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이도희 (2)
도희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나는 주제를 돌렸다.
“점심은 먹고 왔어?”
“아직 안 먹었어요. 오빠는요? 점심 먹었어요?”
“나도 아직. 우리 밥 먹을까? 내가 사줄게.”
“음…”
도희는 고민을 할 때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예쁜 사람은 얼굴을 찌푸려도 예쁘다.
내가 미간을 찌푸리면 깡패로 오해 받는다.
빌어먹을 외모지상주의.
“좋아요. 그런데 오빠 괜찮겠어요?”
“나야 당연히 괜찮지. 안 괜찮을 것도 없잖아.”
도희가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보고 나를 힐끗 다시 쳐다봤다.
“그게…”
“괜찮아. 걱정하지마.”
지레짐작이지만, 도희 생각은 내가 휠체어를 탄 도희랑 다니면 내가 불편할 듯 하니, 괜찮냐고 물어본 것 같았다.
내 대답에 도희는 찌푸린 미간을 펴고, 살짝 미소 지었다.
“오빠는 착한 사람이네요.”
착한 사람이라,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었다. 초등학교 때 몇 번 듣고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것 같은데.
“도희는 뭐 먹고싶어?”
“글쎄요…”
내 말을 들은 도희는 잠시 고민했다.
잠시 후 생각이 났는지 내게 말하는데, 얼마나 조심스럽게 말하는지 듣는 내가 다 긴장됐다.
“혹시… 식당 말고, 카페 가고 싶은데, 데려다줄 수 있어요?”
“카페?”
“네. 인스타에서 봤는데, 너무 예쁘더라구요. 가보고 싶은데 혼자는 갈 수가 없어서… 안 될까요?”
“어디 카페야?”
도희는 자신이 매고 있는 흰색 숄더백에서 토끼 모양 케이스에, 출시된 지 오 년 정도 된 오래된 핸드폰을 꺼내더니, 내게 화면을 보여줬다.
요즘에 핸드폰을 5년이나 쓰는 사람은 드물었기에 신기했다. 액정도 금간 곳 하나 없이 깨끗해 새 핸드폰 같아 더더욱 신기했다.
‘저게 작동이나 하나…?’
도희가 인스타로 보여 준 카페는 창밖으로 숲이 보이는 대형카페였다.
인스타 감성의 인테리어가 확실히 도희 나잇대의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느낌이었다.
“오, 예쁘네. 그런데 말이야…”
“안 될까요?”
“아니, 안 되는 게 아니라, 카페가 여기서 거리가 좀 멀어서. 차로 가도 30~40분은 걸리겠다.”
대형카페는 특성상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 있었다. 내 말에 도희는 눈가가 축 늘어지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많이 머네요. 저는 가까운 줄 알았어요.”
그 모습이 보니, 내 가슴이 다 철렁 가라앉는 듯했다. 미녀의 우는 모습은 무기라더니, 이럴 때 사용하는 말 같다.
뭐 가는거야 택시를 타면 되지만, 저 커다란 전동휠체어를 택시에 들고 탈 수는 없었다.
“흐음.”
도희가 내 소매 옷깃을 붙잡고 해맑게 웃었다. 무엇보다 해맑은 웃음이었지만, 그 웃음은 슬퍼 보였다.
“헤헤, 어쩔 수 없죠. 근처 카페가요.”
“흐음… 그래도.”
“오빠, 저 정말 괜찮아요.”
나는 고민했다. 도희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아!”
생각났다. 택시가 안되면 내 차로 가면 된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게 자차다. 난 왜 이 방법을 생각 못해을까.
“도희야. 오빠가 데려다줄게.”
“네? 그 먼 거리를 어떻게요?”
“따라와 보면 알아.”
“네?”
“어서.”
도희는 영문도 모른 채 전동휠체어를 탄 채 나를 따라왔다. 그렇게 십분 정도 이동했을까, 20층 대형 오피스텔에 앞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도 도희는 영문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오피스텔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고 나는 B2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소음을 내며 지하로 내려가는 동안 도희가 내게 물었다.
“...오빠, 여기 살아요?”
“응. 여기 12층.”
“와~ 오빠 좋은 집에 사네요.”
“좋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번잡스러워. 오피스텔이라 관리비도 비싸고.”
“그래도, 저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어요..”
엘리베이터는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우리는 지하 주차장을 가로 질러 한 검은색 승용차 앞에 섰다.
“잠시만 기다려.”
나는 승용차의 조수석 문을 열어놓고, 도희 앞에 섰다. 그리고 자세를 잡았다.
“잠시만 실례할게.”
“네? 으악!”
나는 도희의 노란색 플라워 패턴 원피스가 말리지 않게, 등과 다리를 조심스럽게 잡아 번쩍 들어 올렸다.
내가 갑자기 들어 올리자, 도희는 부끄러운지 요상한 소리를 내며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흐읏…”
내가 살면서 공주님 안기를 해볼줄은 몰랐다. 드라마나 애니에서 봤는데. 설마 나도 해볼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도희를 조수석에 않히며 말했다.
