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다른사랑
모처럼 딸네 부부 없이 민선과 오붓하게 보내는 밤, 문식은 매우 들떠있었다. 사실 지난 3주간은 딸과 사위가 있어 조금 불편한 것도 있었다. 모처럼 사람이 북적거려서 좋았던 것도 잠시, 옷도 편하게 입지 못하고 민선과 관계를 할 때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혈기왕성한 사위 정근과 자신이 비교되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 아내가 우울해져 관계를 거부했던 것도, 관계를 해도 시큰둥했던 것도 그 전엔 없던 일이었다. 문식은 그 이유가 사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밤마다 작은방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정사소리는 문식이 신혼 때 민선과 즐겼던 그 소리와 매우 흡사했다. 때문에 아내가 지난 젊은 날을 떠올리며 한탄했을 것이라 짐작했기에 문식은 딸과 사위와 함께 사는 것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찾게 된 자신의 취향, 그리고 그러 받아주는 민선. 게다가 오늘은 딸네 부부가 모처럼 없는 밤이니 문식이 들뜨는 것은 당연했다. 이미 아침부터 몇 번이고 정사를 즐겼지만 밤의 정사는 또 다른 얘기다.
늦은 저녁, 문식은 뜨거운 밤을 대비하여 사우나에 가서 피로를 풀기로 했다.
“민선아, 나 사우나 좀 다녀올게. 쉬고 있어.”
문식이 신혼 때처럼 자연스레 민선의 이름을 불렀다. 민선은 문식이 종종 이름으로 불러줄 때마다 설렌다고 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쑥스럽다는 이유로 이나엄마라는 호칭을 더 많이 썼는데, 이제부터라도 더 다정하게 대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네? 네. 다녀오세요. 여보.”
하지만 그 말을 들은 것은 민선이 아니라 민선에게 빙의한 이나였으므로 갑자기 아빠의 입에서 엄마의 이름이 불리자 이나는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그럼에도 싫지는 않았다. 아빠가 그만큼 엄마에게 노력하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식이 집을 나서고 나서야 이나는 온몸을 쭉 펴고 대자로 뻗어버렸다.
“휴, 아빠 체력 보통 아니시네. 다시 활력을 찾으신 것 같아 다행이야. 엄마가 내일 돌아오면 되돌아갈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이나는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아빠와 관계를 하면서 정근의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거친 플레이에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얼얼하게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젠 그 모습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대화로 풀면 다시 예전의 정근으로 돌아갈 것이라 확신했기에 이나는 얼른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나저나, 엄마는 괜찮겠지. 김 대리 눈에 안 띄어야 할 텐데. 빨리 회사도 복귀해야하고. 마음이 급하네.”
이나는 엄마가 걱정되어 안절부절 하지 못하면서도 차마 연락을 할 수는 없었다. 괜히 전화통화를 하다 말실수라도 하게 될까봐 우려됐기 때문이다. 회사사람들과 24시간 밀착해있는 시간이기에 차라리 무소식이 희소식일 것이라 짐작하며 생각의 주머니를 닫았다. 그리고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
‘아, 시원하니 좋네. 피로가 쭉 풀리는 게 오늘 밤 두 번은 더 할 수 있겠어.’
문식은 사우나에 앉아 땀을 빼면서도 민선과의 잠자리 생각뿐이었다. 뜨거웠던 한낮 정사, 그리고 더 뜨거울 오늘 밤 기대에 부풀어 성기도 자꾸만 부풀어 올랐다. 수건으로 애써 성기를 가리며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해봤지만 설렘은 숨겨지지 않았다.
“어이, 맞네. 그때 그 16번 방 손님.”
누군가 문식에게 알은체를 했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DVD방 주인장이 알몸으로 문식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순간 보지 않아야 할 부분까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작은 성기, 갈비뼈가 들어날 정도로 깡마르고 볼품없는 몸까지. 꼬장꼬장하고 예의 없는 DVD방 주인장과 잘 어울리는 외형이었다.
“아, 네. 어...”
문식은 순간 불편해졌다. 평생 감추고 싶은 후회되는 순간에 한 자리에 있었던 인물을 마주하게 되니 불현듯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거,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문식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려고 일어나자 DVD방 주인장이 문식 옆으로 쓱 다가가 말을 붙였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진 않았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있는 터라 그를 무시할 순 없었다.
“...뭡니까.”
문식이 최대한 나지막이 속삭여 되물었다. 그러자 DVD방 주인장도 목소리를 한껏 낮춰 문식의 귀에 대고 질문을 이어갔다.
