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빨간가루
이나는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 커피숍 2층 창가에 부랴부랴 자리를 펴고 앉았다. 이미 출근시간이 1시간이나 지나서 서둘러야했다. 밀린 보고서부터 작성해야했다. 요 며칠 일에 소홀했던 탓에 마음이 더 급해졌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어 펴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는데 창밖으로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아빠...?!’
그렇다. 이나가 뒤따라온 문식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문식이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으로 보아 엄마, 아니 엄마가 빙의된 이나의 행적을 쫓는 것이 분명했다.
문식이 고개를 돌려 위를 쳐다보려 한다. 이나는 얼른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곁눈질로 문식의 동태를 살폈다. 문식은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커피숍 건물 쪽으로 다가왔다. 큰일이다. 뭐라고 핑계를 대야하지. 일단 문식에게 자신은 이나가 아니고 엄마였으므로 엄마의 입장에서 핑계를 생각해 내야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다급하게 생각을 쥐어짜내고 있는 그때, 문식이 발걸음을 멈춘다.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온 모양이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 급히 택시를 잡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다행이었다. 하지만 문식이 자신들을 따라온 것은 분명하므로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그럴싸한 핑계를 생각해내야 했다. 이나는 머리가 아픈 듯 골을 꾹꾹 누르며 애써 생각을 비워내고 일에 집중했다.
‘아, 모르겠다. 일단 일하자. 지금은 일이 더 중요해.’
*
- 여보세요.
문식은 커피숍으로 들어가 민선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 전화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문식이 커피숍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은 다름 아닌 문식에게 정력제를 팔았던 약장수였다.
- 거, 어디로 가면 됩니까? 지금 당장 가겠소.
문식은 약장수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급히 택시에 몸을 실었다. 여성용 발정제를 구했다는 연락이었다. 문식은 민선이 자꾸만 자신을 피하자 지난번 정력제를 구매하면서 여자를 흥분시키는 약도 구할 수 있는지 물었었다. 구할 수는 있지만 워낙 어둠의 통로에서 들여오는 것이라 크게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흥분제를 구했다니. 문식의 가슴이 요동쳤다.
‘그 약만 먹이면 예전 이나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보지를 비비적거리며 매일 나에게 졸라대던 그때로...후...그나저나 검은 알약 효과가 정말 세긴 세군.’
문식은 택시 안에서 발기하지 않기 위해 애써 민선의 생각을 떨쳤다. 계속 상상하다간 달리는 택시 안에서 쌀 것 같았다. 한 알 먹으면 효과가 열흘은 간다더니, 약장수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강력한 약의 효과에 흥분제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져만 갔다. 마치 문식의 성기처럼.
- 오셨어요? 아이고 어르신 많이 급하셨나 봐요. 엄청 빨리 오셨네.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 됐고, 약은? 이것도 한 알이면 되는 건가?
- 아따, 성질 진짜 급하셔. 자, 여기요. 어때요. 영롱하죠? 크큭
약장수가 꺼내 보인 것은 새빨간 빛을 띤 가루약이었다. 약장수는 빨간 가루약이 들어있는 작은 봉투를 흔들어 보이며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 이거, 조심해야 해요. 어르신. 너무 많이 타면 안 되고, 이게 약 5회 분량이거든? 대략 눈 대중으로 5분의 1 짐작해서 나눠서 먹이셔야 해. 한 번에 다 먹으면 감당 못하니까. 아셨죠?
- 근데 빨간색이라 이거 물에 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 그럼 당연하지. 물에 타면 안 되죠. 약 맛도 날 텐데. 콜라나 와인 같은 거에 타야 약 맛도 안 느껴지고 색깔도 티 안 나니까 미리 준비하시고. 어이구, 어르신 아주 지금도 발딱 일어서 계신 거보니 약발 제대로 받으셨구만요. 그럼 뜨밤 보내십쇼.
