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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헌팅(1)


-5화-헌팅(1) 잠을 자고 가려는 미영을 억지로 돌려보냈다.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같이 자고 나서 맞이할 아침이 더 민망할 것 같았다. 다음 날, 나는 거리를 걸으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미영과 예전과 같은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미영은 그만큼 아까운 동생이었다. ‘역시 아는 애들 따먹는 건 자제해야겠다. 그러다 인간관계 다 파탄 날라.’ 어쨌든 어제 받은 후원금은 1,700만원. 미영과의 섹스로 여러 가지를 확인했다. 성은방 BJ가 된 후 따먹은 여자는 지아, 매니져, 미영. 이렇게 셋이었다. 그 중 미영과의 섹스가 가장 후원금이 많았다. 미영이 셋 중에 외모로는 좀 딸린다고 볼 수 있었다. 섹스 스타일도 가장 밋밋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후원금이 들어 온 것이다. 그건 역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따먹는 과정이 성좌님들에게 재미를 줬을 것 같았다. 스킬 사용 없는 섹스에 대한 보상으로 경험치 4포인트를 받기도 했다. 역시 스킬 사용 없는 섹스는 보상도 컸다. 곧바로 경험치 배분에 관해 고민했다. 정력이 넘쳐서 몇 번 더 하고 싶은데 체력이 못 받쳐 주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매력이 떨어진단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낮은 수치가 맘에 걸렸다. 이제부턴 능력치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매력에 플러스 2, 체력에 플러스 2’ [향상된 능력치를 확인합니다.] [피지컬:11 외모:8 매력:7 체력:7 기술:10 정력:13] ‘효과는 차차 확인해 보기로 하고.’ 이제 중요한 건 앞으로의 방송 콘텐츠였다. ‘계속 다른 여자랑 섹스 하고, 되도록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건 분명한데... 아는 애들이랑 하긴 싫고...’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스쳤다. “그래! 헌팅!” 헌팅 섹스! 방송 소재로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소재가 정해졌으니 곧바로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며 길거리 캐스팅은 몇 번 당해 봤지만 헌팅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굳이 헌팅을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건 방송이니까 해야지. 또 재밌을 거 같다.ㅋ’ 괜히 신이 났다. 방송 자체도 재밌을 거 같고, 후원금도 기대가 됐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여자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곳은 강남 가로수길. 대한민국 최고 미인의 집결지다. 그래도 배우라고 없는 돈에 무리해서 강남에 원룸을 잡았던 게 신의 한수라고 생각했다. ‘오! 프리티 걸! 타깃 설정!’ 딱 봐도 빛이~ 나는~ 솔로~ㅋㅋ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모델이거나, 하여간 비주얼로 뭐라도 하면서 먹고 살 얘로 보였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타깃에 접근했다. “저기요. 시간 있으세요?” “네? 왜요?” “커피 한잔 하실래요?” “커피요?” “네.” 여자는 슬쩍 나를 훑어 봤다. 나도 나름 연예인 급 비주얼인데 꿀릴 게 없다. 게다가 그 외모에 날개가 되어주는 구X 정장을 입고 있으니 단순한 양아치로 보이진 않을 것이다. “죄송해요. 약속 있어서요.” 여자는 살짝 목 인사를 하더니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뭐지? 당황스럽네.’ 승부욕이 났다. 빠른 걸음으로 여자를 쫓으며 다시 물었다. “무슨 약속인데요? 바빠요?” “네. 바빠요. 죄송합니다.” 여자는 이번엔 처다 보지도 않고 말하더니 총총총 앞으로 뛰어갔다. “오빠~” 여자가 뛰어 간 곳엔 람보르XX가 정차돼 있었고, 차 옆에 선 남자가 여자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누구야?” “몰라. 