“우리 애가 별로였수? 16방에 한 번 들어가 본 손님들은 금세 잊지 못하고 다시 오거든. 근데 그쪽만 발길이 끊어졌길래. 우리 애가 실수한 거라도? 그날 좋았잖수.”
DVD방 주인장의 말이 길어질수록 문식은 불안해졌다. 혹여나 누가 듣기라도 할까 문식은 DVD방 주인장을 끌고 사우나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건 내 자유고. 그딴 게 왜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앞으론 아는 척하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문식의 단호한 대답에 DVD방 주인장은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우리 애가 그쪽을 좀 그리워하는 거 같아서. 어떻게 구워삶았기에 안부를 다 묻더구만. 암튼 알았수다. 언젠가 또 생각나면 놀러오슈.”
순간 문식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자신을 잡으려던 매춘녀의 불안한 동공이 떠올랐다. 혹시 자신이 찾아가지 않아 불이익이 간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는 오지랖이 발동한 것이다.
“잠깐.”
“뭐요?”
문식이 DVD방 주인장을 멈춰 세웠다. 딱히 할 말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대로는 찝찝해서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뭐, 나 때문에 그 아가씨가 혼나거나, 아니. 암튼 안 좋은 상황인 거요?”
“햐, 걱정되시나보네. 둘이 그날 진짜 찐하게 정을 주고받았나 보구만. 혼낸 건 아니고 아주 박살이 났지. 손님관리도 못하는 년은 필요 없거든.”
DVD방 주인장은 문식의 물음에 더 세게 나갔다. 잘하면 한 몫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그날도 호구처럼 돈을 퍼다 주던 인간 아닌가.
“아까는 우리 애라면서?”
“아, 크크큭. 그건 저 어릴 때부터 버릇이 되나서. 손님 앞에선 그리 부르면 안 되는데. 암튼, 가보슈. 나도 바빠서 이만. 궁금하면 한 번 오시던가.”
DVD방 주인장은 알 수 없는 말과 기분 나쁜 미소만 남긴 채 문식을 등지고 사우나 실 수증기 사이로 멀어져갔다.
문식은 멍한 얼굴로 물기를 닦고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하늘이 까만 밤으로 뒤덮여 있는 시각, 문식의 발길은 어디로 가야할지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빨리 집에 가야지. 이나 엄마가 기다리겠어.’
문식은 애써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발걸음은 한 없이 무거운 문식이었다.
*
“헉헉..이년이 오늘 왜 이렇게 나무 막대기 같아? 헉헉헉. 보지에서 물도 안 나오고. 아윽. 뻑뻑해. 헉헉헉.”
같은 시각 매춘녀는 늘 그렇듯 16번 방 안에 갇혀 손님을 받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은 다른 곳으로 향해있고, 친아빠라는 작자에게 환멸을 느끼고 드디어 빠져나갈 용기가 생겼기에 영업에는 안중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헉헉, 씨발. 뭐야. 헉헉헉. 그래도 맛있다, 너. 이래서 내가 못 끊지. 헉헉헉!!”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머리 남자는 매춘녀의 꽤 오랜 단골인지 투덜거리면서도 뻣뻣한 그녀의 몸에 자신의 성기를 넣는 자체가 흥분되는지 연신 거친 신음을 내뱉었다.
“마누라년한테 걸려서..헉헉헉!! 쫓겨날 뻔했는데도 오빠가 헉헉! 너 안 버렸다. 알지? 으읏”
매춘녀는 수다스럽고 게걸스러운 손님이 역겨웠다. 그럴수록 문식이 눈에 자꾸만 아른거렸다. 다정한 말씨와 따뜻한 매너, 게다가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준 상대였다. 늘 억지로 손님을 상대했지만 관계에 진심인 적은 문식이 처음이었다. 그에게 한 번 더 안기고 싶었다.
“야, 헉헉. 너! 씨발..헉헉 내가 들어앉혀줄까?”
매춘녀는 손님의 제안에 순간 눈이 번뜩했다. 이 기회로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요? 오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손님의 비위에 맞춰 아양을 떨었다.
“씨발, 이제야 봐주네. 어흑...! 보지에 털 없는 년은 니가 처음이라 널 못 끊어. 헉헉..!”
50대 남자는 매춘녀의 부러질 듯한 허리를 우악스럽게 감싸 안고 자신의 흐물거리는 성기를 미친 듯이 박아댔다.
“아앙...오빠. 아까 그 말 진짜에요? 하앙..좋아.”