문식은 빨간 가루약 봉투를 건네받고 그 자리에서 약장수에게 계좌이체로 100만원을 보냈다. 조금 과한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1회에 20만원이면 성매매 비용과 맞먹는다. 그 돈으로 모르는 매춘녀랑 오입질을 하느니 민선을 끌어안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자 그다지 아깝지 않았다. 100만 원쯤은 사랑하는 아내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전혀 아깝지 않은 액수다.
문식은 마치 대단한 보물이라도 가진 듯 빨간 가루 약봉투를 품에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와인숍으로 향했다.
*
이나와 민선은 문식이 오기 전에 집에 도착해 있었다. 이나가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민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가 뒤를 쫓았다고. 빨리 집에 가야한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모녀는 말을 맞췄다.
민선이 유독 힘들어해서 쇼핑은 나중으로 미루고 먼저 커피숍에 들어가서 쉬고 있었던 것이라고. 이나는 민선이 기다리는 동안 근처 시장에 온 김에 민선이 부탁한대로 장을 봐온 것이라고. 억지스럽지만 그렇다고 크게 의심받을만한 핑계는 아니었다. 요 근래 민선은 갱년기 때문에 금방 지친다는 설정으로 지내고 있었으니.
이나는 문식이 오기 전에 다시 일을 해야 했으므로 서재에 들어가 남은 일을 서둘러 끝냈다. 민선은 딸이 일하는 동안 반찬을 끝내놔야 했다. 이나는 평소 요리를 못하기에 이나의 몸으로 주방에 서있으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민선도 바쁘게 요리를 끝마쳤다. 그리고 둘은 다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잠시 후 문식이 와인 한 병을 들고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왔다. 문식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모양이라고 모녀는 안도했다. 문식은 모녀에게 밝게 인사를 건넨 뒤 샤워를 하러 안방 화장실로 향했다.
- 아빠 왜 저러시지? 의심한 게 아니었나?
- 글쎄. 어쨌든 잘 됐지 뭐. 십년감수했다. 오늘은 특히 더 조심하자.
어느새 정근도 퇴근해서 돌아올 시간이었다. 이나와 민선은 시계를 한 번 흘끗 보고 함께 저녁상을 차렸다. 밥상 위에는 채소반찬으로 가득했다. 지금 고기반찬이나 장어 따위를 밥상에 내놨다간 둘 다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되도록 정력을 줄일 수 있는 반찬들로 신경 써서 만들었다.
잠시 후 정근이 퇴근을 해서 돌아왔고, 이나의 몸을 한 민선은 정근을 보자 아차 싶은 표정으로 화장실에 달려 들어가 얼른 팬티를 벗어 그대로 세탁기에 넣었다. 아직 노팬티 차림으로 있기로 한 약속이 이틀 남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모르고 팬티를 입고 있다가 정근이 출근 전 엉덩이를 움켜쥐었을 때 한숨을 내쉬었었다. 정근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 사위를 더 흥분시킬 뿐이다. 민선은 딸 이나를 위해서라도 정근의 말을 들어야 했다.
- 아이고, 장모님. 뭘 이렇게 많이 차리셨어요. 우와. 진수성찬이네요!
씻고 나온 정근이 감탄하며 이나가 빙의된 민선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보였다. 이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오..ㅃ..아니 우..우리 사위 고생했으니까 많이 먹으라고 실력 발휘 좀 해봤지. 호호...
문식도 얼굴에 로션을 착착 바르며 식탁 앞에 앉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이 타이밍에 와인을 마시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문식은 얼른 방에 들어가서 빨간 가루 약봉지를 바지춤에 숨겨 가지고 나왔다.
- 얼른 드세요. 사위가 기다리잖아요.
- 아, 기다렸나? 하하하. 어서 들자고. 그나저나 이나엄마 이 상 다 차리느라 고생 많았겠네. 진짜 푸짐한데? 이런 상차림을 보고 한 잔 안할 수 있나? 어때 남 서방?
