지 알수 있어?"
"선불요금 2일 차감인데 결제한다?"
"응"
내 말에 마도의눈이 잠깐 빨개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너 앞에 있는 금영 테크놀로지에 근무하고 있고 사무실은 4층 나이는27살 애인있고 뭐 직장인인데
좀 싸가지가 없네 직장에서도 싸가지 없는 걸로 소문이 났나 봐~"
"약점이나 그런 건?"
내 말에 마도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열었다.
"그 다니는 회사에 유부남이랑 썸을 타고 있네?"
"호오..이거이거.. 진짜 싸가지없는 년이였구만?"
"아 그리고 방금 깨진 휴대폰금은 한달 전에 깨졌던 걸로 너랑은 무관하@#%#@$'
마도의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나는 나를 깔본 그녀를 어떻게 곯려 줘야 하나 머리를 굴렸다.
금영테크놀로지 앞까지 걸어간 나는 제법 큰 건물에 기가 눌려 인도 근처에서 알짱걸리며 들어갈 궁리를 하였다.
보아하니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분위기인데....
내가 고민하고 있자 마도가 슬그머니 머리만 둥둥 떠다닌 채 내 옆으로 스윽 다가왔다.
"깜짝이야 너 몸은 어디 갔어?"
"괜찮아~ 남들한텐 안 보이니깐~"
히죽거리는 웃음을 뒤로한 채 마도가 나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신분을 바꿔서 잠깐 들어가면 되지~뭐 걱정해"
"그런 것도 가능해?"
"그럼~"
마도는 씨익 웃으며 몸 전체가 다시 나타났다 그는 품속에서 명찰을 꺼내 내게 보여 주었다.
[금영 테크놀로지 출입증]
그러고는 내게 검지와 엄지를 모아 짤랑거리는 제스쳐를 보였다.
"휴... 얼마야"
"신분증, 양복정장 이렇게 하면 일주일 되시겠습니다요~"
"그래 결제해"
내 말에 순식간에 내 옷은 양복차림으로 변했고 내목에 출입증이 걸렸다.
나는 뚜벅뚜벅 회사건물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입구에 경비원 한분이 심사대에 서계셨고 몇몇 분들이 분주하게 입구를 드나들고 있었다.
내가 검문대에 들어서서 카드를 찍자 카운터에서 일보던 경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어어.. 부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내 말에 옆에서 카드찍는걸 보고 있던 경비원도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아 네 안녕하세요"
'뭐야 부사장? 컨셉이 너무 쌘거 아니야?'
내가 생각하자 마도가 스윽 나타나 그 특유의 히죽거림으로 내게 웃어 보였다.
"어때 부사장이 된 소감은?"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전 인포를 보며 어디로 가야 하나 보고 있었다.
"내가 하나 솔루션을 드려도 될까?"
마도의 반존대에 나는 귀를 쫑긋세우고 승낙했다.
"일단 4층에 가자 가서 걔 상급자를 갈구는 거야 그럼 사과하러 오지 않을까?"
마도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그래 한번 가 보자"
4층을 누르고 좀 기다리자 4층문이열렸고 분주한 사무실들이 보였다.
내가 두리번거리자 남자직원분 한분이 내게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을까요?"
"아 예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나는 마도의 정보공유를 통해 그녀가 경영지원팀 회계소속인걸 알고 있기에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경영지원 회계 팀장을 만나고 싶은데요?"
"혹시 누구신지?"
나는 내 명찰을 보여 주었다.
명찰엔 부사장이라는 직함이 조그마하게 적혀 있었고 남직원은 흠칫 놀라며 나를 안내했다.
북적거리는 사무실에 여러 판넬들을 지나 회계부라고 적혀 있는 구석진 공간으로 향했다.
몇몇 사람들이 나랑 눈이 마주쳤지만 대수롭지 않게 다들 일에 집중하였고 나는 그렇게 회계부에 도착하였다.
내가 회계부에 들어가자 회계부팀장이 나를 쳐다보았고 내가 들어서자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
그러자 나를 안내해 준 직원이 팀장님 옆에서서 귓속말을 속닥거렸다.
"아이고 부사장님!!!"
팀장이 슬리퍼를 하나를 제대로 신지 않은 채 내앞으로 달려왔다.
팀장이 버선발로 달려오자 팀원들 전부다 다를 쳐다보았고 그중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순간 그녀의 낯빛이 바뀌며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걸 보고 나는 내심 속시원함을 느끼며 최대한 자연스레 팀장을 바깥으로 이끌었다.
"아니 미국에 계신다고 하셔서 얼굴을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
"예.. 제가 뭐 어쩌다 보니 한국에 급하게 들어와서 사장님은 제가 온 줄 모르고 있습니다. 그냥 조용히 넘어갑시다"
내 말에 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없는컨셉을 지어내가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 안 그래도 내가 여기 업무 배울 때 회계쪽에서 일을 했어서 옛생각도 나고 그래서 한번 들렀어요"
"아아 아이고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직접 찾아와주시고"
"그래서 말인데 오늘 회식이나 하시죠"
"아 오늘요? 오늘이 이제 아무래도 목요일이다 보니 사원들이 좀 불편해하는..."
팀장이 난감하다는 말을 꺼냈고
내가 약간 짜증 섞인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럼 뭐 회계만 빼고 먹으면 되겠네요 생각해 보니 내가 회계로 올게 아니라 여기 부장을 만났어야 했네"
"아우 아닙니다. 제가 부장님께도 말씀드리고 오늘 공지 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는 판넬을 몇 번 툭툭 치고 오늘 아침 나와 부딪힌 여사원 자리로 갔다.
"그리고 제가 오늘 이분 휴대폰을 부셔서 변상해야 하니깐 회식 자리에서 변상까지 하죠"
"저 사실 그게"
여자사원이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나며 입을열었고 나는 그녀의 목에 걸린 이름과 사원증을 보았다.
"김수빈씨 좀 있다가 봅시다"
김수빈이라는 사원증이 목에 걸려 애처롭게 걸려 있었고 나는 그녀이름을 또박또박 읽어 주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는 한숨읋 푹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나는 흐믓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근데 나 이제 뭐해야 하지?'
4층을 방문한 건 계획이었지만 남들 퇴근할 때까지 할게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닌가
나는 계단으로 향해 마도를 불렀다.
"오우.. 연기가 아주제법이던데?"
마도가 스윽 벽에서 기어나오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게 화가나니깐 나도 모르게 용기가 샘솟더라구"
나는 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대 물었다.
"근데 그 여자 생각보다 이쁘장하게 생겼던데 생각한 복수 방법이라도 있는 걸까?"
므흣하게 쳐다보는 마도는 내 찡그린 표정을 보고는 입을 조용히 닫았다.
"싸가지가 없는 년.. 싸가지 있게 만들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