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빌런은 어느 세상에나 존재한다.
내 수중에 들어온 1000골드라는 거금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건물을 짓는 자재값과 인건비, 마법시공을 위한 마법사 고용, 건물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이미 80% 이상 날아가고 말았다.
건물 시공에만 800골드 이상, 남은 금액으로 토지값을 구매하고 나니 내 수중에 남은 금액은 고작 3골드 뿐이었다.
200골드로 살 수 있는 땅 역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을 살 수 없었다.
도심에서 제법 떨어진 가장자리. 땅은 다양하게 제법 많았지만 그나마 싼 값, 그리고 내 주 고객층으로 노리고 있는 평민층이 모여 살고 있는 후미진 주거촌 근처에 건물을 세웠다.
건물이 세워지는 일주일간 가만히 앉아서 놀고먹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종이를 잔뜩 구해 일주일 내내 전단지를 전부 직접 작성해 도심에서부터 시작해서 평민촌의 골목 까지 온종일 돌아다니며 벽, 가게 외벽, 골목 곳곳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다.
즉석에서 질문을 받기도 하는 둥, 공중목욕탕이라는 지식 자체가 없었던 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무리 동성이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지 않았던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목욕탕. 만약 이것이 본래 세계에서 세워졌다면 흔해빠진 평범한 목욕탕이었기에 당연히 관심조차 못 받고 망해 버릴 수준의 아주 평범한 목욕탕이었다.
대출받은 돈으로 제일 많이 들인 비용은 역시 토지비용,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이 들어간 비용은 값싼 아티팩트 제작이었다.
보통 공격 마법이나 방어 마법이 들어간 아티팩트의 가격은 물론 어마무시했지만 내가 제작한 것은 아주 값싼 기본적인 아티팩트였다.
이 세계의 아티팩트는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었다.
마나가 없는 평범한 일반 남자라도 아티팩트가 있다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물건.
그리고 다양한 마법을 넣을 수 있었기에 아티팩트 장사는 언제나 성황이었다.
그렇게 너나 나나 아티팩트 제작에 열을 올렸고, 고급 아티팩트가 아닌 이상 저렴한 아티팩트는 1골드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값 싼 아티팩트도 많았다.
여자, 남자 목욕탕에 로커 하나당 아티팩트 하나씩. 로커를 열 수 있게 보관해주는 값싼 팔찌를 하나씩. 총 100개의 아티팩트를 준비하는 것만 일주일이 걸렸다.
오픈 당일.
전단지를 보고 온 손님들의 숫자는 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솔직히 30명 모이면 많이 모인거로 생각했는데 대충 눈대중으로 보아도 50명은 족히 넘었다.
첫 장사는 생각보다 느낌이 좋았다.
입장료는 8세 이하에게 5실버. 남자는 10실버 여자는 15실버.
그렇게 계산을 했는데도 첫날 개시 후에 바로 들인 수익은 700실버가 조금 넘어갔다.
물론 첫 장사인 만큼 직원도 없이 내가 모든 것을 전부 관리한다는 것은 힘들었다.
우선 카운터, 당연히 손님들은 모든 것이 처음 보는 시스템이었기에 모든 것에 설명이 필요했다.
우선 아티팩트를 이용한 로커 사용법부터 시작해서 목욕탕의 구조라던가, 기본적인 매너나 규칙들.
이것들을 찾아오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설명해대고 있었으니 목이 갈라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목욕보다 더욱 인기가 많았던 것은 삶은 계란이었다.
계란을 그대로 삶아먹는 것은 역시 어디서나 만국 공통인지, 이 세계에도 삶은계란이란 음식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시원한 우유와 함께 먹는 계란, 그것도 뜨끈한 물로 목욕한 후에 먹는 우유와 계란은 정말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첫날의 장사는 순수익만 총 1400실버 가까이 나왔지만 첫 장사인 만큼 문제점도 상당했다.
우선 관리인. 남자 관리인과 여자 관리인이 필요했다. 탈의실에는 아무 데나 버린 계란 껍질이라거나, 빈 우유병이 굴러다녔고, 쓰고 난 후의 수건을 대충 버려서 바닥에 이리저리 널브러진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탕 내부도 마냥 깔끔하지는 않았다. 물론 똥오줌을 아무 데나 싸질렀다. 뭐 이런 것은 없었지만 쓰레기가 가끔 돌아다니기도 했고, 수건을 안에서 사용하고 젖은 수건을 방치한다거나. 틈틈이 청소해야 하면서도 카운터도 보려면 적어도 여자 관리인 만큼은 꼭 필요했다.
직원을 구해야 하는 건가.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밤 10시에 끝나는 장사. 개업 첫날에 1골드 이상 벌어들인 것은 확실히 성공적인 사업이었다.
물론 개업 첫날이라는 버프도 있었겠지만 목욕탕을 이용했던 손님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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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은 직원, 여자 탈의실 관리인을 구했다. 하루 일당 100실버. 다른 평범한 일보다 훨씬 많이 받는 급료였다.
그만큼 제법 많은 지원자가 몰려들었고 그중에 제일 선해 보이고 순수해 보이는 동글동글한 인상을 가진 여자를 뽑았다.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자기가 맡은 일은 꼼꼼하게 해내는 성실한 직원이었다.