문식은 정근을 꼬드겼다. 정근은 장인어른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사위였기에 얼른 일어나 냉장고를 뒤적였다.
- 아니, 남 서방. 거기 말고. 저기 선반 위에 내가 와인 사다둔 게 있어. 그거 마시자고.
- 와인을 사오셨어요? 장인어른이요? 이야. 장인어른 역시 로맨티스트시네요. 이거 저희 들어가고 나면 장모님이랑 두 분이서만 드시려던 거 아니에요?
정근은 와인 병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넉살좋게 웃어보였다. 이나와의 관계도 만족스럽고 장인장모님도 잘해주시니 요즘처럼 기쁠 때가 없다. 게다가 색다른 취향을 발견했기에 오늘 밤이 또 무척 기대됐다. 와인 한 잔으로 이나의 몸을 달아오르게 한 뒤 또 질펀하게 즐길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 제가 따올게요. 컵이 어디 있더라. 장모님 와인 잔 어디 있어요?
- 와인 잔? 어...그게...
민선은 몸만 민선이었기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평소 살림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 이나였기에 주방 살림은 전혀 알지 못했다.
- 아, 와인 잔. 그거 내가 저번에 다른데다 치워놨어. 오빠 내가 꺼내줄게요.
민선이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나 정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나에게도 주방 살림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다 또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이제 이렇게 평생 살아야할지도 모르니 서로의 역할을 완벽히 해내려면 이제 공부와 훈련은 불가피한 일이 되어버렸다.
- 저기 위에 뒀거든요. 잠깐만. 내가 꺼낼게요.
민선이 상부장에 있는 와인 잔을 꺼내기 위해 까치발을 들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치마 사이로 정근의 손이 불쑥 들어왔다. 그리고 이나의 보지털을 문질거리기 시작했다. 민선이 깜짝 놀라 딸과 문식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둘은 부부사이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하지 마요. 엄마아빠 계시는데. 제발...
민선이 정근에게 고개를 돌려 속삭이며 애원했다. 딸이 이 모습을 목격한다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아무리 성관계를 부탁하고 허락했다지만 직접 눈앞에서 보면 얼마나 처참하고 슬프겠는가. 이나의 모습을 한 민선은 재차 정근을 말렸다.
- 스읍...우리 약속 잊었어? 두 분도 지금 사랑스럽게 대화하고 계시잖아. 빨리 잔이나 마저 꺼내봐. 잠깐이야. 잠깐. 잔 꺼내는 동안만 만질 거니까 걱정 마.
정근은 이나의 등에 바짝 붙어 보지털을 세게 잡아 뜯었다. 자꾸만 이나를 괴롭히고 싶었다. 이나가 괴로운 표정을 지을수록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 읍..아파요...
- 하...씨발...당장..쑤시고 싶다. 하...이따 기대해.
이나의 찡그리는 옆모습에 정근은 자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제해야했다. 빨리 저녁식사를 끝내고 이나를 마음껏 괴롭힐 것이다. 정근은 서둘러 와인 마개를 따서 식탁으로 가져갔다. 뒤따라 민선이 와인 잔 3개를 식탁에 내려놨다.
- 왜 세 잔 뿐이야? 이나 너는 안 마시려고?
문식의 물음에 민선이 이나의 목소리로 답했다.
- 아뇨. 아빠. 엄마 갱년기잖아. 술 드시면 안돼요.
민선은 그 와중에도 딸 걱정뿐이었다. 민선 자신의 신체가 술이 잘 받는 체질이 아니기에 이나가 한 잔이라도 마시게 되면 금방 뻗을 것이 뻔했다. 그럼 그 뒷일 역시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딸의 대답에 문식은 당황했다. 어떻게 해서든 민선이 와인을 마셔야만 한다.
