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사기꾼에게 당하다.
내가 잠깐 나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타닥- 타닥-
도착했을 때에는 이쁘게 지어진 오두막은 다 검은 숯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마법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손쓸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 어머니... 어머니!”
다 타버린 숯더미 안으로 들어간다.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집 안에 있었으니까. 혹시 하는 마음에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아무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벌써 다 타버린 건가.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릴 적 집을 나간 누나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나와 끝까지 있어 준 혈육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시다니.
“어머니...!!”
“왜 그렇게 부르고 있어?”
“에?”
다 타버린 숯덩이, 커다란 기둥 뒤에서 손에 무언가를 들고 쩝 쩝 거리며 나타난다.
아이를 둘 낳았다고 믿기지 않는 외모. 나이는 벌써 사십 대를 넘었지만 탱탱한 피부.
우월한 외모의 나를 낳은 그 부모인 만큼 순하게 생겼지만 그 외모는 누구에게도 꿀릴 만한 외모는 아니었다.
“다행이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었다. 만약 돌아가시기라도 했다면...
그 이후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체 왜 불이 난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나오기 전까지 분명 집 안에 있었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어머니가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면 이렇게까지 타버릴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 왜 아들이 해준 스프를 식지 않게 하려고 불을 붙이고 잠깐 간식을 사러 나왔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네. 하하.”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니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각종 다양한 빵, 아마도 스프와 같이 먹으려고 산 것 같은데, 이미 바게트 빵을 절반 가까이 집어먹은 것 같았다.
그리고 저 태연하게 너스레를 떠는 웃음.
“하하?”
“하하하.”
“하하하? 지금 우리 집 할부가 얼마나 남았는지 기억 안 나? 엄마 용병도 그만두고 수입 뚝 끊겨서 언제 이 할부금 다 갚을지 앞길이 막막한데 하하하? 웃음이 나와?”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빚은 천천히 갚아나가면 되는 거야. 인생에 목표도 생기고 좋네.”
“인생의 목...”
목표가 빚갚기 따위라니 그딴 인생의 목표는 사양하고 싶었다. 구상하던 온천 사업도 물 건너가 버렸나.
이 막대한 빚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하나.
“괜찮대도. 엄마가 다시 용병길드에 가입하면 된다니까. 이 정도는 금방이야.”
실제로 검술에는 꽤 일가견이 있던 프로 용병이었다. 오크를 혼자서 잡을 정도라고 했고, 용병일할 때에는 그래도 수입이 꽤 나왔다고.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듣자 하니 요즘 오크가 늘어나서 많이 찾는다더라. 엄마도 거기 가면 되겠네.”
“뭐? 너 미쳤어? 네 어머니를 오크 잡는 파티에 보내려고?”
“잘 모르는구나? 우리 엄마, 오크 혼자서 잡고 그랬대.”
“아, 아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오크를 혼자서 잡는다니. 그 정도 실력이면 기사단에 들어가고도 남았지.”
“?”
나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그리고 뒤엔 안절부절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설마?
“자, 자. 엄마는 오늘부터 바로 용병 일하러 갈게. 세실라? 잠깐 우리 아들 좀 부탁해도 될까?”
아들을 부탁하다뇨. 설마 도망가는 겁니까 어머니?
“에...에?”
갑작스레 나를 맡게 된 세실라가 어벙하게 서 있자 어머니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순식간에 도망가 버렸다.
“그쪽은 반대편이야!”
용병길드 건물과 반대편으로 사라져 버리는 뒷모습.
덩그러니 남은 세실라와 나는 어색하게 눈빛을 교환했다.
“저기, 미안한데 그럼 나 딱 하루 만 재워주지 않을래?”
“그, 그래! 당연히 좋지.”
누군가가 들었으면 얘는 무슨 남자가 되어서 겁도 없이 다 큰 여자의 집에 들어가냐 한 소리를 들었겠지만 세실라는 달랐다. 그녀는 그럴 여자가 아니었으니까.
남자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수십 번 성희롱을 당한다. 그게 못생긴 남자라 할지라도 몸매만 괜찮으면 강간까지 당하는 게 이 세상이었다.
남자가 살기 최악의 조건인 이 세상에서 언제나 내 곁을 지켜 주었던 것은 세실라였다.
축제가 있다거나 도심으로 갈 일이 생겼을 때, 내 옆에서 다른 여자들의 손길을 막아주었던 것이 세실라가 아닌가.
나에게 세실라는 흔히 로맨스 소설에서 나올 법한 백마 탄 기사님이나 다름없었다.
세실라의 집은 멀지 않았다. 조금만 거리를 지나 도심 근처에 자리한 꽤 목 좋은 곳.
다 타버린 우리 집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커다란 저택이었다.
“여기 온 게 몇 년 만이지? 거의 8년만인가?”
“집에 들어와본적은 한 번도 없었지?”
요즘 트랜디라는 흔하게 보일 법한 새하얀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저택 안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보였다. 수놓은 장식들도 눈길을 끄는데에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가장 내 눈길을 끈 것은 우리를 맞이하는 세실라의 어머니였다.
“아카데미에서 돌아왔다더니 왜 이렇게 늦... 누구?”
당장 불호령을 떨어트리려고 큰소리를 치다 뒤늦게 나를 발견했는지 인상을 풀고 나를 바라본다.
