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예측불가
와인 한 병에 치즈와 나초, 약간의 과일이 차려진 소박한 한 상차림. 간만에 넷이 둘러앉은 저녁 식탁은 각자의 사정 때문에 약간 어색한 기운이 감돌긴 했어도 여전히 화목하고 따스했다.
“워크숍 준비하느라 고생했다며, 우리 딸.”
문식이 이나의 와인 잔을 채우며 말을 건넸다. 이나 안에 있는 민선은 멋쩍게 웃으며 대꾸했다.
“뭘요. 정근오빠가 고생했지.”
민선은 이제 사위에게 오빠라 부르는 것이 익숙했다. 다만, 문식에게 아빠라는 말은 아직도 잘 나오지 않았다.
“우리 딸 이나는 배려심도 참 깊고 착해. 안 그런가, 남 서방? 허허.”
엄마의 몸에 빙의한 이나는 아빠가 자신의 몸을 향해 딸이라 부르는 소리가 왠지 야하게 들려왔다. 부녀지간 상황극 탓이었을까. 지금도 마치 자신을 탐하며 부르는 소리처럼 들려서 보지가 움찔거린 것이다.
“맞습니다. 장인어른. 누구 따님인지 얼마나 착하고 예쁜지 몰라요.”
정근이 문식의 말에 맞장구치며, 식탁 밑으로 슬며시 이나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주물렀다. 민선은 갑작스런 정근의 손길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으므로 이제 제법 이 스릴을 즐기게 됐다.
“참, 근데 두 분은 신혼 때 어디서 처음 시작하셨어요?”
곧 입주 날짜가 다가와서인지 정근은 문득 장인장모의 신혼시절이 궁금해졌다. 질문을 던지면서도 정근의 손가락은 식탁 밑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아앗..으응..’
사위의 손길에 민선은 속으로 몇 번이고 신음했다. 이제 이 손길도 며칠 후면 느낄 수 없겠지. 민선은 얼마 남지 않은 스릴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아빠, 이것도 드셔보세요.”
이나의 몸에 빙의한 민선은 아빠를 챙겨주는 냥 치즈접시를 문식 앞으로 옮기며 잠시 엉덩이를 떼었다가, 정근의 손가락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엉덩이를 고쳐 앉았다. 그러자 정근의 손가락이 쑤욱 하고 보지를 찔렀다.
‘읍...!’
정근도 적극적인 이나의 몸짓에 아랫도리가 딱딱해졌다. 이나의 손을 끌어 당겨 자신의 성기에 올려둔 채 정근은 손가락을 더욱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고마워 딸래미...그나저나, 우리가 처음에...어디서 시작했더라, 이나엄마?”
문식은 이나가 챙겨준 치즈를 입에 넣으며 기억을 되돌려봤다. 그러나 정근과 맥주로 전작을 한 탓인지 알딸딸한 탓인지,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것인지 대답대신 민선에게 정근의 질문을 되물었다.
“어, 어...나도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갑자기 물으니까 잘 기억이....”
이나는 순간 당황했다. 엄마아빠의 신혼시절 일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근도 문식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너무 오래전 일이기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아이참, 엄마 아빠도! 서울 개포동에서 시작했잖아요,,했다면서요.”
그러나 민선은 달랐다. 이나가 자신의 모습을 하고 문식과의 신혼시절 이야기를 대답하지 못하자 다급해져 자신이 대신 대답을 내던졌다.
“아, 맞다. 그랬지, 참. 맞죠, 여보? 개포동 맞네. 이제 생각이 났네. 호호..호호호. 나이 들면 이렇다니까.”
“엄마가 예전에 얘기해줬잖아요. 그리고 창식이 삼촌인가? 신혼집 얻는 거 도와주셨다고. 그쵸?”
“아, 그러셨구나. 개포동 몇 번 가본 적 있어요. 제 대학 친구가 그쪽 살아서.”
정근은 보지 속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면서도 이나와 민선의 대화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이나도 민선도 다행히 잘 넘어가는 듯한 분위기에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 그때, 문식의 표정이 점점 어둡게 변해갔다.
“잠깐, 이나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창식이 말이야.”
순간 이나의 몸속에 빙의한 민선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창식이란 인물은 문식의 오랜 친구로 당시 신혼살림을 차릴 때, 민선이나 문식도 모르게 집 주인에게 전세보증금 일부를 대신 지불해준 적이 있었다.
그 일을 문식도 모르고 있다가 신혼집을 옮길 때야 집주인이 말해줘서 알았고, 문식은 당시 자존심 때문에 민선에게도 이 사실을 절대 알리지 않았었다. 민선은 나중에 창식이 그 다음 이사한 집에 놀러왔을 때 문식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몰래 들어서 알게 됐던 것이다.
고로, 민선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여태껏 문식도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그저 각자 비밀로 간직한 채 서로의 마음속에 묻어둔 지난날 애틋한 추억이었다.
“이 얘긴 당신도 모르는 얘기 아닌가.”
문식은 혼란스러웠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정근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자 슬며시 이나의 가랑이에서 축축해진 손을 빼내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흠흠, 장인어른. 안 좋은 얘기인가요? 저는 무슨 일인지 몰라서. 이나야, 창식이 삼촌이 누구셔? 우리 결혼식 때 인사드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럴 수밖에. 창식이란 친구는 이나가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사고로 하늘로 갔기에 이나도 기억에서 가물가물한 존재였다. 그런데 이나의 입에서 창식이란 이름이 나오다니. 게다가 신혼 때 도와준 일을 어찌 알았단 말인가.