- 에이, 그래도 장모님도 한 잔 드셔야지. 와인 보니까 좋은 거던데. 장인어른이 이걸 우리 주려고 사오신 거겠어? 장인어른 제가 잔 하나 더 가져올게요. 이나가 이럴 때보면 센스가 좀 없다니까요. 하하하
그런 문식을 정근이 돕고 나섰다. 이나의 속은 타들어갔다. 차라리 자신이 이나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안 될 말이다. 민선의 몸으로 그런 말을 했다간 치매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갱년기 컨셉으로 골골거리는 요즘인데, 엄마를 치매 환자로 만들 순 없지 않은가.
와인 잔 네 개. 정근이 한 잔씩 잔을 채웠다. 문식이 제일 먼저 와인이 찰랑거리는 잔을 가져갔다. 그리고 나머지 잔이 채워질 동안 은밀히 빨간 가루약을 와인 잔에 털어 넣었다. 다들 와인 따르는 모습에 집중한 덕에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 자, 이게 양이 더 적으니까 이나엄마가 이거 마시고. 나는 양 많은 놈으로다가 주게.
문식이 은근슬쩍 이나 앞으로 잔을 밀었다. 두어 번 흔들어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이 잔만 다 마시게 하면 오늘 밤은 끝내주게 보낼 수 있다. 이나엄마도 만족하겠지. 문식은 너무나 설렜다.
정근은 와인 잔을 높이 들며 건배를 제안했다. 우리 가족의 행복과 장인어른 장모님의 불타는 사랑을 응원한다고 목청 높여 건배사를 외쳤다. 이나의 표정도 민선의 표정도 씁쓸했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올리 없었다.
- 역시 우리 사위는 센스가 아주 만점이야. 허허허. 이러니 우리 딸이 반하지.
정근은 뿌듯하게 웃어 보이며 꼴깍꼴깍 와인을 마셨다. 한 손은 식탁 밑으로 향한 채로. 그 한 손은 당연히도 그리고 자연스럽게도 이나의 둔부를 탐닉하고 있었다. 이나의 구멍 안에서 손가락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손장난을 치면서도 두 눈은 장인장모를 바라보며 넉살좋게 대화를 나누는 정근이었다.
민선은 그런 정근이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자꾸 문식에게 없는 정근의 젊음과 정력이 탐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순간적인 감정이었으나 이렇게 사위의 욕정을 풀어주다가 자신도 즐기게 될 까봐 겁이 났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나는 이나가 아니다. 나는 정근의 장모다. 민선은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러나 그 마음과 달리 보지에서는 하염없이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나는 정근이 넉살좋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모습이 좋아서 결혼을 결심했었다. 지금은 엄마의 몸이지만 정근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자 그와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그의 품에 다시 안기게 될 수 있을까.
- 당신은 왜 안 마셔? 한 모금이라도 마셔봐. 이거 셀러가 추천해 준거야. 당신 젊을 때 와인 한 잔씩은 마셨었잖아.
문식이 이나를 자꾸 채근했다. 이나도 아빠의 속내를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술은 안 될 말이다. 민선의 모습을 한 이나는 한사코 잔을 밀어냈다.
- 아이, 참. 아빠. 엄마는 요즘 같은 컨디션으로 술 드시면 안 돼요.
이나의 몸에 빙의한 민선이 문식을 저지하며 딸 앞에 놓인 와인 잔을 빼앗다시피 가져왔다. 그리고 그대로 벌컥벌컥 딸의 몸 속으로 흡수시켰다. 딸은 평소 술을 잘 마시니까 괜찮을 것이다.
말릴 틈도 없었다. 문식은 짧게 탄식했다. 저걸 이나가 마시다니. 사위는 오늘 잠을 못 자겠구나. 물론 아쉬움에 나도 잠을 못 이룰 테고. 문식은 허탈한 표정으로 애꿎은 와인 잔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이내 딸의 얼굴이 붉어져 가는 것을 보며 씁쓸한 마음에 남은 와인을 마저 입에 털어 넣었다. 오늘따라 술이 쓰게 느껴지는 문식이었다.