시간 있냐고 물어보던데?” “모델인가? 반반하긴 하네. 잠깐 만나볼래?” “오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완전 서운하다...” “크크큭! 농담이야! 타.” 여자는 잔뜩 삐진 표정으로 람보르XX에 탔다. 남자는 슬쩍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운전석에 탑승했다. 부우웅-! 람보르XX이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떠나갔다. “ㅆㅂ.. 뭐야?” 나는 멀어져 가는 람보르XX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저 임자 있는 여자에게 헌팅을 시도했다가 까였다고 하기에는 기분이 ㅈ같았다. “내가 니 년 얼굴 기억했다. 다시 만나면 반드시 따먹힐 줄 알아라.” 첫 시도에 자존심을 상한 탓일까, 괜히 의기소침해진 나는 연이어 헌팅에 실패했다. “저기,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저. 커피 한잔 하실래요?” 총 세 번의 실패로 멘탈이 너덜너덜 해지는 기분이었다. “시발! 쪽팔리게!” 분명 여자들은 처음 본 나의 비주얼에 호감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죄송하다며 자리를 피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냥 최면 스킬을 쓸까...’ [성좌님들이 실망합니다.] [성좌님의 기대감이 하락합니다.] [성좌님들이 진짜 헌팅 방송을 기대합니다.] “ㅆㅂ! 알았다고! 내 힘으로 헌팅 한다.고!” 하여간 성좌의 취향은 까다롭다. 나는 속이 부글거렸다. “ㅆㅂ... 길거리에서 생판 모르는 여자한테 말 걸어 본 적이 있어야지... 이거 쉽지 않네.” 이제 까지 실패 사례를 천천히 복기를 해봤다. 우선 타깃 설정 미스의 가능성. 처음 타깃처럼 애인이 있는 경우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다. 외모가 되는데다 애인이 있는 여자를 헌팅으로 꼬시는 건 쉽지 않다. 그리고 첫 인사부터 대화를 풀어나가는 스킬이 부족했던 것. 다짜고짜 시간 있냐, 번호 달라, 커피 마시자. 너무 뻔한 수작으로 보이고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처음 본 여자들이 경계심을 가지지 않도록 접근해서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나가는 스킬이 필요했다. ‘복기는 이만하면 됐고. 그럼 타깃 선정부터 다시.’ 바쁘게 어딘가로 가는 타깃을 고르는 건 좋지 않다. 편하게 대화를 풀어나가기 어렵다. 가만히 서 있거나 산책을 나온 것 같이 느리게 걷고 있는 여자 중에 고르기로 했다. 그중에서 제일 비주얼이 되는 타깃을 스캔하는 건 내 본능이 알아서 해줄 거다. “오케이~ 타깃 선정!” 나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청순한 분위기의 여자에게 다가갔다. ‘미리 생각한 각본대로!’ 나는 핸드폰을 들고 당황한 연기를 했다. 연기야 내 기본 스텟이니까. “저기. 죄송한데 핸드폰 잠깐 빌릴 수 있을까요?” “네?” “배터리가 없어서요. 약속했던 친구한테 전화해야 하거든요.” “아... 네.”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예의 있어 보이게.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 “띠리리리~” 그때, 내 핸드폰 밸이 울렸다. 여자는 놀란 토끼 눈이 됐다. 배터리가 있지 않았냐는 눈치. “아! 배터리가 있었네요?” 나는 짐짓 놀란 체 했다. “뭐에요?” 여자는 살짝 당황한 것 같았다. 나는 여자의 핸드폰을 다시 건넸다. “죄송해요. 너무 예쁘셔서요. 번호를 좀 알고 싶었거든요. 거기 찍힌 거 제 번호에요.” 나는 고개를 깊게 숙여 사과하고, 최대한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대본대로 술술 대사를 읊었다. 당황한 기색이었던 여자가 풋! 하고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거 많이 하세요?” “아닙니다. 처음이에요. 정말 너무 예쁘셔서 대화해 보고 싶어서 용기 낸 겁니다.” 조금 거친 접근이었지만 일단 진입 성공! 대화가 시작됐다. 게다가 번호도 땄다. 대화가 계속 이어지게 해야 한다.. 어색한 공기가 침투할 시간을 두면 안 된다. “혹시 연예인 준비하시나요?” “네? 아니요! 대학생이에요.” “진짜요?! 연예인 하실 거 같은데.” “아... 아니에요!” 이것도 준비한 대사이기에 빠르게 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여자는 손사래를 쳤다. 나는 다음 준비한 대사를 바로 찔러 넣었다. 일명 ‘칭찬은 경계를 무너트린다.’