“뭔가 이상해. 그러고 보니. 당신이나 이나나...요즘...”
문식은 이나와 민선을 번갈아 쳐다보며 의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문식의 표정이 점점 싸늘하게 굳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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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주이나 여시 같은 년. 어떻게 떼어놓지. 거의 다 된 밥이었는데. 아악! 짜증나!”
소현은 워크숍때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여전히 약 오르고 화가 났다. 분명 정근 또한 자신에게 야릇한 눈빛과 목소리를 던지고 있었는데, 이나가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와장창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이러니 술을 못 끊지.”
소현은 집 근처 Bar에 홀로 앉아 얼음 넣은 위스키 한 잔을 단숨에 털어놓았다.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바텐더가 그런 소현을 보고 자연스레 말을 건넸다. 소현은 대꾸할 기분이 아니었으나, 바텐더가 남자였으므로 어쩌면 정근의 마음을 돌리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대화를 이어갔다.
“안 좋은 일은 아니고, 억울한 일이에요. 저랑 원래 썸 타던 남자가 있었는데, 어떤 여자가 채갔거든요. 그렇게 둘이 잘 됐는데, 남자가 아직도 저에게 마음이 있어요. 근데 그 여자는 자꾸 그걸 방해하고요. 남자 마음을 돌릴 방법은 없을까요?”
소현의 말 중에 맞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정근이 잠시 흑심을 품긴 했지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소현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나는 방해하는 것이 아닌 그냥 자신의 자리에 있는 것 뿐. 그것 역시 소현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화가 나고 안달 난 것이다.
“아, 그래요? 그럼 정말 억울하시겠네요. 그 남자 분 눈에 많이 띄는 게 젤 좋죠.”
“자주 보고는 있어요. 같은 회사 사람이라 서요.”
“그래요? 그럼 뭔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건이 있거나...”
“이를테면요?”
“음,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거나, 구해줘야 하는 상황 같은?”
바텐더의 말에 소현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럼 남자들은 돌아오나요?”
“글쎄요, 돌아온다기보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마음에 있는 여자라면 앞뒤안보고 구해주겠죠. 일종의 테스트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바텐더의 대답은 소현을 춤추게 했다.
“그래요? 어머,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고마워요. 다음에 또 올게요.”
소현은 기분이 한껏 좋아졌는지 바텐더에게 팁까지 건네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소현은 콧노래를 이어 부르며 목욕탕으로 들어가서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욕실에 있는 전신거울에 자신의 몸매를 비춰보며 그날을 상상했다. 정근을 갖는 그날 말이다.
“이런 백만 불짜리 다리가 어디 있어? 매끈하잖아. 내가 딴 건 몰라도 주이나 보다 다리 하나는 끝장난다고.”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이 쏟아져 나오자 소현은 물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거품이 잔뜩 일어난 샤워볼을 몸에 천천히 문지르며, 자신의 몸매와 이나의 몸매를 하나하나 비교해나갔다.
“가슴은...주 주임 그년이 조금 더 크긴 하겠지만, 으읍...그래도 젖가슴에 있는 이 실핏줄을 이길 순 없을걸.”
소현의 가슴은 유난히 하얬기에 실핏줄이 고스란히 비췄다. 뽀얀 젖무덤 위에 비치는 푸른빛의 실핏줄은 남자들을 홀리기 충분했다. 실제로 소현을 거쳐 간 남자들은 소현의 가슴을 보자마자 싸는 일이 허다했다.
“그리고 내 보지...이건...으응..못 이겨. 내가 처녀 수술을 괜히 한 줄 알아? 으응..하아..”
소현은 자신의 보지를 쓰다듬으며 수술 회복하느라, 정근을 기다리느라 고생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정근을 상상하며 자위를 하고 싶었지만 혹시 처녀막이 다칠까 조심해야했기에 샤워볼로 가슴을 문지르며 한 손으론 보짓살을 문대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비록 완벽한 자위는 아니지만 정근과의 정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현의 보지는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다음 계획은...꼭 성공할거야. 하응..기다려요. 과장님..하아..”
소현은 그날 밤 모든 계획을 완성하고, 몇 번이나 정근을 떠올리다 잠이 들었다.
마침내 월요일. 소현은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출근해 그날의 계획을 다시 되짚어보았다. 너무 이른 출근 탓에 사무실엔 소현 혼자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소현의 뒤에 이어 박 대리가 출근하며 소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 왜 일찍 오라고 한 거야?”
“왜긴, 동기끼리 서운하게. 보고 싶어서 그랬지. 모닝커피 한 잔 할까하고.”
“응? 갑자기 내가? 과장님이 아니고?”
“뭐야, 자기야. 여기서 과장님이 왜 나와. 우리 사이에.”
“어..어? 하하. 김 대리 오늘 좀 달라 보이네.”
“내가 그랬잖아. 워크숍에서. 박 대리 정도면 훌륭하다고.”
워크숍 때,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소현과 박 대리는 그 날의 실패에 분개하며 리조트 Bar에서 술자리를 이어갔었다. 그때 스치듯 얘기했던 소현의 얘기에 박 대리의 눈빛이 잠깐 반짝였었다. 그 찰나의 순간을 기억해낸 소현은 박 대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 그래. 그랬지. 기억나. 근데, 그거 진심이야?”
“물론이지. 박 대리 같은 남자가 어디 흔한가? 주 주임이 남자 보는 눈이 없어. 그치?”
박 대리는 소현이 만들어낸 꼴릿한 분위기에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