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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작전성공


정근은 요 며칠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이나도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로 돌아왔건만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다. 뭔가 해결되지 않은 감정 하나가 정근의 머릿속을 떠다녔다. ‘하... 뭐지. 요 며칠 자꾸 한숨만 나오고. 이나와의 관계도 좋고 회사 일도 문제없는데 말이야.’ 정근은 퇴근도 하지 않은 채 사무실에 홀로 남아 깊은 상념에 잠겼다. 이나는 오늘 외근이라 먼저 퇴근한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이나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달음에 귀가했을 정근이지만 오늘은 머리가 복잡해서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 과장님 아직도 퇴근 안 하셨나 봐요.” 머리를 감싸 쥐고 골몰한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대리였다. “어? 어. 김 대리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소현은 한껏 톤을 높여 인사하는 정근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받아준 건 입사 초기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 내일까지 협업사측에 보내기로 한 제안서 수정본 한 번 더 봐야하는데 파일을 두고 가서요. 회사에서는 문서목록 접속이 안돼서 파일로 가져가려고요. 근데 과장님은 이 시간까지 왜...” “아, 내일 수정본보고 그쪽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지? 나도 막 퇴근하려던 참이야. 같이 내려가지.” 정근의 눈치가 수상했다. 그건 정근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왜 이토록 김 대리가 반가운 것일까. 워크숍 때 실수할 뻔한 이후로 마음을 다 잡고 별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 감정은 무엇일까. 그리고 자꾸 머릿속에 워크숍때 김 대리와 마주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17층에서 들었던 소현의 신음소리와 함께. “아니요. 저는 온 김에 조금 하다 가려고요. 먼저 들어가세요.” “아... 그럴래? 그래, 그럼. 나 먼저 가볼게. 내일 봐, 그럼.” 정근은 예상치 못한 김 대리의 대답에 당황하면서 인사를 건네고 사무실을 나섰다. “훗...뭐야. 남 과장님 꼬시기 졸라 쉽네. 보지야 조금만 기다려. 언니가 곧 큰 거 하나 넣어줄게.” 사실 정근이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은 모두 김 대리, 소현의 작전 때문이었다. 소현은 박 대리를 일찍 불러냈던 월요일을 시작으로 정근을 계속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이나에게 관심 있던 박 대리를 거슬려하는 것을 이용하여 일부러 박 대리와 더 친근하게 지냈다. 물론 정근 앞에서만 행해지는 행동들이었다. 정근이 자리를 비울 땐 박 대리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이것 또한 작전 중 하나다. 정근과 박 대리를 모두 신경 쓰이게 하는 것. 그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자, 여기까지 넘어왔으니 다음 작전도 빠르게 수행해볼까.” 소현은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를 뗬다. 그리고 발걸음도 가볍게 일전에 들렀던 동네 Bar로 향했다. 바텐더에게 다음 작전을 의논하기 위해서다. “또 오셨네요. 술은 독주로 준비해드릴까요?” 바텐더가 익숙하다는 듯 소현을 맞이했다. “음, 오늘은 논알콜 칵테일로 주세요. 오늘 가서 일 할게 남아서 술 마시면 안 되거든요.” “잘 되가나 보네요. 그 작전.” “네, 덕분에요. 힌트주신대로 했더니 슬슬 넘어오는 중이에요.” 바텐더는 칵테일을 흔들며 소현을 향해 웃어보였다. “잘 됐네요. 꼭 성공하시길.” 소현은 바텐더가 건네준 논알콜 칵테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렸다. 상상만 해도 보지가 움찔거리는 밤이다. “한 잔 더요. 아, 논알콜로.” 