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단편야설

한 편 완결 소설

성인소설 목록

최신 단편

야설 읽기
밍키넷 소설
토스트 메세지 나오는곳
텔레그램 공식채널

밍키넷 공식보증업체

8화 안 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여자들은 무슨 음식을 좋아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나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자리인데 아무 데나 데려가서 아무거나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여자랑 밥을 먹어 봤어야 알지. 그냥 아무 데나 고급스러운 곳을 데려가야 하나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생각해 보면 과하게 비싼 곳은 부담일 뿐 더러 아직 내게는 갚아야 할 빚이 있는 만큼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장사를 시작한 지 벌써 10일째. 내 손에 모인 금액은 총 23골드였다. 한 달에 내야 할 이자를 생각하면 손익분기점은 한 달에 17골드. 벌써 분기점을 넘어서 여유 금액이 6골드나 남아 있었다. 그래, 이 정도 모였으면 조금 비싼 곳에 데려가도 나쁘지 않겠지. 일주일 중 딱 하루 쉬는 휴일. 지난 휴일은 휴일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에만 매달려 있었다면 이제는 장사가 자리를 잡아가니 조금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도심 중앙에 있는 누군지 모를 여자 동상 분수대 앞. 약속 시간보다 조금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자꾸 주변에서 여자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역시 바지는 긴바지를 입고 나올 걸 그랬나. 어떤 여자는 대놓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 기분이 나쁠 정도였다. 예전에는 어떤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면 오히려 기분이 좋을 것 같았지만 그 눈빛과 목적에 음심이 숨겨져 있다면 바라보는 것마저도 이렇게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저기요.” “네?” “그렇게 혼자 있지 말고 우리랑 놀러 갈래요?” 딱 봐도 누구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이 안 보이는 건가? 아니면 자기들을 따라올 거라는 자신감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내 앞을 막아선 여자들은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과 대비되는 태닝으로 잘 구운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은 뭐, 그다지 나쁜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헌팅하면 막 넘어갈 만한 수준의 외모는 또 아니지만. “죄송한데, 저 일행을 기다리고 있어요.” “알지, 누구를 기다리는지 몰라도 우리랑 노는 게 더 재미있을걸?” “저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노는 취미는 없거든요.” “서로 알아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네가 지금 기다리는 년보다 더 즐거울 거라니까.” 이것들이 끈질기네. 보통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서 좀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저기요, 저 일행 기다리고 있다고 했잖아요. 안 된다고요.” “진짜 말귀를 못 알아먹네. 놀러 가자고. 응?” “제가 싫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내가 뭐 튕기는 거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건지. 한 여자가 막무가내로 내 어깨 위로 팔을 두르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가슴을 멋대로 내 몸에 달라붙는다. “아, 하지 마시라고요.” “왜, 좋잖아? 남자들도 사실은 야한 거 좋아하잖아. 보지에 물리면 꼼짝도 못 하는 주제에.” 아니 이거 참, 남자의 필살기인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를 박았는데도 끈질기게 달라붙어 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들은 이런 강제적으로 헌팅을 하는 것이 익숙한지 어느새 양옆에서 나를 막아서선 반바지 위로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더듬어대었다. “그러지 말고 이 누나가 잘해 줄게. 나중에 누나 생각밖에 안 나도록 말이야.” 양옆에서 몸을 더듬고 있는데도 차마 다른 남자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싶지는 않았다. 이 세계의 남자에게 물들고 싶지도 않았고 나의 마지막 남은 남자의 자존심이었다. “저기요, 남의 남자에게 그러시면 곤란한데요.” 내 손목을 잡고 강제로 막 끌고 가기 직전, 우리 앞을 막아선 여자가 있었다. 푸른색 느낌의 은발이 어깨까지 내려와 찰랑이는 머릿결. 화장을 했는지 뽀얀 피부에 살짝 도도하게 느껴지는 얼굴. 외모는 정말 낯설었지만 목소리만큼은 누구보다 자주 듣던 목소리였다. “스텔라?” 평소에는 항상 머리를 곱게 하나로 땋고 화장도 하지 않고 나와 순딩한 이미지였는데 어느새 화장하고 나니 약간 성숙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런걸 두고 갭모에라고 하는 건가. 솔직히 등장부터 조금 가슴이 설레었을 정도였다. “넌 또 뭔데? 내가 침 묻혔으니까 꺼져.” “키도 작은 게 어딜. 딱 봐도 소젖일 것 같은 년이.” 여기서 말하는 소젖은 소추의 반댓말이다. “저리 가시죠 양아치년들아.” 