류! “그 누구냐.. 손예진! 손예진 닮은 거 같아요!” “예?!! 무슨?!” “그럼 이 번호는 손예진으로 저장합니다?” 나는 실제로 손예진이라 저장하고 여자에게 내밀어 보여주었다. 여자는 당황하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둘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은근 재밌으시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무례한 행동일 수 있었는데.” 최대한 착해 보이게, 최대한 경계심 갖지 않도록. “아니에요. 약속 있으시다면서요. 친구 분한테 전화 하세요.” “네. 예진씨는 여기 어떤 일로 오셨어요?” “저도 친구 만나러 왔어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이따가 2대 2로 볼래요?” 물론 같이 갈 친구는 없다. 일단 대화를 풀어나가며 다음 만남을 약속 받을 수작이었다. “아뇨. 친구는 일 때문에 잠깐 만나기로 한 거예요.” “그래요~? 그럼 더 좋네요~” “네?” “이따가 예진씨랑 저랑 단둘이 보죠. 괜찮으세요?” “음...” “근처에서 커피 한잔해요~ 임피리얼 호텔 커피숍 어떠세요?” “음. 그래요. 연락 주세요.” 여자는 미소로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성좌님들이 기대감을 나타냅니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님이 20코인을 후원합니다.] [쿵덕쿵 장단의 고수 님이 30코인을 후원합니다.] ‘좋아! 1단계 성공! 하지만 그냥 만나서 커피나 하려고 이 짓을 하는 게 아니다. 오늘 바로 예진 아씨를 따먹으려고 하는 거야! 일단 침착하자. 당일치기로 따먹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나는 남은 시간 동안 다음 단계 시나리오를 구상하기로 했다. 좋은 작품은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오니까. ‘강렬한 매력 어필이 필요한데? 스탯 빨이 있겠지만 판을 잘 깔아야 해.’ 나는 임피리얼 호텔 쪽으로 걸어갔다. 5성급 호텔인 그랜드 임피리얼. ‘어떻게 여기서 보자는 말을 순간 생각해 냈지?ㅋ 진짜 나는 천잰가 봐.ㅋㅋ’ ### 두 시간 후, 예진은 임피리얼 호텔 카페를 둘러봤다. “이런데 자주 오시나 봐요?” “비지니스가 있을 때는요. “직업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사업합니다.” “젊으신데 대단하네요. 무슨 사업 하시는데요?” “방송 쪽이에요.” “너튜브?” “뭐 비슷합니다.” “아~ 그래서 아까 연예인 준비 하냐 물은 거예요? 길거리 캐스팅 같은 거?” “그런 건 아니었지만 케스팅 못 할 건 없죠?ㅎ” “그러시구나.” “관심 있으세요?” “에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예진은 테이블에 놓인 브런치를 한입 먹었다. 부끄러워하지만 싫은 기색은 없었다. 나는 대화에 집중하면서도 어떻게 예진을 정복할까 고민했다. 아직까지 대화의 흐름은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연예인 시켜준다면서 한 번 따먹으면 너무 양아친인가? 뭐 양아치면 어때. 스킬 없이 당일치기 섹스가 어디 쉽냐. 그 정도 밑밥은 던져야지. 덥썩 물어만 주면 난 그냥 맛있게 따먹으면 되는 거지.ㅋ “어떻게 하긴요. 연예인 별건 가요. 전문가들이 다 만져주면 되죠.” “네.” “근데 한 가지는 못 만지는 게 있어요.” “그게 먼데요?” 예진은 진심으로 궁금한 눈치였다. 나는 여기서 선을 살짝 넘어 볼까 말까 고민했다. “뭘 거 같아요?” 예진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재능이랑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거예요.” “헉!” “왜요?” “아니에요. 제가 재능이라 생각했거든요.ㅋ” “참고로 미모도 아니에요.ㅎ 물론 예진씨같은 미모의 여성분이 가질 확률이 높죠.” “하하. 저한테 있는 것일 확률이 높다라...” 예진은 아이스크림을 한입 떠먹으며 고민했다. “근데 정말 모르겠어요. 재능도 아니고, 미모도 아니고, 전문가가 만들어 줄 수 없는 거라...” 나는 선을 넘어 보기로 한다.. 슬램덩크에서 변덕규가 파울의 선을 정하려 일부러 강한 차징을 했던 것과 같은 의도였다. “색기에요.” “네?!” “색기요. 타고난 색기는 어떤 전문가도 만들어 줄 수 없죠.” 예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차징 파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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