소현은 칵테일 한 잔을 더 마신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독주로 몇 잔 더 마시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제안서를 완벽하게 검토해야 한다. 내일은 불타는 금요일. 제안서 성공을 핑계로 술 한 잔 할 수 있는 날이다. 소현은 내일 팀 회식을 제안할 예정이다. 기분 좋은 상상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소현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야한다. “룰루루룰루~ 랄라라~” 소현이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내일의 단꿈에 젖어있는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려왔다. 소현은 식탁 위에서 지징거리는 진동소리에 샤워기 수도를 잠그고 수건 한 장 챙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물을 뚝뚝 흘리며 식탁으로 향했다. 이 시간 소현에게 전화를 할 사람은 엄마 밖에 없었으므로 발신자도 채 확인하지 않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 말리며 통화버튼을 옆으로 밀었다. “어, 왜. 엄마. 무슨 일 있어?” [...]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보세요?” 그러나 역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소현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머리카락을 털어 말리던 손짓을 멈추고 휴대폰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악! 뭐야! 어머어머!” 소현은 휴대폰을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다. 휴대폰 안에는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영상통화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 대리였다. [어, 미안. 난 화면 앞에서 뭐가 흔들리길래 전화가 잘못된 줄 알고. 나중에 다시,] “아, 됐어. 깜짝 놀랐네. 다 본거 아니지? 근데 어쩐 일? 이 시간에 영통을 다 걸고.” 소현은 태연하게 수건으로 가슴을 가리며 쇄골뼈까지만 보이도록 위치를 조정하며 자세를 고쳐 앉아 통화를 이어갔다. [못 봤어. 보여줄 거야?] “얼씨구. 자기야, 나 비싼 여자야. 근데 진짜 무슨 일인데.” [그냥. 어제 김 대리도 나한테 영통 걸었었잖아. 그래서 나도 해봤지. 안 되나?] 그랬다. 소현은 요 며칠간 박 대리에게 끊임없이 플러팅을 해왔다. 정근을 손에 넣으려면 박 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약간은 끈적한 관계로. “아~ 그치. 맞네. 안 될 건 없지. 밥은 먹었고?” 소현은 순간 자신의 목적을 다시 떠올리며 박 대리와 평상시처럼 통화를 이어갔다. 삼십여 분간 지속된 대화에는 박 대리의 추근거림이 절반이 넘었다. 알몸 영상통화는 계획에 없던 것이지만 우연히 타이밍이 좋아 박 대리가 완전히 넘어온 듯 했다. 역시 될년될인가. 소현은 잘 자라는 인사로 대화를 종료하며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씩 웃었다. 거의 다 와간다. - 민선이 이나의 모습을 하고 사무실로 출근한지도 벌써 4일째. 다행히 본부장은 출장 중이어서 아직까지 마주칠 일은 없었다. 다음 주면 복귀한다니 그때까진 시간을 번 셈이다. 다만 본부장이 출장을 가면서 모든 외근 일을 이나에게 떠넘기고 가서 민선은 뜻하지 않게 개고생을 하게 됐다. “하, 진짜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었나. 본부장씩이나 돼서 이렇게 유치할 일이라니.” 민선은 본부장이 꼴 보기 싫어 복귀를 하지 말까도 망설였지만 자칫하다 김 대리에게 사위를 뺏길까 걱정되어 사무실에 침투하기로 결심했기에 이런 치사한 일쯤은 참아내야 했다. 사무실 복귀 후 정근과 가까이서 업무를 보고 있으니 김 대리 망할년도 감히 다가오지 못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어제 사위가 김 대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두 번이나 목격했기 때문이다. “설마... 남 서방이 그년한테 벌써 넘어간 건 아니겠지? 오늘은 더 하드코어로 관계를 해줘야되는데 또 외근이네. 하, 김영만 늙은이 진짜 밉상이다.” 