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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입니다.


한 여름밤의 달콤한 꿈 같았던 섹스 이후로 나는 남은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어졌다. 적극적인 그녀의 공세에 몰린 나는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기까지 온종일 그녀의 아래에서 몇 번을 짜내어졌는지. “아응~ 맛있어라.” 만족한 미소를 띄는 그녀의 얼굴은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뒤에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태연하게 몸을 쭉 펴 기지개를 피고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내게 가까이 다가와 가슴 위를 손가락으로 요염하게 천천히 훑었다. “이렇게 맛있는 정기를 많이 먹어 본 건 정말 처음이야. 그동안 꿈에서 몰래 훔처먹는 거랑 농도부터 차이가 다르거든. 나중에 한 입 더 먹어도 괜찮지?” “한 입? 이게 한 입 먹은 거야?” “하긴, 한 입은 아니긴 하지? 몇 입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네.” “그게 한 입 먹은 거면 이 세상 남자들 다 말라 죽었겠다.” “그렇긴 해. 참, 마음대로 먹었다고 나 해고할 건 아니지? 나 해고하기만 해 봐. 죽을 때까지 붙어다닐 거니까.” “해고 안 하면 떨어질거고?” 대답도 없이 배시시 웃더니 내 몸 위를 훑던 손가락을 당겨 와 입안으로 넣더니 요염하게도 손가락을 쪽 빨아당긴다. “걱정하지 마. 영원히 붙어 있을 거니까.” “내 정기를 영원히 빨아먹겠다는 소리인데 그게 걱정할 일 아닌가?” “아니지, 내가 네게서 떨어져 봐, 다른 남자들이 살아 있겠어?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맛봤는데 남자 한 명의 정기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남자 열 명의 목숨까지 쪽 쪽 빨아도 너 하나만큼 못한걸?” “목숨까지라니. 내가 그렇게 많아?” “그래, 그러니까 잘 알아두라고. 나를 밀쳐 내는 건 살인이나 다름없어.” “그래, 잘 알았으니까 기억해둘게.” “그래, 그냥 살인도 아니고 연쇄살인이니까 잘 기억해 둬.” “그나저나, 원래 모습으로는 어떻게 돌아가?” “원래 모습?” 평소 소심한 모범생 소녀의 모습과는 달리 요염한 누님의 느낌, 무언가 체형이라던가 얼굴이 바뀐 것이 아닌데도 지금의 모습은 묘하게 섹시한 여자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온다. 색기를 풍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다시 금방 발기할 것만 같았다. 가만히 나를 마주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는 눈을 꾹 감더니 천천히 머리에 돋아난 뿔과 날개가 서서히 몸속으로 들어가더니 느긋하게 눈을 다시 뜬 이후로는 눈빛에서 살짝 비치던 붉은 안광도 사라져간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예요 사장님?” “아니, 딱히 보고 싶었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닌데. 뭔가 어색해서.” 어떤 모습이 더 좋은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더 오래 보아서 익숙한 모습을 원했던 것인데 오해라도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사실 내 처지에선 이게 가짜 모습인데. 뭐, 이쪽을 더 원한다면야.” 하긴, 인간 세상에서 녹아들어 살아가려면 머리에 뿔을 달고 사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나. 아무리 큰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녀의 본질은 악마이니까. “참, 사장님. 시간 괜찮겠어요? 슬슬 출근해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나? 창밖을 바라보니 이미 해가 어느새 중천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러다가 오픈 시간은커녕 준비시간에도 못 맞출지도 모르겠네. 시간을 뒤늦게 확인한 나는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아내고 옷부터 챙겨입었다. 당황한 나를 보며 재미있어 하는 그녀가 피식 웃었지만 그 모습에 뭐라 말할 시간도 아까웠다. 샤워는 목욕탕에 출근하고 나서도 충분했기에 옷차림만 가다듬고 그녀와 여관을 나온다. 같이 출근하는 모습을 보면 오해라도 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볼 사람이라곤 남자관리인인 찰리 뿐이지 않은가. 뭐, 어때. 대충 변명하면 잘 알아듣겠지. 목욕탕에 도착한 시각은 준비시간을 십분 정도 넘긴 시간이었다. 항상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문을 열어두었기에 오늘은 찰리가 먼저 가게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방향, 같은 시간에서 다가온 우리를 본 그는 가만히 나와 스텔라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인상을 푹 찌푸린다. “뭐예요, 둘 다 왜 이렇게 늦어요?” “아, 미안 해. 그럴 일이 조금 있었어.” “그래도, 벌써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항상 같은 시간에 나오던 그의 처지에서는 나는 죄인이긴 하지. 물론 지금 도착한 것도 그렇게 늦은 시각은 아니었지만 그가 짜증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 해, 대신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하게 해줄 테니까.” “그게 아니라... 휴, 됐어요. 제가 말을 말죠.” 뭐하고싶은 말이 있는 건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금 스텔라를 바라본다. 