세실라와 묘하게 닮은 얼굴, 하지만 세실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가슴이 옷을 찢어버릴 정도로 폭발스럽게 튀어나온 것이었다.
유전자를 잘못 받았구나.
“내가 옛날에 얘기했었잖아. 친구 있다고. 얘가 그 리비드야.”
“아, 그 잘생긴 친구가 있었다고 했었지?”
얘는 대체 나를 어떻게 소개한 거야.
“안녕하세요 세실라 어머니, 리비드라고 합니다.”
내 이름을 들은 여자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에 찬 얼굴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먹잇감을 삼키기 전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얼굴이었다.
나는 저 얼굴을 익히 보아서 알고 있다.
혼자서 거리를 돌아다니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항상 저러했다.
은근슬쩍 거리를 지나가면서 엉덩이를 훑어대는 여자들의 눈빛.
본능은 당장 도망치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나는 남자였다.
남자가 되어서 이런 곳에서 도망칠 수는 없지.
나는 당당하게 그녀의 맹수같은 눈빛을 마주 바라봤다.
“괜찮지?”
서로 눈빛을 당당하게 마주 보는 중에 세실라는 자초지종을 다 설명하더니 제 어미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그제야 나를 슬쩍 바라본다.
“그럼, 괜찮지. 세실라 친구라는데. 힘들겠구나. 며칠이건 상관없어. 마침 비어 있는 방도 있잖니? 거기에 묵게 하면 되겠다. 안내해주렴.”
“가자 리비드.”
“어, 응.”
괜히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그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더니 눈이 매울 지경이었다.
세실라를 따라 빈방에 들어간다. 제법 넓은 방, 안은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지만 여기서 일하는 시종인의 침대를 뺏어 하나 구해주겠다는 말에 극구 사양을 해 결국 타협점으로 매트리스를 하나 넣어 주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하필이면 내가 성인이 되는 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성인식이랍시고 준비했던 것도 전부 불에 타 없어져 버리고. 불운의 연속이었다.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 충격이 커다래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 버렸다.
미안 하지만 욕탕이라도 빌릴까.
마침 저기 커다란 거실을 청소중인 시종인이 있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욕실이 어디인가요?”
“어머, 네가 그 아가씨 친구?”
낯선 사내가 말을 걸어도 이 세상의 여자는 겁먹지 않는다. 태생부터 여자가 월등하게 태어났기에 여차하면 남자 둘 셋 정도는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남자 목소리에 어색하게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나를 천천히 위아래로 대놓고 훑어보았다.
“쯧, 아쉽네. 아가씨 친구라니... 저쪽이야.”
뭘 아쉬워 아쉽기는. 넌 내가 사양이야.
그녀가 안내해 준대로 가니 금방 욕실이 나타났다.
이 세계의 욕실은 굉장히 불편했다. 따뜻한 물을 사용하려면 불을 지펴 뜨거워진 물을 섞어 미지근하게 만든 욕조에 들어가는 것뿐, 평소엔 찬 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대충 씻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조금 잘 사는 집이라면 마법적 처리가 된 온수가 공급되어 현대의 그것과 비슷한 욕조가 있었다.
뜨끈한 물이 채워진 욕조에 몸을 푹 넣자 온몸에 잔뜩 들었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게 극락이지. 다른 게 뭐가 있겠어.
아래로 슬쩍 시선이 내려간다. 내가 바랬던 대로 그 사고 친 사기꾼 견습 신이 이것만큼은 제대로 지켜 주었는지 훌륭한 소추였다.
욕조에 등을 푹 기대어 반쯤 몸을 뉘이니 만족스러운 미소가 저절로 피어난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들랑말랑 눈이 천천히 감겨 오던 중이었다.
벌컥-
갑자기 열리는 욕실 문.
“어머, 사람이 있었네. 리비드니?”
세실라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어, 어? 여긴 어떻게?”
분명 욕실 문을 제대로 잠그고 들어왔다.
심지어 욕실 앞에는 내 옷을 벗어둔 바구니도 있지 않던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편히 앉아 있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는 것은 오랜만이지?”
당황한 나와는 다르게 당당하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다.
세실라를 낳았으니 적어도 삼십 대는 되었을 나이. 뽀얀 나신의 그녀는 커다란 젖가슴을 출렁이며 태연하게 물을 끼얹기 시작했다.
솔직히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만한 가슴을 가진 여자는 두 번의 인생을 통틀어서 본 적 없었으니까.
힐끔 쳐다보다가 물을 끼얹는 그녀와 눈이 맞았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차분하게 몸을 닦는다.
보통 저렇게 대놓고 색기를 뿌려대면 이 세계의 남자들은 당장 비명부터 지르고 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겠지만 나의 내용물은 어디서나 당당한 상남자가 아니던가.
아랫도리로 피가 쏠리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의 남자들은 성인이 되어야만 발기가 시작한다고 했지. 오늘이 딱 성인이 되는 날이었기에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발기하기 전엔 제대로 고작 손가락 하나 정도의 크기였지.
그래도 발기한 자지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어, 아래를 슬쩍 바라본다.
그곳에는 이전의 몽둥이보다 더 흉악하고 커다란 것이 달려 있었다.
“홀리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