민선은 외근 나가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가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 주 주임, 힘들어서 어떡해. 본부장님이 믿을 만한 사람 외근 내보내다 보니 주 주임이 일을 다 떠안았네.” 정근은 짐을 챙기는 이나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며 엉덩이를 토닥여 주고 싶지만 보는 눈이 수십명이라 달달한 인사로만 만족해야 했다. “괜찮아요. 다들 하는 일인데, 뭐.” “아, 맞다. 오늘 자기 또 외근이지? 어쩌나. 우리 팀 회식 있는데?” 민선의 등 뒤로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현이었다. “회식? 오늘 팀 회식있어요?” 민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근에게 물었다. “아, 응. 방금 정해졌어. 김 대리가 보낸 제안서 최종 승인 됐다고 좀 전에 연락을 받았거든. 그래서 겸사겸사 축하할겸.” “아, 그렇구나. 축하드려요. 김 대리님.” 민선은 마지못해 김 대리를 향해 축하인사를 건넸다. “아니 뭘~ 다 우리 팀원들 덕분인데. 어쨌든 고마워. 과장님, 오늘 소고기 콜?” “하하. 그래 오늘은 법카 말고 내 카드로 시원하게 쏠게. 우리 주이나 주임님도 외근 끝내고 얼른 오세요.” 민선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정근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법인데, 워크숍 이후로 정근이 달라진 기분이다. “오늘 거래처에서 저 며칠 고생했다고 회식한다고 했는데. 아침에 말 했잖아요.” “아, 맞다. 그랬지. 미안미안. 깜빡했네. 그럼 주 주임 없이 회식해야 하는건가. 어쩌나. 다음에 할까?” 그래도 아직까진 정근에게 이나밖에 없는 듯 했다. 이나가 거래처 회식에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회식을 미루자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어머,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치 자기야?” “그러게요. 과장님 서운해요.” 소현의 말이라면 무조건 아니라는 말부터 내뱉던 소현의 천적 막내사원도 소고기 앞에서 한팀이 되어 소현의 말에 동조했다. “이거 봐요. 우리 막내자기가 언제 서운하단 말 한 적 있어요. 어머, 과장님 너무하신다.” “너무해요. 과장님.” “우쭈쭈. 우리 막내자기 잘한다. 더 말 해. 울어, 그냥.” “아니, 그 정돈 아니고요. 김 대리님.” “어쩐지 잘나간다 했다. 됐다. 자기야 그냥 일이나 해.” 정근은 서운하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사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회식을 감행하기로 했다. 이나가 없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사원들의 눈빛을 저버릴 순 없었다. “아, 알았어. 하자고. 해. 소고기 쏠게. 장소 한 번 알아봐줘요.” “나 갈게요. 지금 출발해야 해서. 오늘 회식 잘하고 이따 집에서 봐요. 너무 늦지 말구요...” 민선은 이 상황이 씁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회식도 사회생활의 일부 아니던가. 민선은 서둘러 가방을 챙겨 거래처로 향했고 소현은 그런 이나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날 저녁. 정근과 기획팀 팀원들은 고기집으로 향했다. 회사 근처에 있는 회식 전문 식당으로 언제나 직장인으로 붐비는 곳이다. “이모님, 여기 꽃등심 5인분이랑 부채살 3인분 먼저 주세요. 차돌 된장찌개도 3개 주시고요. 밥 먹을 사람?” “과장님은 무슨 밥이에요. 촌스럽게. 소고기 먹을 땐 밥 먹는 거 아니거든요. 이모, 여기 소주 각 1병씩 주세요!” 시작됐다. 소현의 작전이. 소현은 오늘도 역시 워크숍 때처럼 정근에게 술을 거나하게 먹일 계획이다. 바텐더의 말에 의하면 남자들은 술에 취하면 없던 용기가 생긴다고 했으므로. 자신에게 용기를 낼 묘약으로 술을 마시게 할 셈이다. “아, 저는 맥주도 주세요. 과장님 괜찮죠?” “어머, 우리 막내자기가 술 마실 줄 아네. 소맥?” “아뇨. 그냥 맥주만 마실 건데요.” “하여간 자기는 캐릭터 하난 진짜 확실해.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막내사원님.” 그렇게 화기애애한 회식자리가 시작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술자리 또한 무르익었다. 어느새 테이블 위엔 소주 빈병이 13개나 늘어서 있었다. “어우, 나 이제 그만 마셔야겠다. 배불러서 더 먹지도 못하겠고.” 