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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빌런등장


이나는 모처럼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창문 틈으로 쏟아지는 햇살, 부엌에서 엄마가 아침밥을 준비하며 내는 덜그럭거리는 그릇소리, 정근이 씻으면서 나는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 아빠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감사하고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정확히 일주일 만이었다. 이나가 이나의 몸으로 깨어난 것이. 어젯밤 이나는 분명이 엄마 민선의 몸으로 작은 방 문 앞 벽에 기대어 홀로 위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일주일 전 그때처럼 뒤치기 자세로 엎드려 있는 것이 아닌가. 설마, 다시 일주일 전 그날로 회귀한 것일까? 이나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남자의 정체가 이번에도 아빠 문식일까봐 극도의 간장에 휩싸였다. 겁이 나고 두려웠지만 정체를 확인해야만 한다. 이나는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며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나의 걱정과 달리 침대 위에는 남편 정근이 대자로 뻗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귀두는 침과 정액, 애액이 범벅된 채로. 원래대로라면 이나는 정근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정신을 차렸어야 했다. 모녀의 영혼이 다시 뒤바뀌기 전, 민선이 시도한 마지막 체위가 그것이었으므로. 전말은 간단했다. 민선이 오르가즘을 느끼기 직전, 정근이 급히 체위를 바꿨기 때문이다. 정근은 이제 뒤에서 박는 것이 가장 흥분된 자세였기에 사정하기 직전 이나를 자신의 배 위에서 끌어내다시피 내려앉히며 바로 엉덩이 뒤에서 성기를 꽂고 절정을 즐기며 정액을 분출했던 것이다. 자세가 어찌됐건, 이나는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일주일.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돌아가지 않을 끔찍한 한 주였다. 이제 다시 온전한 이나의 몸과 정신으로 정근에게 안길 수 있다니. 그 자체로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 이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정근의 출근준비를 도왔다. 잠시 후, 정근은 이나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며, 민선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문식은 아침부터 운동을 한다며 정근과 함께 집을 나섰다. 두 남자가 빠져나간 집은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실로 오랜만의 여유였다. - 엄마, 진짜 이거 꿈 아니지? 우리 제자리 찾은 거 맞죠? - 응. 다행이야. 나도 긴 꿈을 꾼 것만 같네. 딸, 고생 많았어. 네 아빠 때문에 힘들었지? 이나와 민선은 오랜만에 자신의 몸과 자신의 목소리로 평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민선은 딸의 등을 토닥였다. 부녀사이의 정사 없이 이 사태가 마무리된 것이 천운이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이 왠지 씁쓸해지는 민선이었다. - 엄마가 고생 많았지 뭐...미안해요...남 서방이....많이...힘들게 했죠....? 이나가 민선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 질문 안에는 분명 미안한 마음도 있었으나, 아주 약간의 질투 섞인 원망, 혹은 알 수 없는 배신감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도 묻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엄마라고해도 딸의 이런 미묘한 기류까지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민선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 아냐, 고생은 무슨. 다 우리 딸을 위한 건데...남 서방은....아냐, 안 힘들었어. 별소릴 다한다, 남사스럽게. 이미 지나간 일 다 잊자꾸나. 그리고 그 대답 끝에 민선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내 피곤하다는 핑계로 이나와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안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민선은 지금 아무 생각 없이 긴 잠에 빠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다. 지금 이 모습이 원래 내 자리니까. ‘그나저나, 어떻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거지...? 생각해보면 그때도 지금도 잠자리 도중 뒤바뀐 건데. 잠자리야 부부니까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거고...뭐 때문일까...’ 민선은 생각을 떨쳐내려 애쓰며 곧 잠에 빠져들었다. 이나는 엄마가 방에 들어가고 난 뒤,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아빠의 서재로 향했다. 매일 갖은 핑계를 대며 커피숍이나 스터디카페를 전전하다 원래의 몸으로 편안하게 집에서 일을 하고 있자니 업무로 골치가 아픈 와중에도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제 자리를 찾은 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업무들을 빠르게 처리해나가며 이제 곧 재택근무를 종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남편 남 과장님이랑 다시 출퇴근 같이 해야지. 일주일이나 떨어져 있었더니 너무 보고 싶다. 빨리 퇴근했으면...오랜만에 오빠 품에 안겨서 뜨거운 밤을 보내야지.’ 오랜만에 온전한 자신으로 정근과 함께할 밤을 생각하니 이나의 몸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 - 이봐, 이봐. 꼭 점심시간 전에 자리를 비우신다니까. 왜 때문일까, 자기야? 오늘도 주식회사 가양의 기획팀은 김 대리의 고나리질로 조용할 새가 없다. 며칠 전부터 김 대리는 정근을 주시해왔다. 일독에 빠지다시피 자리를 거의 비우지 않던 남정근 과장이었는데, 일주일 전쯤부터는 가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을 때도 있고, 점심시간 30~40분 전이면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무척이나 의아하게 느껴졌다. - 자기? 