그녀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 한 손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을 만들고서 나를 감싸고 있는 여자들을 노려본다. 마법도 쓸 줄 알았네. 왜 면접을 볼 때 마법을 쓸 줄 안다고 말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녀는 누구보다도 듬직한 모습이었다. “이... 씨발, 너, 두고 보자.” 금발 태닝 양아치녀들은 아무리 깡이 좋다고 한들 마법 앞에서 덤빌만한 무력도 배짱도 없었는지 내 손을 놓고 후다닥 달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스텔라는 손에서 마법을 휙 없애고선 내게 다가와 그녀들이 꽉 잡느랴 손자국이 났던 손목을 어루만지며 회복마법을 걸어 주자 금방 손자국도 없어지고 살짝 아려오는 느낌도 순식간에 없어졌다. “많이 아팠죠? 미안해요. 저런 여자들이 다가올 때까지 혼자 내버려 두어서.” “아니에요. 그게 왜 스텔라가 미안해해요. 저들이 잘못한 건데.” “그냥, 뭔가 같은 여자로서 미안해서요.” 자기 잘못도 아닌데 미안하다고 하는 이 착한 마음씨. 이 여자는 정말 제대로 된 마음을 가졌구나. 이 여자라면... 처음으로 이 세계에 오면서 여자를 여자로 제대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 이런 게 반한다는 느낌인가. “갈까요? 제가 봐둔 곳이 있는데 값도 괜찮고 맛도 있거든요. 인기 많아요.” “그럴까요?” 어느새 주위를 뺑 둘러싸 우리를 구경 중인던 군중들이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제법 많은 사람이 내가 강제로 당할 뻔 할 상황을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소린가. 제법 사람들이 빠지자 어느 정도 길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당당하게 내게 손을 뻗는다. 강제로 낚아채는 것보다는 내가 알아서 잡아주기를 기다리는 건가. 이 정도면 첫 데이트라고 봐도 되겠지.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아주자 그녀는 싱긋 웃더니 예의 봐두었다는 가게로 안내해주었다. 가게는 훌륭했다. 인테리어도 제법 분위기 있게 되어 있었고 음식들의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으면서 맛도 있는. 말 그대로 가성비로써는 훌륭한 가게였다. 다만 그곳에서 나온 와인이 생각보다 강해서 당황했달까. 계산은 내가 제대로 하고 나왔지만 와인을 고작 세 잔 마셨을 뿐인데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게 적당히 마시지 그랬어요. 리비드, 괜찮아요?” “아으, 느에... 조금 어지럽네요.” 내 주둥이야 말은 제대로 좀 하자. “비틀거리는 것 좀 봐... 리비드. 걸을 수 있겠어요?” 질문하면서도 내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그녀. 나는 본능적으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그녀의 허리춤에 내 팔을 둘렀다. “곤란하네요. 가게까지 제대로 걷지 못하실 것 같은데. 시간도 늦었고... 어쩌면 좋죠?” “으으, 모르겠...” 더 이상 말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머리가 어지러운 게 시야가 핑핑 돌기도 하고, 무엇보다 심장이 빨리 뛰어내 귀에도 내 심장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리비드, 나를 봐요. 정말 괜찮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올려다본다. 살짝 붉은 그녀의 동공을 마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정말 곤란하네요. 그럼... 근처에 여관에라도 들어가야겠어요.” 그래, 어디든 들어가서 일단 누워야겠어. “여관에 데려가 줄게요. 잠시만 제게 몸을 맡기세요.” 내 허리춤을 꽉 잡는 손길에 나도 모르게, 마치 그녀에게 안기기라도 하듯 양팔로 그녀의 허리춤을 끌어안는다. 달콤한 향기. 이게 여자의 향기인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힘없이 그녀의 몸에 매달린 채 이끌려간다. 그래도 바로 근처에 여관이 있었던 걸까. 얼마 걷지도 않은 것 같은데 금방 그녀가 나를 침대 위에 눕혀주었다. 그동안 내 얼굴이 꽤 달아올랐는지 내가 손으로 만져 봐도 뜨거워진 뺨. 이 몸으로 태어난 이후 술을 처음 마셔봐서 나도 모르게 예전 주량을 생각하고 단숨에 들이킨 것이 화가 되었던 것일까. 얼굴 뿐이 아니라 몸 전체가 뜨거웠다. “몸이 이렇게나 뜨거운 것 봐... 괜찮겠어요 리비드?” “후우우...” 몸 안이 뜨거워서 어떻게든 그 열을 배출하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이미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고 있었고 한숨을 푹 내뱉으며 열기를 뿜어낸다.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 하는 한심한 나를 바라보던 그녀는 어느새 같이 침대 위로 올라와서는 굳이 베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금, 그날 처럼 내 머리를 들어 올려 무릎 위에 올려주고선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살짝 붉은끼가 도는 눈빛을 마주 바라본다. 입술에는 무언가 발랐는지 번들거리는 입술. 그저 종업원으로만 보아서 그런 걸까. 그녀를 여자로 인식하고 난 이후에는 그녀의 얼굴이 참 이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눈을 깜빡이고만 있을 뿐인데도 무겁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을 때쯤,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고 일어나면 개운해질거예요.”

고객센터 Sup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