소현은 정근이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자리를 파할 것을 암시했다. “웬일이에요. 소주병까지 씹어 드시는 분이.” “막내야. 너 아직 안 갔어? 맥주 좀 작작 마시고. 소고기를 먹어야지. 맥주로 배를 채우면 어떡해.” 정근은 소현의 얘기에 조금 망설이다 말을 꺼냈다. “그럼 오늘 이만 마무리할까요? 아님, 2차 가실 분 있으면 법카 주고.” “저는 2차 가서 마무리할게요, 그럼. 과장님은요?” “그, 그럼 나도 2차 갈게. 같이 움직이자고.” 소현이 2차를 간다는 말에 정근 역시 발길이 그리로 향했다. 술기운 때문인가. 안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소현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소현은 2차로 펍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에게 데리러 오란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리였다. 재무팀도 오늘 회식이라고 했으니, 이 근방에 있을 것이다. 데려다주진 않더라도 잠시라도 들를 것이 분명했다. [오키. 마침 나도 회사 근처. 우리도 재무팀 회식했거든. 지금 갈게.] 소현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잠시 후, 박 대리가 근처에 왔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소현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 대리를 맞이하러 나갔다. “어디가?” 정근이 그 모습을 보고 소현의 등 뒤에서 말을 걸었다. 소현은 대답대신 그냥 씨익 웃고 발걸음을 옮겼다. 정근은 그런 소현이 궁금해졌지만 다시 묻진 않았다. 아마도 화장실에 가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회식 끝났어?” “아니, 아직. 김 대리가 불러서 얼굴 잠깐 보려고 들렀지.” 박 대리와 소현은 펍 건물 계단 한 구석에 기대어 대화를 나눴다. 박 대리는 술이 좀 과했는지 눈까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많이 마셨나봐?” “응, 좀. 근데 나 왜 불렀어?” “어? 데리러 오라고.” “내가 왜?” 박 대리 또한 술기운 탓인지 약간의 시비조를 보태어 저돌적으로 나왔다. “그냥. 우리 입사 초기에 회식할 때 종종 서로 그랬잖아. 박 대리 뿐만 아니라 디자인팀 정 대리도 그렇고, 동기 좋다는 게 뭐야.” “단순히 동기라서? 그냥?” “뭐야, 왜 이래.” 박 대리가 이상했다. 뭔가 화난 것처럼도 보였고,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처럼도 보였다. “너 어제 영통받을 때 일부러 옷 벗었지? 나 꼬시려고.” 소현은 순간 일이 잘못되어감을 느꼈다. 박 대리의 눈빛이 무섭게 느껴졌다. “왜 이래. 박 대리야. 정신 차려봐.” 주변을 살폈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의 외진 계단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았다. “나한테 워크숍 때 주이나랑 한 번 떡치라고 꼬셔놓고, 지금은 왜 나 꼬셔? 너 저의가 뭐야?” 박 대리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의심이 많은 인간이라 재무팀에서도 인재라 여기는 인물이었다. 그만큼 철두철미하고 냉철한 구석이 있는데 소현이 이 부분을 관가한 것이다. 박 대리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주이나가 안 줬으니까, 너라도 한 번 주려고? 동기 사랑으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야, 왜 그래. 박 대리!” 박 대리는 점점 소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급기야 몸을 밀착하고 바로 코앞에 대고 말을 이어갔다. “너 남 과장 좋아하지? 나 갖고 노니? 주이나도 남 과장한테 뺏겼는데, 너까지 날 농락해? 니가 대신 줘라. 한 번 따먹어보자. 얼마나 맛있나.” 박 대리는 말 끝에 소현의 입술을 덮쳤다. 너무 거세게 다가와서 소현이 쓰고 있던 안경이 날아가 땅으로 떨어졌다. “우웁!! 야!!우웁!!” 소현은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 쳤지만 술 취한 건장한 성인남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박 대리가 양손을 포박하듯 세게 쥐어 잡고, 양쪽 허벅지를 벌려 소현의 다리를 감싸는 바람에 소현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하..