동그란 안경에 뭔가 지적인 공부소녀 같은 이미지였지만 이 세계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예쁜 여자도 비호감으로 만드는 안경이란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스텔라, 오늘 주문한 계란이랑 우유 도착했으니까 그쪽으로 옮겨줘.”
“네. 사장님.”
물론 지적인 이미지의 소녀 모습이라 하더라도 나보다 2살이나 많기도 했고.
“읏차.”
계란이랑 우유를 한아름 가득 담긴 것을 양손에 가볍게 들어 옮기는 완력은 저 소녀에게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시켰다.
그나저나, 저 호칭은 언제 들어도 너무나도 짜릿했다.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대학생에서 사장님이라니. 19년간 고생해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흡족하게 미소를 짓는 와중에 두 번째 직원 찰리가 도착한다.
아무 말도 없이 나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2층으로 훌쩍 올라간다.
남자 관리인. 일당 50실버.
남자라서 일당이 적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가 하는 일은 그닥 없었다.
기본적인 업무도 업무지만, 무거운 것을 옮기면 금방 지쳐서 헥헥대는 것이 꼴 보기가 싫기도 해서 항상 장사가 시작하기 전, 우유나 계란 같이 물건을 옮기는 일도 내가 대신 해주어야 했다.
범생이 같은 얼굴에 주근깨 가득한 뺨. 그 와중에 내가 물건을 옮겨 주며 도와주면 고맙다고 볼을 붉히는 모습을 보면 한 대 때리고 싶어진다.
착한 내가 참아야지.
그리고 또 바뀐 것은 역시 손님의 숫자였다.
첫날 버프로 몰려들었던 손님들의 호평은 다른 손님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평소 뜨거운 물로 몸을 지지는 행위를 모르던 사람들도 한 번씩 들러서 즐기고 나면 한번 두 번 다시 찾아왔다.
물론 세상 어느 곳이나 진상 손님은 있기 마련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연약하고 소심한 남자들이 가득한 세상은 같은 남자들 앞에서도 금방 기 죽어서 내가 뭐라 말 하면 금방 꼬무룩 하고 돌아섰다.
문제는 여자 손님들이었다.
아직 싸움이 일어난다거나, 소동을 피운 일 까지는 없었지만. 막무가내로 가게가 마음에 안 든다며 환불해 달라고 떼를 쓰던 악질 손님이 있었다.
소동을 일으키기 싫어 그 자리에서 환불 해주긴 했지만.
내 대처가 잘못 되었던 걸까. 그 이후로 환불을 해 달라고 떼를 쓰는 손님이 조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개에게 물리고 거를 손님 걸렀다고 생각하면 조금 나을까.
장사는 잘되고 있었으니까.
그 생각에 진상들을 버티고 이겨 내면 하루 수익금이 나를 반겨 준다.
요즘엔 하루에 2골드를 넘게 버는 일이 많았다.
하루에 2골드에서 3골드 사이. 매일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하루에 5골드를 버는 것도 꿈은 아닐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손님.”
여느 때와 같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키는 170을 넘기는, 나와 비슷한 크기의 여자 손님이었다.
누가 봐도 나 용병이예요. 라는 듯이 등에는 제법 커다란 칼을 매고 있었고 막 일을 마치고 왔는지 먼지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오니 살짝 땀 냄새도 날 정도였지만 그래도 나는 벌써 일주일차 프로 장사꾼이 아니던가.
금방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아래로 시선을 돌린다.
손에는 무언가 병을 들고 있었다. 작은 병은 겉으론 알 수 없는 액체가 반쯤 담겨 있는 병.
누가 봐도 음료처럼 보였기에 찾아온 손님에게 돈을 받기 전에 제지했다.
“손님, 목욕탕에는 음료를 가지고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아이 씨, 이거 음료 아니니까 신경 꺼요.”
말 한마디 했다고 바로 욕지거리라도 뱉을 기세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자 흠칫 놀라기야 했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더 강하게 나올 것이 분명했기에 다시 한번 더 그녀를 막아섰다.
“그럼 음료는 이곳에 두고 들어가 주시겠어요?”
“내가 댁을 어떻게 믿고 이걸 줘? 그리고 이거 음료 아니라니까.”
“손님... 그러니까...”
자꾸만 앞길을 막는 내가 귀찮았는지 겁을 내고 내쫓으려는 듯이 카운터를 손으로 쾅 찍으며 그 아래에 15실버를 툭 떨궈준다.
“내놔, 들어가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나오자 솔직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나무 재질의 카운터라고 해도 그녀가 손으로 내리친 곳이 살짝 움푹 패여 들어가 있었다.
“후우, 그럼 안에서는 마시지 말아 주세요. 소란을 일으키시면 금방 경비병이 달려올 겁니다.”
“씨발 알겠다니까.”
47번의 열쇠를 건네주자 뭐 물건을 훔쳐 가기라도 하듯 잽싸게 받아들고 탈의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아오, 저 씨발 년이...”
“뭐?”
“아닙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내가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는지 순간 휙 돌아보더니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쓸데없이 귀만 밝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