“도희야,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휠체어를 우리 집에 두고 올게. 금방 올 거야.”
내가 말을 끝내고 차 문을 닫으려고 하자, 도희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저,저! 오빠, 오늘 우리 처음 봤는데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괜찮아. 나도 마침 드라이브하고 싶었어.”
나는 도희에게 웃어 주며, 도희가 혹여나 놀랄까 봐 차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그다음 전동휠체어를 집 에 갔다 놓은 후, 서둘러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 운전석에 탑승했다.
차에 탄 나는 조수석 안전벨트를 도희 가슴에 안 닿도록 주의해서 채워주고, 나도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그 다음 시동을 걸었다.
나는 운전대를 잡은 채로 양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색하게 앉아 있는 도희에게 물었다.
“도희야, 준비됐어?”
“네, 가요! 저 이렇게 멀리 가는 거 너무 오랜만예요!”
눈에 띄게 기뻐하는 도희를 보니, 조금 번거롭긴 했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검은색 자동차는 지하 주차장을 나와 시내를 헤쳐 나가며 막힘없는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말의 도로는 막힘이 당연한데, 이렇게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도희는 조수석 창문을 내리고, 가끔은 시원한 바람을 얼굴로 전부 맞기에 바빴다.
도희는 바람을 계속 맞으면서 내게 말했다.
“처음이에요. 이렇게 빠르게 달리는 차를 타본 거는… 바람 맞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이래서 사람들이 드라이브를 좋아하나 봐요.”
그 말을 끝으로 도희는 커다란 4층 카페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얼굴에 부딪쳐 오는 바람을 맞았다. 나는 그 모습에 차를 몰고 와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뭔가 좋은 일했다는 느낌이었다.
카페에 도착한 우리는 한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카페에 들어가야 하는데, 전동 휠체어를 집에 두고 온 탓에 도희가 이동할 수단이 없어진 것이었다.
“에휴…난 왜 이렇게 생각이 짧지.”
“괜찮아요. 오빠.”
나는 자기 멍청한 머리를 탓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 나를 도희가 옆에서 위로해주었다.
곧 서른인데 이제 스무 살 짜리한테 위로 받다니, 나는 언제 어른이 되나 싶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많이 민망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잠시만.”
나는 차에서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고, 몸을 돌려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도희가 업힐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업어줄게.”
도희는 부끄러워했지만, 결국, 내 목을 양팔로 감쌌고, 나는 도희의 다리를 양 겨드랑이 사이에 낀 다음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났다.
‘크흠!’
도희에게 안전벨트를 채워줄 때부터 느낀 건데, 도희는 어리면서도 청순한 얼굴과는 다르게, 몸매가 풍만한 타입이었다.
카페 입구에서 바로 카운터가 보였고, 나는 카운터를 지키는 직원에게 말했다.
“자리 잡고 주문할게요.”
직원은 끄덕였고, 나는 등 뒤에 있는 도희에게 물었다.
“어디 앉고 싶어?”
“제일 끝 층이요. 테라스 말고요.”
“그래.”
카페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신경 쓸 이유도 없었다. 그런 나와 달리 도희는 부끄러운지, 내 등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5층으로 올라간 나는 녹색 초원이 보이는 창가 의자에 조심스레 도희를 내려놓고, 1층 카운터로 내려가 음료를 주문한 뒤 받아와 도희의 앞에 앉았다.
창가 밖 초록색 초원을 바라보던 도희는 말했다.
“오늘 하루종일 창밖을 보네요. 병원에서 창밖을 보게 되면 다 아픈 사람들밖에 안 보여요. 허리를 제대로 못 피는 할아버지, 교통사고 당해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아저씨. 이유는 모르겠는데 온몸에 멍든 채 하루 종일 담배만 피는 예쁜 언니.
그런데 여기서 창밖을 보면 너무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밖에 안 보여요. 다 웃고 있어요. 병원에서는 다 울상 짓고 있거나, 짜증 나는 표정만 보이는데, 여기는 다 웃고 있어요.”
“그래?”
나는 ‘그래?’라는 말을 끝으로 계속 도희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도희도 딱히 내 대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는지 계속 창밖을 보며 주절주절 말했다.
자신도 뛰어보고 싶다던지, 아니면 병원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그런 얘기들이었다.
그렇게 계속 말하다 도희는 목이 말랐는 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몇 초간 침묵을 지킨 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얼굴에 뭐 묻었어?”
“오빠.”
“응?”
도희는 입가에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조금은 떨리기는 하지만 확연히 기쁨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은 정말 잊지 못한 날이 될 것 같아요. 아니, 것 같은 게 아니라 절대로 잊지 못해요.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이니까요.”
나는 도희와 마주 보며 조금은 인위적으로 활짝 웃어 주었다. 평소에 활짝 웃어본 적이 없어, 어색해 보일 것이다.
“다행이네. 다음에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가자.”
내 다음이란 말에 도희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커피잔 안에 있는 빨대를 잡고 몇 번 휘적거렸다.
“다음,음. 그래요. 다음에도 꼭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