그녀에게는 뭐 말할 거 없냐는 듯이 바라봤지만 스텔라는 언제나 항상 찰리보다 조금 늦게 출근했기에 오늘은 오히려 평소보다 빨리 나온 그녀는 태연하게 싱긋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부터는 늦지 말아 주세요.” 짧게 짜증을 내고 그는 곧장 2층의 남자 목욕탕 탈의실로 훌렁 들어갔다. 저렇게 짜증을 낼 일인가 싶었지만 뭐, 그의 처지에서는 십분 동안 멍하니 서 있었으니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 아직 불만이 다 풀리지 않았다는 듯이 일부러 쿵쿵 발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며 스텔라가 슬쩍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따라 찰리의 정기가 조금 강하네요.” “그래요?” “뭐, 그래 봐야 사장님보단 못 하지만 말이예요.” 남자의 정기가 유독 강해지는 날이라도 있나?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카운터로 들어가 먼저 장사할 준비를 시작했다. ** 여느 때처럼 항상 정각에 집에서 출발한다. 언제나 시간 약속은 철저하게 지키고 싶어서 매일 출근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마친다. 그야 오랜만에 제대로 된 직장을 가졌으니까, 특히나 이렇게 연약한 남자가 이런 직장을 가지기는 오크가 파이어볼을 쓰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으니까. 아마 사장이 나와 같은 남자이기에 남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 며칠 일 하지 않았지만 월급을 미리 한 달치 땡겨 받을 정도로 사장은 우리에게 깊은 신뢰를 주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믿음을 주는 만큼 나 역시 그에게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 거기다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제대로 흑자를 낼 정도로 사업이 성공하고 있지 않은가. 남자가 사업에 성공한다는 이변을 만들어 내는 그 옆에 같은 남자로서 당당히 서 있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여자. 항상 지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먼저 나서서 남자를 도와주는 멋진 여기사 같은 모습. 그 여자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었다. 남자를 깔보는 여자, 무식하게 힘만 들이대는 여자, 남자를 성적으로 밖에 보지 않는 여자들. 그사이에서 발견한 그녀는 정말 빛이 나는 보석과도 같은 흑장미였다. 누구나 그렇게 멋진 여성 앞에서는 잘 보이고 싶은 것이 남자의 마음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최근 며칠 동안 항상 성실하고 일 잘하는 멋진 커리어맨으로 보이고 싶어서 최선을 다 했다. 얼굴은 그다지 귀엽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고, 심지어 뺨에 있는 주근깨를 가리기 위해서 항상 화장까지 하고 출근을 하니, 오늘은 무슨 일인지 아직도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다. 평소라면 항상 나보다 일찍 나오는 성실한 사장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사업이 하루 만에 갑자기 홀딱 망해 버려서 도망간 것은 아니겠지. 같은 허망한 생각하고 있을 때쯤 그가 나타났다. 나의 아름다운 흑장미와 함께. 순간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마치 연애라도 하는 모습 처럼, 당당하게 아름다운 흑장미의 옆에서 무언가 다정하게 대화라도 나누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저렇게 부러운 자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차지하는 그의 모습에 열불이 올라,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나는 그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서 고개까지 숙이며 나에게 사과하는 순간 느껴지는 묘한 싸구려 천 조각의 냄새. 이 냄새는 여관에서나 맡을 수 있는 싸구려 수건의 냄새였다. 최근 가게에서 일하면서 복실거리기만 하는 천 조각이 아닌 제대로 된 수건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이 냄새와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그런 수건을 쓰면서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건에서 나는 냄새부터 인상에 깊이 박혀 있었기에 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는 가까이 다가온 그녀에게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화장하고 은은한 향수까지 뿌렸기에 유독 더 싸구려냄새를 더 예민하게 캐치한 것이 아닐까. ‘같은 여관에서 왔구나... 그렇다는 건...’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응어리에 나도 모르게 그에게 대놓고 짜증을 내고 말았다. 아니, 화에 가까운 짜증이었다. ‘나의 흑장미는 그렇지 않을 거야.’ 언제나 친절한 그녀가 벌써 그에게 꼬리칠 일은 없었을 테니 아마 저 잘난 얼굴로 그녀에게 먼저 꼬리를 쳐 꼬셨겠지. 아마 비겁한 수를 썼을 수도 있었다. 직장에 관해서 라던가. 아니면 흔히 남자들이 사용하는 수법인 술 먹고 약한 척 파르르 쓰러지며 여관으로 유혹하는 행위라던가. ‘그렇게 안 봤는데. 믿을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그에게 쌓였던 신뢰가 대폭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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