내 얘기 듣고 있어? 혹시 남 과장님 어디 가셨는지 알아? 김 대리에게 일명 자기라 불리는 기획팀 막내사원은 김 대리의 시도 때도 없는 질문과 수다에 지칠 대로 지쳤는지 이제는 대꾸도 잘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나마 그걸 막아주던 사람이 이나였는데, 이나마저 재택근무로 회사에 나오질 않으니 이 상황이 괴로울 따름이다. - 몰라요. 제가 남 과장님 마누라라도 돼요? 그걸 왜 자꾸 저한테 물으세요. 정 궁금하시면 주 주임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시던 지요. - 어머, 자기. 말 한 번 웃기게 한다. 뭐 남 과장님 마누라는 남 과장님이 어디서 뭘 하는지 일거수일투족 다 속속들이 알고 있대? 웃기셔. 재택 근무하는 이상 여기서 남 과장님을 젤 잘 아는 건 나라구. 나! 김 대리는 주 주임이라는 말에 발작버튼이 눌렸는지 혼자 염병천병을 떨어대더니 급기야 정근을 찾아 나섰다. ‘두고 봐. 내가 주이나 여시 같은 년 재택 근무하는 기간 동안 무조건 남정근 꼬실 테니까. 아니지. 원래부터 내꺼였는데, 주이나가 뺏어간 거니 다시 찾아오는 것뿐이야.’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정근은 오늘도 회사에서 가장 사람이 없는 층의 화장실 맨 끝 칸에서 어제의 기억을 복기했다. 요즘 하루 일과 중 가장 즐거울 때이기도 하다. 물론 이나와 함께하는 그 순간이 가장 흥분되지만, 다음날 복습하듯 상황을 다시 더듬으면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기획에 대한 영감이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때문에 회사에서의 오전 자위는 정근의 하루 루틴으로 자리 잡고 말았다. 정근이 자위를 하는 화장실이 있는 층은 회사 건물 17층으로 얼마 전 입주해있던 사무실이 이전하면서 아직 공실인 상태이기에 층 전체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다. 간혹 청소부 아주머니가 왔다 갔다 할 때도 있으나, 확인할 때마다 청소할 것이 없었기에 이제는 청소부 아주머니마저 오지 않는 정근의 세상이 되었다. 정근은 어젯밤 일을 복기하면서도 오늘은 또 어떻게 즐길까 고심했다. 이제 이나의 노팬티 패널티가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골탕을 먹일까. 엊저녁 장인장모님과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과감히 손장난을 쳤던 것처럼 오늘은 더 재미있는 걸 해볼 생각이다. 아니, 더 과감한 걸 시도해볼까. 정근은 기대감에 마음도 자지도 부풀어 올랐다. - 으... 오늘은 더 더럽게...으읍...따먹어줘야지. 흡! 아읏... 그 시각 김 대리는 여전히 회사 건물 오만 군데를 돌아다니며 정근을 찾았다. - 아니,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설마... 오피스 와이프라도 숨겨둔 거 아냐? 주 주임 말고??! 생각이 극한까지 미치자 김 대리는 알 수 없는 질투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손꼽아봤다. 정근과 몰래 바람을 피울만한 인물이 누구인지. - 주이나보다 더 예쁜 여자겠지? 누구지...누가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 말곤 없는데. 하긴 김태희랑 사귀어도 전원주랑 바람피우는 게 남자라는 동물이라고 했으니. 그럼 전원주 닮은 장영아 과장님?! 아니야, 그러기엔 너무...고추도 안서겠다...장영아 과장은 아니야. 잠시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장 과장님. 김 대리는 혼자 모노드라마를 찍으며 회사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정근이 있는 17층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정근을 발견할 리 없었다. 17층엔 그 전 사무실 사람들이 두고 간 자잘한 집기만 나뒹굴 뿐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 아우 씨, 뭐야. 무서워. 여기. 그래, 여길 왜 오겠어. 김 대리가 두려움에 몸을 바르르 떨며 돌아섰다. 그리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멀리서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읏!! ....년!! ..싶어!] 분명 남자 목소리다. 그랬다. 정근이 자위를 하며 흥분하는 소리를 김 대리가 듣고만 것이다. 하지만 김 대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정근인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뭐라고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음성은 아니었기에 김 대리는 두려움에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 뭐야. 뭐야...누구지...? 무슨 소리야, 저거. 정근은 절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기둥을 세게 자극하며 머릿속으로 이나의 탱탱한 젖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 더럽게 흘러내린 이나의 타액을 상상하자 정신이 혼미해졌다. 오늘밤은 얼굴에 사정을 할 생각이다. 그 상상은 마침내 정근을 싸게 만들었다. - 하악...!! 싼다..! 흡흡흡! 이나야 얼굴 대봐..으으읏!!!! 정근은 변기 위에 정액을 쏟아내고 그대로 물을 내렸다. 오늘은 이나의 얼굴에 정액을 분출하고 이나가 괜찮다면 먹여볼 생각이다. 기분 좆은 상상으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성기를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 휴지들을 다시 한 번 흘려보내고는 세면대에서 깨끗하게 손을 씻었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볼까. - 으아아악! 뭐, 뭐야. 아 깜짝이야. 김 대리...! 정근은 화장실을 나오자마자 순간 너무 놀라 뒤로 자빠질 뻔 했다. 남자 화장실 문 앞에 김 대리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정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빈 회사 건물 17층에 김 대리가 왜 온 것일까. 게다가 남자 화장실 앞에 서있는 이유가 뭐지. 정근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나. 무슨 변명을 해야 할까. 그것보다 김 대리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정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한동안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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