니가 먼저 꼬셨으니까 책임져.” 박 대리는 계속해서 농밀한 키스를 이어갔다. 그 바람에 소현의 얼굴이 립스틱 범벅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치마를 입은 소현의 허벅지 사이로 박 대리의 커다란 손이 쑥 들어왔다. “입사 때부터 네 다리는 좀 탐나긴 했어. 이나만큼 가슴이 크진 않지만 다리하나는 니가 끝장나지.” 박 대리는 소현의 허벅지를 거칠게 주무르며 성기를 밀착했다. “봐, 딱딱해졌지? 넣어줄까?” “왜 이래, 정말! 야!” 소현이 저항하며 큰 소리쳤지만 펍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소현의 목소리는 아무 곳에도 닿지 않았다. “으읍!” 박 대리는 소현이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또다른 한손은 서서히 팬티 쪽으로 향했다. 슬금슬금 팬티를 밑으로 잡아당겨 윤기 나는 보지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으으읍! 읍!” 소현은 다급해졌다. 당하는 것도 끔찍하게 싫었지만 처녀막이 뚫릴 생각을 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박 대리를 어떻게든 떼어놓아야 한다. 그러나, 박 대리는 이미 눈빛이 돌아있었다. 그를 말릴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보지털 매끈하네. 보지 속은 어떤가 넣어보자, 어디. 구멍이 커도 상관 없어. 내꺼는 더 크거든. 나는 이렇게 은밀한 장소에서 하는게 그렇게 흥분되더라.” 박 대리는 입을 나불거리며 소현을 약올렸다. 이렇게 약올리다 따먹는 게 더욱 흥분되는 일이었기에 보지털과 보지구멍 입구를 왔다갔다 쓰다듬으며 슬슬 예열을 시작했다. “으읍!! 하지마!! 그만!” 소현이 겨우 박 대리의 손을 빼내고 소리쳤다. 하지만 박 대리는 더욱 과감해질 뿐이었다. 이러다 정말 당하게 생긴 것이다. “그만해. 제발. 그만...!” 소현이 절규하듯 외치던 그때였다. 누군가 계단 밑에서 올라오며 박 대리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뭐하는거야! 박 대리 미쳤어? 김 대리 괜찮아?” 정근이었다. 말없이 나간 소현이 돌아오지 않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소현은 자신이 꾸민 일이지만, 당하는 것까진 계획에 없었기에 정근을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미친거야? 박 대리! 야, 어디가!” 박 대리는 정근의 얼굴을 확인하자 성기가 불룩 솟은 채로 재빠르게 꽁무니를 내뺐다. “김 대리. 괜찮아? 어디 안 다쳤고?” 정근은 소현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등을 토닥였다. 소현은 정근의 손길에 더욱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이내 정근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놀랐겠다. 일어날 수 있겠어?” 정근이 애써 침착하며 소현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소현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 정근을 그윽하게 바라봤다. “과장님...” 순간 정근은 숨이 막혔다. 안경을 벗고 립스틱 범벅이 되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소현의 얼굴이 너무나 청초해 보였기 때문이다. 평소 즐겼던 강제로 하는 상황과 맞물려 순간 자지가 바짝 서버리고 말았다. “읍..” 정근의 짧은 신음에 소현은 정근의 아랫도리로 시선을 옮겼다. 정장바지가 팽팽해질 정도로 부풀어 오른 성기가 움찔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과장님...” 소현은 더욱 애처롭게 정근을 불렀다. 정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성의 끈이 그대로 풀어지며 소현에게 격렬한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아앙..과장님..!” 소현의 계획대로 정근은 소현에게 넘어가고야 말았다. 둘은 한참이나 으슥한 계단에서 농밀한 키스를 나눴다. 펍에서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에 정근의 심장도 더욱 거세게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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