매춘녀는 아무런 흥분도 느낄 수 없었지만 일부러 과장된 신음을 내며 손님을 만족시키려 애썼다. 그러자 50대 남자는 그 말에 급하게 흥분하며 후두둑 몇 방울의 정액을 싸버렸다.
“헉헉...너 들어앉히려면 오빠가 어떻게 하면 되지?”
“진짜 해줄 거예요?”
“니가 딴 놈 좇 박는 생각만 해도 초조해서 할 일을 못하겠으니까 말 해봐. 대신 앞으로 평생 딴 놈 좇은 생각도 말고. 알아들었냐?”
순간 매춘녀는 손님의 으름장에 마음이 움츠려 들었지만 더 이상 겁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이곳은 지옥이고 어딜 가도 여기보단 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길 나가야만 문식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저희 사장님한테 말해보면 될 거예요. 근데 저도 제 빚이 얼만지 몰라서...”
“씨발..너 오빠 알기를 우습게 아네? 야, 일단 더 빨아봐. 그깟 돈 몇 푼이나 된다고. 지금 잘 빨면 오늘 데리고 나가주고.”
50대 남자는 어깨를 거들먹거리며 축 늘어진 성기를 매춘녀 얼굴에 가져다댔다. 매춘녀는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지만 겨우 참아내고 눈을 질끈 감고 늘어지고 거뭇한 성기를 입에 넣었다.
“흐읍...! 넌 이제 내꺼다. 아흐...”
매춘녀는 손님의 만족스러운 신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축 처진 성기를 빨아대며 이곳을 빠져나간 후의 일들을 상상했다. 비록 지금은 더러운 성기를 입에 넣고 있지만 달라질 내일을 생각하니 이 순간이 그리 나쁘지만도 않았다.
“오빠, 이제 넣을게요. 아앙...”
“으윽...너, 너, 이름이 뭐야. 이제 말해줄 수 있잖아. 내껀데. 허억!”
“보연이에요. 정보연...아앙...!”
매춘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50대 남자의 배 위에 올라타 보지구멍으로 성기를 집어 삼켰다. 좁다란 구멍안으로 성기가 빨려들 듯 들어가자 남자는 경련하듯 흥분하며 매춘녀 보연의 연분홍 젖꼭지를 뜯어 낼 듯이 잡아당겼다.
“아앙...! 아앙!!앙!”
“헉헉..씨발...오늘 데려가줄게. 헉헉!”
16번 방에서는 남자의 더러운 신음이 오래도록 계속됐다.
사우나에서 돌아온 DVD방 주인장은 여전히 16번 방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신음이 멈추고 50대 남자가 16번 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보연의 손을 잡고.
“뭐요? 배웅은 문 앞에서만 가능한데? 단골손님이 왜 이러실까. 이년아, 빨리 안 들어가?”
보연은 DVD방 주인장의 으름장에 움찔하며 손님의 뒤로 몸을 숨겼다.
“어쭈? 크크크. 야, 이 손님이 네 서방이라도 돼? 지랄을 해라. 지랄을.”
“거, 사장님. 아무리 나보다 형씨라도 말 가려해. 이제 내 새끼 마누란데.”
“뭔소리?”
50대 남자는 DVD방 주인장에게 보연을 데리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일을 하지 못할 것이란 말도 전했다.
“그니까 얼마주면 돼?”
“우리 애 여기 에이스야. 손님이 더 잘 알겠구만.”
DVD방 주인장은 순간 보연을 잃는 것이 조금 아까웠지만 하루에 손님 몇 명 받는 것보다 목돈을 뜯어내는 게 이득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흥정을 시작했다.
“자, 지금 이체 된 거 확인해보시고. 형씨가 얘 빼돌릴 수도 있으니, 잔금은 한 달 후. 오케이?”
순식간에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이 통장으로 오고갔다. 50대 남자는 DVD방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보연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야, 나 돈 못 뱉어내니까 도망칠 생각하지 마. 만약에 그랬다간 끝까지 쫓아가서 말도 안통하는 섬나라로 팔아버릴 테니까!”
보연의 등 뒤에서 DVD방 주인장이 으름장을 놓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보연은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았다. 이젠 저 악독하고 소름끼치는 아빠라는 남자에게서 드디어 자유가 됐으므로. 50대 남자에게 팔려가는 것이기에 완벽한 자유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것으로 충분했다.
‘아저씨, 꼭 찾아갈게요.’
보연의 머릿속은 온통 문식 생각뿐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